양벌규정에서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대상으로서 구성요건에서 정한 위반행위의 방지를 위한 주의와 감독의 해태 등을 근거로 별도의 형벌규정에 따라 법인 또는 개인의 직접책임 내지 자기책임에 기초하여 처벌되는 것이나, 양벌규정에서의 사업주와 행위자의 관계는 2인 이상이 가공하여 공동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공범관계에 있는 자와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앞부분은 맞다. 양벌규정의 법인 처벌은 종업원의 잘못을 대신 지는 것이 아니라 감독을 게을리한 자기책임이다. 그렇다면 사업주와 행위자는 함께 하나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공범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근거로 처벌되는 별개의 관계다. 앞의 「자기책임」과 뒤의 「공범관계와 동일」이 서로 어긋난다.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 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데, 구성요건상으로는 단독으로 실행할 수 있는 형식으로 되어 있더라도 그 구성요건이 대향범의 형태로 실행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대향범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
대향범에 총칙의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는, 구성요건 자체가 두 사람의 마주 선 행위를 전제로 짜여 있을 때의 이야기다. 혼자서도 저지를 수 있게 규정된 죄가 우연히 마주 선 형태로 실행되었다고 해서 그 법리가 따라오지 않는다.
배임죄에서 계속된 거래행위 도중에 공동정범으로 범행에 가담한 자는 비록 그가 그 범행에 가담할 때에 이미 이루어진 종전의 범행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가담 이후의 범행에 대하여만 공동정범으로 책임을 지므로, 거래행위 전체가 포괄하여 하나의 죄가 된다 할지라도 그 가담 이전의 행위에 대하여서까지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포괄일죄라도 뒤늦게 가담한 사람은 가담한 뒤의 부분만 책임진다. 이미 이루어진 범행을 알았다는 사정은 고의의 문제일 뿐, 자기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행위까지 지배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법」 제34조 제4항의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에 위반하여 변호사가 변호사 아닌 자에게 고용되어 법률사무소의 개설‧운영에 관여한 경우, 변호사의 행위가 일반적인 형법 총칙상의 공모, 교사 또는 방조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를 변호사 아닌 자의 공범으로서 처벌할 수는 없다.
이 조항이 겨눈 것은 변호사가 아닌 자다. 고용되는 변호사 쪽은 처벌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이는 입법자가 일부러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 경우 총칙의 공범규정을 끌어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향범 법리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