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민영화와 권능부여국가

미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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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privatization)는 국가가 하던 일을 시장이나 민간에 넘기는 것이다. 1970년대 복지국가의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 수단이 되었다. 형태는 넷으로 나뉜다. 소유의 민영화 — 공기업이나 공공시설을 매각한다. 공급의 민영화 — 소유는 공공이 두되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거나 계약한다. 재정의 민영화 — 이용료와 본인부담을 늘려 재원의 일부를 이용자에게 옮긴다. 이용자 선택의 확대 — 바우처처럼 이용자가 공급자를 고르게 한다. 논거는 효율과 선택이다. 경쟁이 비용을 낮추고 질을 올리며, 이용자가 고를 수 있어 서비스가 이용자를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론은 공공성의 약화다. 영리 추구가 질을 떨어뜨리고, 수익이 나지 않는 대상과 지역이 배제되며(크림 스키밍), 종사자의 처우가 나빠지고, 책임의 소재가 흐려진다. 우리나라의 민영화는 소유의 매각보다 공급의 위탁과 이용자 선택의 확대 쪽으로 진행되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제5항의 시설 위탁,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기관 지정 방식이 그것이다. 사회보험 자체를 민영화한 예는 없다. 권능부여국가(enabling state)는 이 흐름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길버트(N. Gilbert)가 제시했으며, 국가가 직접 급여를 제공하는 주체에서 민간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조정하는 주체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국가는 재정을 대고 규제하며 정보를 제공하되 공급은 민간이 한다. 「복지국가에서 권능부여국가로」라는 표현이 이 전환을 요약한다. 평가는 갈린다. 긍정적으로 보면 국가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해지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국가가 책임을 민간과 개인에게 떠넘기면서 권리를 서비스 구매로 바꾸는 것이다. 어느 쪽이 되는가는 규제와 재정의 설계에 달렸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민영화를 「국가가 손을 뗀다」로 읽으면 실제와 어긋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의 재정 지출은 줄지 않았다. 바뀐 것은 그 돈이 어디를 거쳐 가는가다 — 공무원이 직접 서비스를 주던 것에서, 국가가 민간에 값을 치르고 민간이 서비스를 주는 형태로 옮겨 갔다. 그래서 국가의 일이 제공에서 구매와 감독으로 바뀌었고, 그것이 권능부여국가라는 이름의 뜻이다.
  1. 민영화의 네 형태 — 소유·공급·재정의 민영화와 이용자 선택의 확대.
  2. 소유의 민영화는 공기업·시설의 매각이고, 공급의 민영화는 운영의 위탁·계약이다.
  3. 재정의 민영화는 이용료와 본인부담을 늘려 재원을 이용자에게 옮기는 것이다.
  4. 민영화의 논거는 경쟁을 통한 효율과 질 향상, 그리고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다.
  5. 반론은 공공성 약화·크림 스키밍·종사자 처우 악화·책임 소재의 불명확이다.
  6. 우리나라의 민영화는 소유의 매각보다 공급의 위탁과 이용자 선택의 확대 쪽으로 갔다.
  7. 사회보험 자체를 민영화한 예는 없다는 점이 우리 제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8. 권능부여국가는 길버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국가의 역할 전환을 가리킨다.
  9. 권능부여국가에서 국가는 재정·규제·정보 제공을 맡고 공급은 민간이 한다.
  10. 평가가 갈리는 지점은 국가의 역할이 정교해진 것인가 책임을 떠넘긴 것인가다.
  1. 민영화를 소유의 매각으로만 좁히면 틀린다. 위탁·본인부담 확대·바우처도 민영화의 형태다.
  2. 「민영화로 국가의 재정 지출이 크게 줄었다」로 적으면 틀린다. 줄지 않은 경우가 많다.
  3. 권능부여국가를 「국가가 손을 떼는 것」으로 읽으면 틀린다. 재정과 규제는 국가가 맡는다.
  4. 권능부여국가 개념의 제안자를 다른 학자로 적은 선지를 조심할 것 — 길버트다.
  5.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을 민영화했다」로 적으면 틀린다. 그런 예가 없다.
복지국가

국가가 직접 급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공급의 주체이고, 급여는 권리로 주어진다. 안정적이고 평등하지만 경직되고 대응이 느리다.

권능부여국가 (enabling state)

국가가 재정을 대고 규제하며 정보를 제공하되 공급은 민간이 한다. 이용자는 선택하고 공급자는 경쟁한다. 유연하지만 권리성이 약해지고 규제가 곧 서비스의 질이 된다.

민영화의 네 형태
형태무엇을 넘기는가보기
소유의 민영화소유권공기업·공공시설의 매각
공급의 민영화운영시설의 위탁, 서비스 계약
재정의 민영화비용 부담본인부담금 인상, 이용료 확대
이용자 선택의 확대선택권바우처, 기관 지정 후 이용자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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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에서 구매로 바뀔 때 잃는 것

권능부여국가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급여의 성격이 권리에서 구매로 바뀐다는 것이다. 공공이 직접 제공할 때 이용자는 권리자다. 급여를 거부당하면 이의신청과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고, 상대는 처분을 한 행정청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39조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권리구제 수단으로 정한 것이 그 구조다. 민간이 공급하면 관계가 달라진다. 이용자와 기관 사이는 계약 관계에 가까워지고,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투기보다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것이 해법이 된다. 「퇴출(exit)」이 「발언(voice)」을 대신하는 것이다. 문제는 옮길 곳이 없을 때다. 공급자가 하나뿐인 지역, 중증이라 받아 주는 곳이 적은 경우에는 퇴출이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발언의 통로가 갖추어져 있지도 않다. 그래서 법이 두 가지를 함께 둔다. 거부 금지로 퇴출의 전제를 지키고(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5항), 운영위원회와 이의신청으로 발언의 통로를 만든다(사회복지사업법 제36조, 사회보장급여법 제17조). 곧 민간 공급 아래에서도 권리성을 유지하려면 거부할 수 없게 하고, 말할 수 있게 하고, 정보를 공개해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셋이 갖추어지지 않은 민영화는 권리를 시장의 우연에 맡기는 일이 된다.

우리나라 민영화의 특이한 모양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민영화는 서구와 경로가 다르다. 서구에서 민영화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던 것을 넘기는 과정이었다. 공공이 지은 시설과 공무원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거나 매각했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민간이 공급의 주체였다. 해방 이후 외원기관과 종교단체가 시설을 세웠고, 국가는 뒤늦게 제도를 갖추면서 그 민간 공급을 인정하고 보조하는 방식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국가에서 민간으로」라는 서구식 민영화 서사가 잘 맞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일어난 것은 공공성의 사후적 부과다. 이미 민간이 하고 있던 것에 국가가 재정을 대고 기준을 세우고 감독을 붙여 왔다. 사회복지사업법이 법인의 임원 구성·재산 처분·회의록 공개·후원금 관리를 겹겹이 규제하는 것, 제1조의2제2항이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을 가지며」라고 선언한 것이 그 흔적이다. 2000년대 이후의 바우처 도입은 여기에 영리 공급자를 더한 변화였다. 사회복지법인 중심이던 공급에 개인 사업자와 회사가 들어오면서, 「비영리 민간」과 「영리 민간」을 가르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곧 우리 논의의 초점은 「국가냐 민간이냐」가 아니라 「민간 공급에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있으며, 이것이 서구의 민영화 논쟁과 결이 다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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