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제130조). 무효가 아니라 유동적 무효라 본인의 태도에 따라 살거나 죽는다. 추인은 상대방이나 무권대리인 누구에게 해도 되지만, 무권대리인에게 한 추인은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 때까지 상대방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제132조). 추인하면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계약 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제133조). 상대방에게는 두 무기가 있다. 최고권은 선의·악의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어 상당한 기간을 정해 확답을 촉구하며, 그 기간에 확답이 없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제131조). 철회권은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쓸 수 있으나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안 때에는 쓰지 못한다(제134조). 추인도 철회도 없으면 무권대리인이 책임진다 —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추인도 받지 못하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며, 이는 과실을 묻지 않는 무과실책임이다. 다만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또는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일 때에는 그 책임이 없다(제135조).
02이해하기
이 자리를 붙잡는 열쇠는 최고권과 철회권의 문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고는 「어느 쪽인지 밝혀 달라」는 물음이라 악의자도 쓸 수 있지만, 철회는 「없던 일로 하겠다」는 힘이라 대리권 없음을 알고도 뛰어든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알면서 들어온 사람은 그 위험을 스스로 진 것이기 때문이다. 무권대리인의 책임에서 같은 사람이 제외되는 까닭도 같다.
03핵심 포인트
유동적 무효 — 본인의 추인으로 살고 거절로 죽는다(제130조).
추인은 계약 시로 소급하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제133조).
최고권은 선의·악의를 가리지 않고, 확답이 없으면 거절로 본다(제131조).
철회권은 추인 전까지, 다만 악의자는 쓰지 못한다(제134조).
무권대리인의 책임은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상대방이 고르는 무과실책임(제135조).
상대방이 악의·과실이거나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면 그 책임이 없다.
04기출 지문
X
丙이 계약 당시에 乙에게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던 경우, 丙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안 상대방은 철회할 수 없다(제134조 단서). 철회권은 모르고 계약한 상대방을 보호하려는 제도이므로 알고 들어온 자에게는 주지 않는다.
甲이 乙에게 계약을 추인하였더라도, 丙이 계약 당시에 무권대리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면 丙은 그 추인 사실을 알 때까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철회권은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행사할 수 있는데(제134조 본문), 그 추인은 상대방이 알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그래서 본인이 무권대리인 乙에게만 추인한 상태라면, 선의의 丙은 그 추인 사실을 알기 전까지 여전히 철회할 수 있다 — 추인을 누구에게 했는지, 상대방이 그것을 알았는지가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