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54조는 조약 규정에 합치되는 경우 또는 다른 체약국과 협의한 후 모든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 경우 언제든지 조약이 종료되거나 당사자가 탈퇴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55조는 다자조약이 당사자 수가 발효에 필요한 수 미만으로 감소한 사실만으로 종료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56조제1항은 종료ㆍ폐기ㆍ탈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조약이 당사자가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자 하였음이 증명되거나 그 권리가 조약의 성질상 묵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면 폐기 또는 탈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 제2항은 그 경우 적어도 12개월 전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한다. 제60조제1항은 양자조약의 한쪽 당사자가 중대한 위반을 하면 다른 쪽이 종료 또는 시행정지의 사유로 원용할 수 있게 하고, 제3항은 중대한 위반을 협약에서 허용되지 않는 조약의 이행거부 또는 조약의 대상이나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규정의 위반으로 정의하며, 제5항은 인도적 성격의 조약에 포함된 인신보호 규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61조는 조약 이행에 불가결한 대상의 영구적 소멸 또는 파괴로 인한 이행불능을 종료ㆍ탈퇴 사유로, 일시적인 경우 시행정지 사유로만 원용할 수 있게 한다. 제62조제1항은 예견하지 못한 사정의 근본적 변경을 원칙적으로 원용할 수 없게 하되 두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예외로 하고, 제2항은 조약이 경계선을 확정하는 경우와 변경이 원용국의 의무 위반의 결과인 경우를 제외한다. 제65조는 이러한 사유를 원용하려는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3개월의 기간을 두도록 절차를 정한다.
02이해하기
제62조는 원칙과 예외가 뒤집혀 적힌 조문이다. 「다음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면 … 원용될 수 없다」로 시작하므로 사정변경은 원칙적으로 안 되고 두 요건을 모두 갖춰야 예외적으로 된다. 문장의 방향을 놓치면 반대로 읽게 된다.
03핵심 포인트
제55조 — 당사자 수가 발효 정족수 미만으로 줄어든 사실만으로는 다자조약이 종료하지 않는다.
제56조제2항 — 탈퇴 규정이 없는 조약에서 탈퇴하려면 적어도 12개월 전에 통보하여야 한다.
제60조제3항 — 중대한 위반은 이행거부 또는 대상ㆍ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규정의 위반이다.
제60조제5항 — 인도적 성격의 조약의 인신보호 규정에는 중대한 위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62조제2항 가호 — 경계선을 확정하는 조약에는 사정의 근본적 변경을 원용할 수 없다.
제65조제2항 — 통보를 받은 후 적어도 3개월 내에 이의가 없으면 제의한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
04한눈에 보기
제61조 후발적 이행불능
영구적 소멸ㆍ파괴면 종료ㆍ탈퇴, 일시적이면 시행정지 사유로만.
VS
제62조 사정의 근본적 변경
원칙적으로 원용 불가. 경계선 확정 조약과 원용국의 의무 위반 결과는 아예 제외.
더 알아보기
인권조약을 상호주의에서 떼어 낸 조항
보통의 조약은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구조라, 한쪽이 어기면 다른 쪽도 이행을 멈출 수 있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 그런데 인권조약의 수혜자는 상대국이 아니라 각국 안의 사람들이다. 상대국이 어겼다고 우리도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게 하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이 대가를 치른다. 제60조제5항이 인도적 성격의 조약을 이 조에서 빼낸 것은 그 때문이며, 인권조약이 국가 간 상호 의무가 아니라 대세적 성격을 갖는다는 인식이 조문에 반영된 자리다. 같은 이유로 인권조약에서는 유보의 양립성 판단도 일반 조약과 다르게 다뤄진다.
경계선 조약을 사정변경에서 뺀 뜻
제62조제2항 가호는 경계선을 확정하는 조약에 사정의 근본적 변경을 원용할 수 없게 한다. 국경은 한번 정해지면 그 위에 사람들의 생활과 다른 법률관계가 쌓이므로, 사정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흔들리면 분쟁이 끝나지 않는다. 국가승계에서도 국경조약은 승계된다는 원칙이 별도로 인정되는데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결국 이 협약은 조약 관계의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국경만은 안정 쪽으로 완전히 못 박은 셈이고, 제65조가 사유를 원용할 때 통보와 3개월의 기간을 거치게 한 것도 일방적 파기를 절차로 붙잡아 두려는 같은 방향의 장치다.
05기출 지문
X
국가의 경계선을 확정하는 조약의 경우, 사정의 근본적 변경은 조약의 종료 사유로 원용될 수 있다.
협약 제62조제2항(a)에 따라 경계선을 확정하는 조약에는 사정의 근본적 변경을 종료 사유로 원용할 수 없으므로 ‘원용될 수 있다’는 옳지 않다(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