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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경계가 무너지는 세 가지 모양
실천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구조 문제는 세대 간 경계의 붕괴다. 세 가지 모양으로 나타난다. 첫째, 부모화(parentification).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떠맡는 것이다. 어린 자녀가 동생을 키우고 살림을 하며, 나아가 부모의 정서적 지지자 노릇까지 한다. 겉으로는 「의젓한 아이」로 보이지만, 그 아이는 자기 발달 과업을 치를 시간을 잃고 있다. 둘째, 세대 간 연합. 한쪽 부모와 자녀가 한편이 되어 다른 부모를 배제하는 구도다. 부부 하위체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 자녀가 그 사이로 끌려 들어오며, 보웬이 말한 삼각관계와 겹친다. 셋째, 우회(detouring). 부부 갈등을 직접 다루지 않고 자녀의 문제로 옮겨 놓는 것이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동안 부부는 그 문제를 두고 협력하므로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때 아이의 증상은 가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 아이만 치료하려 하면 낫지 않거나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세 경우 모두 개입의 방향은 같다 — 부부(부모) 하위체계를 다시 세우고 자녀를 그 자리에서 빼내는 것이다.
경계를 문화와 함께 읽기
유리와 밀착의 적정선은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서구의 가족치료 이론이 「밀착」이라 부르는 상태가 한국의 가족 문화에서는 평범한 수준일 수 있고, 반대로 「적절한 자율성」으로 보이는 것이 방임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경계를 사정할 때는 세 가지를 함께 본다. 첫째, 기능하고 있는가. 형태가 아니라 작동 여부로 판단한다. 서로 깊이 관여하더라도 각자가 자기 결정을 하고 있고 갈등을 다룰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니다. 둘째, 누가 불편해하는가. 가족 안에서 그 구조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 불편이 특정 사람에게만 몰려 있는지를 본다. 대개 힘이 약한 쪽 — 자녀, 며느리, 돌봄을 맡은 사람 — 에게 부담이 쏠린다. 셋째, 발달 단계에 맞는가. 유아기에 적절했던 밀착이 청소년기에는 발달을 막는다.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족생활주기에 따라 조정되어야 하며, 그 조정에 실패한 자리에서 문제가 생긴다. 문화적 역량이 가족 사정에서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