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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모형이 뒤집은 전제
쓰레기통모형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결정의 인과 순서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 문제가 생기고, 해결책을 찾고, 결정한다. 코헨·마치·올슨은 실제 조직에서 그 순서가 자주 거꾸로라고 보았다. 해결책이 먼저 있고 그것을 정당화할 문제를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어떤 부서가 새 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 하면, 그것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찾아 제시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조건이 조직화된 무정부 상태다. 대학이 그들의 원래 연구 대상이었다. 대학은 무엇이 목표인지 합의되어 있지 않고(선호의 불명확성), 좋은 교육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아무도 확실히 모르며(불명확한 기술), 회의마다 참석자가 다르다(참여자의 유동성).
공공정책에도 같은 조건이 흔하다. 사회복지 영역은 특히 그렇다 — 「좋은 복지」가 무엇인지 합의되지 않고, 어떤 개입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인과가 불분명하며, 담당자와 위원이 계속 바뀐다.
진빼기 결정과 날치기 통과라는 두 방식이 특히 실무의 감각과 맞는다. 앞은 문제를 제기하던 사람들이 지쳐 떠날 때까지 미루다가 조용히 결정하는 것이고, 뒤는 반대가 붙기 전에 재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어느 쪽도 「좋은 결정」의 모습은 아니지만,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을 이름 붙였다는 점에 이 모형의 값이 있다.
초합리성이 필요한 자리
드로어의 초합리성은 애매해 보이지만, 그가 겨눈 상황은 구체적이다 — 선례가 없고, 자료가 없으며, 시간이 없는 결정이다.
합리모형은 대안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전제하는데, 처음 겪는 일에는 견줄 자료가 없다. 점증모형은 기존 정책을 출발점으로 삼는데, 기존 정책이 없으면 출발점도 없다. 두 모형 모두 전례 없는 상황에서 무력하다.
이때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 직관과 통찰이다. 경험 많은 결정자가 「이건 안 될 것 같다」고 느끼는 판단, 문제를 다르게 규정해 새 대안을 만들어 내는 창의가 그것이다. 드로어는 이를 비합리로 치부하지 말고 정책결정의 정당한 구성요소로 인정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초합리성은 검증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약점이 있다. 좋은 직관과 나쁜 직관을 구별할 기준이 없으면, 「초합리적 판단」이 자의적 결정을 정당화하는 말로 쓰일 수 있다.
드로어가 초정책결정 단계와 환류를 강조한 것이 그 보완이다. 초정책결정은 「어떻게 결정할지를 결정하는」 단계로, 어떤 문제에 어느 정도의 자원과 어떤 방식을 쓸지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그리고 결정 뒤에는 결과를 재어 되먹인다. 직관을 허용하되 그 앞뒤에 절차를 두어 통제하려는 설계이며, 사회복지 평가에서 과정평가와 성과평가를 함께 두는 논리와 같은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