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로서의 가족

하위체계와 경계

미학습

읽고 나면 회독 완료

가족을 체계로 보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가족 안에 여러 하위체계(subsystem)가 있다는 것과, 그 사이와 바깥에 경계(boundary)가 있다는 것이다. 미누친(S. Minuchin)의 구조적 가족치료가 이 개념을 실천의 도구로 만들었다. 하위체계는 가족 안에서 함께 기능하는 작은 묶음이다. 부부 하위체계는 서로를 지지하고 부모 역할의 방향을 정하며, 부모 하위체계는 자녀를 양육하고 규칙을 세우고, 부모-자녀 하위체계는 세대 사이의 관계를 다루며, 형제자매 하위체계는 또래 관계를 처음 배우는 자리다. 한 사람이 여러 하위체계에 동시에 속하며, 하위체계마다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다. 경계는 누가 어떤 하위체계에 속하고 무엇이 오갈 수 있는지를 정하는 보이지 않는 선이다. 미누친은 경계를 세 가지로 나눈다. 명확한 경계(clear boundary) — 하위체계가 구별되면서도 필요할 때 서로 통한다. 가장 기능적인 상태다. 경직된 경계(rigid boundary) — 지나치게 닫혀 서로 오가지 못하며, 그 결과가 유리(disengagement)다. 각자 알아서 살고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혼돈된(밀착된) 경계(diffuse boundary) — 지나치게 흐릿해 구별이 없으며, 그 결과가 밀착(enmeshment)이다. 한 사람의 일이 곧 모두의 일이 되고 개인의 자율성이 사라진다. 외부와의 경계도 같은 축으로 본다. 지나치게 닫힌 가족은 도움이 들어오지 못하고, 지나치게 열린 가족은 정체성과 규칙이 흔들린다. 실천에서 흔히 만나는 문제는 세대 간 경계의 붕괴다 — 자녀가 부모의 배우자 역할을 떠맡거나(부모화), 한쪽 부모와 자녀가 연합해 다른 부모를 배제하는 구도가 그것이다.
가족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겹의 작은 묶음으로 되어 있다. 부부끼리, 부모로서, 형제끼리 각각 다른 자리가 있고 그 사이에는 선이 있다. 그 선이 너무 흐리면 서로에게 파묻히고 너무 진하면 남처럼 산다. 실천에서 자주 만나는 문제는 이 선이 세대를 가로질러 무너진 자리다. 아이가 부모의 상담자 노릇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이가 착한 것이 아니라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1. 가족을 체계로 보면 안의 하위체계와 그 사이·바깥의 경계가 함께 보인다.
  2. 미누친의 구조적 가족치료가 이 두 개념을 실천에서 쓸 수 있는 도구로 만들었다.
  3. 부부 하위체계는 서로를 지지하고 부모 역할의 방향을 함께 정하는 자리다.
  4. 부모 하위체계는 양육과 규칙을, 형제자매 하위체계는 또래 관계의 학습을 맡는다.
  5. 한 사람이 여러 하위체계에 동시에 속하며 자리마다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다.
  6. 명확한 경계 — 하위체계가 구별되면서도 필요할 때 서로 통하는 가장 기능적인 상태다.
  7. 경직된 경계 — 지나치게 닫혀 오가지 못하며 그 결과가 유리(disengagement)다.
  8. 혼돈된(밀착된) 경계 — 지나치게 흐릿해 구별이 없으며 그 결과가 밀착(enmeshment)이다.
  9. 외부와의 경계도 같은 축으로 보아, 너무 닫히면 도움이 못 들어오고 너무 열리면 흔들린다.
  10. 실천에서 자주 만나는 문제는 세대 간 경계의 붕괴이며 부모화와 연합이 그 전형이다.
  1. 밀착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읽지 않는다. 밀착은 개인의 자율성이 사라진 상태이며, 친밀함과는 다르다.
  2. 유리와 밀착을 좋고 나쁨의 축으로만 보지 않는다. 둘 다 극단이며 기능적인 것은 명확한 경계이고, 문화에 따라 적정선도 달라진다.
  3. 경직된 경계와 혼돈된 경계를 뒤바꾸기 쉽다. 지나치게 닫힌 것이 경직, 지나치게 흐릿한 것이 혼돈(밀착)이다.
  4. 부모화된 아이를 「의젓하다」로 평가하지 않는다. 세대 간 경계가 무너진 신호이며, 그 아이가 지고 있는 몫을 되돌려 주는 것이 개입이다.
  5. 하위체계를 고정된 칸으로 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새 하위체계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며, 한 사람이 여러 자리에 동시에 있다.

유리와 밀착

유리(disengagement)

밀착(enmeshment)

세 가지 경계
경계상태가족의 모습실천에서 하는 일
**명확한 경계**구별되면서 통한다각자의 자리가 있고 필요할 때 돕는다유지하고 강화한다
**경직된 경계**지나치게 닫혀 있다유리 — 각자 살고 서로 무관심하다접촉과 소통의 통로를 만든다
**혼돈된 경계**지나치게 흐릿하다밀착 — 개인의 자율성이 사라진다경계를 세워 자리를 구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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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경계가 무너지는 세 가지 모양

실천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구조 문제는 세대 간 경계의 붕괴다. 세 가지 모양으로 나타난다. 첫째, 부모화(parentification).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떠맡는 것이다. 어린 자녀가 동생을 키우고 살림을 하며, 나아가 부모의 정서적 지지자 노릇까지 한다. 겉으로는 「의젓한 아이」로 보이지만, 그 아이는 자기 발달 과업을 치를 시간을 잃고 있다. 둘째, 세대 간 연합. 한쪽 부모와 자녀가 한편이 되어 다른 부모를 배제하는 구도다. 부부 하위체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 자녀가 그 사이로 끌려 들어오며, 보웬이 말한 삼각관계와 겹친다. 셋째, 우회(detouring). 부부 갈등을 직접 다루지 않고 자녀의 문제로 옮겨 놓는 것이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동안 부부는 그 문제를 두고 협력하므로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때 아이의 증상은 가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 아이만 치료하려 하면 낫지 않거나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세 경우 모두 개입의 방향은 같다 — 부부(부모) 하위체계를 다시 세우고 자녀를 그 자리에서 빼내는 것이다.

경계를 문화와 함께 읽기

유리와 밀착의 적정선은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서구의 가족치료 이론이 「밀착」이라 부르는 상태가 한국의 가족 문화에서는 평범한 수준일 수 있고, 반대로 「적절한 자율성」으로 보이는 것이 방임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경계를 사정할 때는 세 가지를 함께 본다. 첫째, 기능하고 있는가. 형태가 아니라 작동 여부로 판단한다. 서로 깊이 관여하더라도 각자가 자기 결정을 하고 있고 갈등을 다룰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니다. 둘째, 누가 불편해하는가. 가족 안에서 그 구조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 불편이 특정 사람에게만 몰려 있는지를 본다. 대개 힘이 약한 쪽 — 자녀, 며느리, 돌봄을 맡은 사람 — 에게 부담이 쏠린다. 셋째, 발달 단계에 맞는가. 유아기에 적절했던 밀착이 청소년기에는 발달을 막는다.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족생활주기에 따라 조정되어야 하며, 그 조정에 실패한 자리에서 문제가 생긴다. 문화적 역량이 가족 사정에서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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