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 범죄학은 18세기 계몽사상을 배경으로, 인간을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합리적ㆍ자유의지적 존재로 전제한다. 베카리아(Cesare Beccaria)는 『범죄와 형벌』(1764)에서 죄형법정주의, 형벌의 비례성, 그리고 형벌의 효과는 가혹성이 아니라 확실성ㆍ신속성에서 나온다는 명제를 제시하고 사형과 고문에 반대했다. 벤담(Jeremy Bentham)은 공리주의에 기초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형벌의 목적으로 삼고, 범죄로 얻는 쾌락보다 형벌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크게 설정되면 범죄가 억제된다는 계산 모델과 파놉티콘 감옥 구상을 내놓았다. 실증주의 범죄학은 19세기 자연과학의 방법을 들여와, 범죄를 자유의지의 선택이 아니라 생물학적ㆍ심리학적ㆍ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결과로 본다. 롬브로소(Cesare Lombroso)의 생래적 범죄인설, 페리(Enrico Ferri)의 범죄포화의 법칙, 가로팔로(Raffaele Garofalo)의 자연범 개념이 이탈리아 실증학파를 이룬다.
02이해하기
두 학파는 「무엇을 볼 것인가」에서 갈린다. 고전주의는 범죄라는 행위를 보고, 실증주의는 범죄인이라는 사람을 본다. 그래서 고전주의는 행위의 무게에 형벌을 맞추는 객관주의로 가고(같은 죄면 같은 벌), 실증주의는 그 사람의 위험성에 처분을 맞추는 주관주의로 간다(같은 죄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처분). 부정기형ㆍ보안처분ㆍ분류처우 같은 오늘날 교정의 주요 장치들이 실증주의의 자식이고, 죄형법정주의와 비례성 원칙은 고전주의의 유산이다.
실증주의가 주도하던 사회복귀 이념은 1970년대에 「교정은 효과가 없다」는 평가와 마주친다. 마틴슨(Robert Martinson)이 1974년 발표한 처우 프로그램 평가 연구가 「거의 아무것도 효과가 없다(nothing works)」는 슬로건으로 요약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를 배경으로 고전주의의 전제가 신고전주의로 되살아났다. 억제이론(deterrence)은 형벌의 확실성ㆍ엄중성ㆍ신속성이 범죄를 억제한다는 명제를 실증적으로 검증했고, 대체로 확실성의 효과가 엄중성보다 크다는 결과가 반복되었다. 여기서 일반억제(잠재적 범죄자 일반에 대한 억제)와 특별억제(처벌받은 당사자의 재범 억제)가 구분된다. 클라크와 코니시(Clarke & Cornish)의 합리적 선택이론은 범죄자가 완전한 합리성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 안에서 비용과 이익을 따지는 「제한된 합리성」에 따라 움직인다고 수정했고, 이것이 상황적 범죄예방론의 토대가 된다.
생물학적 원인론의 계보와 그 뒤
롬브로소의 생래적 범죄인설은 초판에서 범죄인의 상당수를 격세유전적 존재로 보았으나, 후속판에서는 기회범ㆍ격정범 등을 추가하며 생래적 범죄인의 비중을 크게 낮추었다. 고링(Charles Goring)이 1913년 대규모 통계 비교로 롬브로소가 든 신체적 특징이 수형자와 일반인 사이에서 유의하게 구별되지 않음을 보이면서 범죄인류학은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 그 뒤 생물학적 접근은 체형론(셸던의 중배엽형), 쌍생아ㆍ입양아 연구, 염색체 이상(XYY) 연구로 이어졌고, XYY 가설은 초기의 주목과 달리 후속 연구에서 폭력범죄와의 직접적 연관이 확인되지 않아 지지를 잃었다. 오늘날 생물학적 요인은 단독 원인이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변수로 다루어지며, 생물사회학적(biosocial) 접근이라는 이름으로 재편되었다.
05기출 지문
O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억제이론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한다고 가정하므로 옳다(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