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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할 가치」를 가르던 관행이 남긴 그림자
자선조직협회는 대상자를 구제할 가치가 있는 빈민(deserving poor)과 없는 빈민(undeserving poor)으로 갈랐다. 성실히 일하려 하지만 사고나 질병으로 어려워진 사람은 앞쪽이고, 게으르거나 술을 마시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사람은 뒤쪽이었다.
이 구분이 왜 만들어졌는가. 자원이 한정되어 있었고, 무분별한 구제가 나태를 조장한다는 믿음이 강했다. 그리고 기부자에게 「당신의 돈이 마땅한 사람에게 갔다」고 설명해야 했다.
그것이 낳은 것. 첫째, 조사와 심사가 도덕적 판단이 되었다. 소득과 재산만이 아니라 생활 태도와 품행을 살폈다. 둘째, 받는 사람이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보이는 동시에 그것이 자기 탓이 아님을 보여야 했다. 셋째, 낙인이 붙었다.
오늘에도 남아 있는가. 제도의 문언에서는 사라졌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소득인정액이라는 객관적 기준으로 자격을 정하고 품행을 묻지 않는다. 그런데 인식과 담론에서는 남아 있다. 「일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느냐」, 「받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물음이 반복되고,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 대한 시선이 그렇다. 앞 장에서 본 조건부수급을 둘러싼 논쟁의 밑바닥에도 이 구분이 깔려 있다.
실천가가 조심할 자리. 사정과 판단을 하다 보면 「이 사람은 정말 노력하고 있는가」를 묻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물음이 서비스의 제공 여부를 좌우하면 그것은 도덕적 심사가 된다. 앞 장에서 본 비심판적 태도가 비스텍의 원칙에 들어 있는 이유가 이것이며, 이 원칙은 자선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인도주의가 오늘의 실천에서 하는 일
인도주의를 과거의 이념으로만 다루면 놓치는 것이 있다. 이 사상은 지금도 실천의 바탕에서 작동한다.
첫째, 개입의 동기가 된다. 제도가 정한 요건을 충족했으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는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눈앞의 사람이 겪는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는 감각이 있어야 절차 너머의 것 — 한 번 더 확인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고, 규정 밖의 자원을 알아보는 일 — 이 일어난다.
둘째, 요건 밖의 사람에게 닿게 한다. 어떤 제도든 요건이 있고 그 밖에 놓이는 사람이 있다. 앞 장에서 본 긴급복지지원이나 민간 자원이 그 자리를 메우는데, 그것을 찾아 나서게 하는 것이 이 감각이다.
셋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게 한다. 앞 장에서 본 소진의 비인간화는 클라이언트를 사례번호와 유형으로 다루게 만든다. 그것을 막는 것은 규정이 아니라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며, 인도주의가 가리키는 것이 정확히 그 지점이다.
다만 인도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연민은 개인의 감정이므로 일관되지 않고, 감정이 향하는 대상이 편향된다 — 동정하기 쉬운 사람에게는 기울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연민은 구조를 보지 못한다. 개인을 돕되 그 어려움을 만든 조건은 그대로 둔다.
그래서 근대 사회복지는 인도주의 위에 두 가지를 얹었다. 권리의 관점 — 도움을 감정이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것으로 만든 것이고, 사회정의의 관점 — 개인의 고통을 구조의 문제로 읽는 것이다. 셋이 함께 있어야 실천이 선다. 권리만 있으면 절차적이 되고, 정의만 있으면 눈앞의 사람을 놓치며, 연민만 있으면 시혜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