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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립방식이라는 절충
우리 국민연금은 어느 쪽도 아닌 부분적립방식이다. 이 어정쩡함에는 이유가 있다.
1988년 제도를 시작할 때 완전적립으로 갔다면 초기 가입자들은 40년을 낸 뒤에야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나이가 든 사람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가입기간을 짧게 인정하고 급여를 후하게 설계해 초기 세대도 받을 수 있게 했다.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이므로 그만큼 세대 간 이전이 생겼다.
동시에 완전부과로 가지도 않았다. 부과방식은 인구가 안정적일 때 작동하는데,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부과로 가면 다음 세대의 부담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그래서 기금을 쌓아 그 운용수익으로 부담을 덜기로 했다.
결과는 거대한 기금과 미래의 적자가 공존하는 구조다. 국민연금기금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지만, 장기 추계로는 어느 시점에 소진된다.
개혁 논의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지금 일하는 세대가 손해를 보고, 급여를 낮추면 앞으로 받을 사람이 손해를 보며, 수급 연령을 늦추면 은퇴와 수급 사이에 공백이 생긴다. 누가 부담을 질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므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제2항제8호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에 「사회보장의 재정추계 및 재원조달 방안」을 넣은 것은, 이 판단을 정기적으로 사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리라는 요구로 읽힌다.
연금 개혁의 세 손잡이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원리상 셋뿐이다. 더 걷거나, 덜 주거나, 늦게 주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은 지금 내는 사람의 부담을 늘린다. 가장 직접적이지만 저항이 크고, 사용자도 절반을 부담하므로 기업의 반발이 따른다.
급여 수준 인하는 앞으로 받을 사람의 손실이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이며, 이미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문제는 급여가 낮아지면 노후 빈곤이 늘고, 그러면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제도에서 아낀 것이 다른 제도의 지출로 나타나는 풍선 효과다.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은 급여를 받는 기간을 줄인다. 수명이 늘었으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은퇴 연령과 수급 연령 사이의 공백이 생긴다. 60세에 퇴직하고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5년을 무엇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이 손잡이는 정년 연장이나 고령자 고용 정책과 함께 가야 뜻이 있다.
어느 것도 고통 없이 되지 않으므로, 실제 개혁은 셋을 조금씩 섞는 형태가 된다. 그리고 그 배분이 곧 세대 간·계층 간 부담의 배분이므로, 연금 개혁은 언제나 재정 문제인 동시에 분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