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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에서 구매로 바뀔 때 잃는 것
권능부여국가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급여의 성격이 권리에서 구매로 바뀐다는 것이다.
공공이 직접 제공할 때 이용자는 권리자다. 급여를 거부당하면 이의신청과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고, 상대는 처분을 한 행정청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39조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권리구제 수단으로 정한 것이 그 구조다.
민간이 공급하면 관계가 달라진다. 이용자와 기관 사이는 계약 관계에 가까워지고,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투기보다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것이 해법이 된다. 「퇴출(exit)」이 「발언(voice)」을 대신하는 것이다.
문제는 옮길 곳이 없을 때다. 공급자가 하나뿐인 지역, 중증이라 받아 주는 곳이 적은 경우에는 퇴출이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발언의 통로가 갖추어져 있지도 않다.
그래서 법이 두 가지를 함께 둔다. 거부 금지로 퇴출의 전제를 지키고(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5항), 운영위원회와 이의신청으로 발언의 통로를 만든다(사회복지사업법 제36조, 사회보장급여법 제17조).
곧 민간 공급 아래에서도 권리성을 유지하려면 거부할 수 없게 하고, 말할 수 있게 하고, 정보를 공개해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셋이 갖추어지지 않은 민영화는 권리를 시장의 우연에 맡기는 일이 된다.
우리나라 민영화의 특이한 모양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민영화는 서구와 경로가 다르다.
서구에서 민영화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던 것을 넘기는 과정이었다. 공공이 지은 시설과 공무원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거나 매각했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민간이 공급의 주체였다. 해방 이후 외원기관과 종교단체가 시설을 세웠고, 국가는 뒤늦게 제도를 갖추면서 그 민간 공급을 인정하고 보조하는 방식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국가에서 민간으로」라는 서구식 민영화 서사가 잘 맞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일어난 것은 공공성의 사후적 부과다. 이미 민간이 하고 있던 것에 국가가 재정을 대고 기준을 세우고 감독을 붙여 왔다. 사회복지사업법이 법인의 임원 구성·재산 처분·회의록 공개·후원금 관리를 겹겹이 규제하는 것, 제1조의2제2항이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을 가지며」라고 선언한 것이 그 흔적이다.
2000년대 이후의 바우처 도입은 여기에 영리 공급자를 더한 변화였다. 사회복지법인 중심이던 공급에 개인 사업자와 회사가 들어오면서, 「비영리 민간」과 「영리 민간」을 가르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곧 우리 논의의 초점은 「국가냐 민간이냐」가 아니라 「민간 공급에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있으며, 이것이 서구의 민영화 논쟁과 결이 다른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