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의 원칙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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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allocation)은 누구에게 급여를 줄 것인가를 정하는 차원이며, 그 첫 갈림길이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다. 보편주의(universalism)는 사회적 권리로서 모든 국민에게 급여를 제공한다. 자격을 인구학적 기준(연령·거주 등)으로 정하고 자산조사를 하지 않는다. 급여를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으므로 낙인이 없고, 모두가 이용자이므로 사회통합에 이롭다. 행정이 단순해 운영효율성이 높고, 중산층이 함께 포함되므로 제도를 지지하는 정치적 기반이 넓다. 대신 비용이 크고 목표효율성이 낮다. 선별주의(selectivism)는 자산조사 등으로 필요한 사람을 가려 급여를 제공한다. 한정된 자원을 필요한 곳에 집중하므로 목표효율성이 높고 비용이 적다. 대신 자산조사에 행정비용이 들고, 조사 과정이 낙인을 낳아 자격이 있는데도 신청하지 않는 사람을 만든다. 급여를 받는 사람과 세금을 내는 사람이 갈려 사회통합에 불리하고, 소득이 조금 늘면 급여를 잃는 구조가 빈곤의 함정을 만든다. 우리나라의 예를 보면 둘이 섞여 있다. 보편주의에 가까운 것 — 국민건강보험(전 국민 가입), 아동수당(연령 기준), 무상보육, 의무교육. 선별주의에 가까운 것 — 국민기초생활보장(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의료급여, 긴급복지지원, 기초연금(65세 이상 중 70% 수준으로 소득인정액 기준이 있으므로 순수한 보편주의는 아니다). 절충의 형태도 여럿이다. 자산조사 없이 인구학적 기준만 쓰되 소득 상위를 잘라 내는 방식, 급여는 보편적으로 주되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식(클로백), 자산조사 대신 행정자료로 자격을 확인해 신청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회보장급여법 제13조제2항이 소득·재산 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조사의 일부를 생략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계열이다.
보편과 선별을 가르는 물음은 「자산조사를 하는가」다. 이 하나에서 나머지가 모두 따라 나온다 — 조사를 하면 필요한 사람만 가려낼 수 있지만(목표효율성) 비용이 들고(운영효율성 하락) 부끄러움이 생기며(낙인) 소득이 늘 때 잃을 것이 생긴다(빈곤의 함정). 조사를 하지 않으면 그 반대다. 두 원칙의 장단점 목록을 외우기보다 자산조사 하나에서 연역하는 편이 안전하다.
  1. 보편주의는 사회적 권리로서 모든 국민에게 주며 자산조사를 하지 않는다.
  2. 선별주의는 자산조사 등으로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어 그들에게만 급여를 제공한다.
  3. 보편주의의 강점 — 낙인 없음, 사회통합, 운영효율성, 넓은 정치적 지지.
  4. 보편주의의 약점은 총비용이 크고 목표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 필요 없는 사람에게도 간다.
  5. 선별주의의 강점은 목표효율성이 높고 총비용이 적다는 것이다 — 필요한 곳에 집중된다.
  6. 선별주의의 약점은 행정비용·낙인·사회통합 저해·빈곤의 함정 넷으로 정리된다.
  7. 우리 제도에서 보편에 가까운 것은 건강보험·아동수당·무상보육이다.
  8. 선별에 가까운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의료급여·긴급복지지원이다.
  9. 기초연금은 연령 기준에 소득인정액 기준이 겹쳐 순수한 보편주의가 아니다.
  1. 두 원칙의 장단점을 맞바꾼 선지가 흔하다. 목표효율성은 선별주의, 운영효율성은 보편주의가 높다.
  2. 「보편주의는 낙인을 낳는다」로 뒤집은 선지를 조심할 것. 낙인은 선별주의의 문제다.
  3. 「선별주의가 사회통합에 유리하다」로 적으면 틀린다. 보편주의가 유리하다.
  4. 기초연금을 완전한 보편주의로 적은 선지가 나온다. 소득인정액 기준이 있다.
  5. 빈곤의 함정을 보편주의의 약점으로 적으면 틀린다. 선별주의에서 생긴다.
보편주의의 정치

중산층이 함께 급여를 받으므로 제도를 지지하는 기반이 넓다. 예산이 삭감될 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제도가 안정적이며, 「빈민을 위한 제도는 빈약한 제도가 된다」는 경험칙의 반대 사례가 된다.

선별주의의 정치

수급자만 이익을 얻으므로 지지 기반이 좁다. 세금을 내는 다수와 급여를 받는 소수가 갈리면 「왜 내 세금으로」라는 반발이 생기고, 급여 수준이 낮게 유지되는 압력이 작동한다.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축보편주의선별주의
자격사회적 권리 · 인구학적 기준자산조사 등으로 선별
낙인없다있다 — 수급률 하락
목표효율성낮다높다
운영효율성높다(조사 없음)낮다(조사 비용)
사회통합유리불리 — 수급자와 납세자가 갈린다
비용크다적다
근로 유인영향 적음빈곤의 함정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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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을 위한 제도는 빈약한 제도가 된다」

이 말은 보편주의를 옹호하는 가장 유명한 논거다. 티트머스와 뒤의 여러 연구자가 되풀이해 온 명제이며, 논리는 정치적이다. 선별적 급여는 받는 사람이 소수다. 그 소수는 대개 정치적으로 약하다 — 조직되어 있지 않고, 투표율이 낮으며, 발언권이 작다. 반면 세금을 내는 다수는 그 급여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러면 예산을 짤 때 이 급여는 가장 먼저 깎이는 항목이 된다. 보편적 급여는 반대다. 중산층이 함께 받으므로 삭감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정치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급여 수준이 유지되거나 오른다. 스웨덴의 보편적 사회서비스가 오래 유지된 것,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은 손대기 어려운데 공공부조(TANF)는 쉽게 축소된 것이 이 명제의 근거로 인용된다. 반론도 있다. 한정된 재원에서는 보편적 급여의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정작 가난한 사람이 받는 금액은 선별적 급여보다 적어진다는 지적이다. 「보편적이지만 얇은」 급여와 「선별적이지만 두터운」 급여 가운데 무엇이 빈곤 완화에 나은지는 실증 문제다. 실제 나라들은 둘을 섞는다. 보편적 기초 위에 선별적 보충을 얹는 다층 구조가 흔하며, 우리 노후소득보장이 기초연금(준보편) + 국민연금(기여) + 기초생활보장(선별)의 층으로 짜인 것도 그 형태다.

낙인이 수급률을 떨어뜨리는 경로

선별주의의 가장 큰 비용은 행정비용이 아니라 미신청일 수 있다. 자격이 있는데도 신청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을 비수급률(non-take-up)이라 하며, 나라마다 공공부조에서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원인은 셋으로 정리된다. 첫째, 낙인이다. 신청 자체가 실패의 인정으로 느껴지고, 창구에서의 경험이 모멸감을 준다. 둘째, 정보의 부족이다. 제도가 복잡하고 자격 기준이 어려워 자신이 대상인지 모른다. 셋째, 거래비용이다. 서류를 갖추고 여러 번 방문하는 부담이 급여의 값어치보다 크게 느껴진다. 우리 법은 이 셋에 각각 대응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낙인에 대해서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1조제5항과 사회보장급여법의 관련 규정이 신청의 철회나 포기를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정보의 부족에 대해서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1조제4항이 전담공무원에게 선정기준과 급여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할 의무를 지우고, 사회보장급여법 제10조가 자료 제공과 홍보를 의무화한다. 거래비용에 대해서는 제5조가 직권 신청을 열어 두고 제13조제2항이 조사의 일부 생략을 허용한다. 나아가 사회보장급여법의 발굴 규정 전체(제11조~제13조)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응이다. 신청을 기다리는 대신 단전·단수·체납 같은 흔적으로 찾아 나가는 방식이며, 선별주의를 유지하면서 미신청 문제를 줄이려는 설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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