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 모형

합리·만족·점증모형

미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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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모형(rational model)은 정책결정자가 모든 대안과 그 결과를 알고 가치를 명확히 하여 최선의 대안을 고른다고 전제한다. 목표를 정하고, 가능한 모든 대안을 찾고, 각 대안의 결과를 예측하고, 비용과 편익을 견주어 최적의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적 인간(economic man)을 전제하는 규범적·이상적 모형이며,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 인간의 인지 능력에 한계가 있고, 정보 수집에 비용이 들며, 가치가 하나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족모형(satisficing model)은 사이먼(H. Simon)이 제시했다.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안에서 판단하므로 최적의 대안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수준(satisficing)의 대안을 찾으면 탐색을 멈춘다는 것이다. 모든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살펴보다가 기준을 넘는 것이 나오면 고른다. 현실을 설명하는 기술적(記述的) 모형이며, 다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주관적이라 보수적 결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점증모형(incremental model)은 린드블롬(C. Lindblom)이 제시했다. 정책은 기존 정책에서 조금씩 수정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며, 결정자는 과거의 정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약간의 변화만 검토한다. 이유는 셋이다 — 인지의 한계, 이해관계자와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 급격한 변화의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중시하는 현실적 모형이며, 린드블롬은 이를 「그럭저럭 헤쳐 나가기(muddling through)」라 불렀다. 점증모형의 한계는 보수성이다. 기존 정책이 잘못되었을 때 근본적 전환을 설명하지 못하고, 기득권이 있는 정책이 계속 유지되는 것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회복지에서 새 제도를 도입할 때는 점증적이지 않은 결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세 모형은 규범적(합리) → 기술적(만족) → 정치적(점증)의 순서로 현실에 가까워진다고 읽을 수 있다.
세 모형을 가르는 물음은 「어디까지 알아보고 결정하는가」다. 합리모형은 전부, 만족모형은 쓸 만한 것이 나올 때까지, 점증모형은 지금 것에서 조금만 본다. 뒤로 갈수록 검토 범위가 좁아지고 현실에 가까워지며, 대신 근본적 변화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 맞바꿈이 다음 장의 혼합모형과 최적모형이 나온 까닭이다.
  1. 합리모형은 모든 대안과 결과를 알고 최선을 고른다고 전제하는 규범적·이상적 모형이다.
  2. 합리모형은 인지의 한계·정보 비용·가치의 다원성 때문에 현실에서 성립하기 어렵다.
  3. 만족모형은 사이먼이 제시했고 제한된 합리성 안에서 판단한다고 전제한다.
  4. 만족모형에서는 모든 대안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안이 나오는 데서 탐색을 멈춘다.
  5. 점증모형은 린드블롬이 제시했고 기존 정책에서 조금씩 수정된다고 본다.
  6. 점증모형의 근거 셋 — 인지의 한계, 이해관계자와의 타협, 급격한 변화의 위험.
  7. 린드블롬은 점증적 결정을 「그럭저럭 헤쳐 나가기(muddling through)」라 불렀다.
  8. 점증모형의 한계는 보수성으로, 근본적 전환과 기득권 유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9. 세 모형은 규범적(합리) → 기술적(만족) → 정치적(점증) 순으로 현실에 가까워진다.
  1. 만족모형과 점증모형의 학자를 맞바꾼 선지가 흔하다. 사이먼이 만족, 린드블롬이 점증이다.
  2. 합리모형을 「현실을 잘 설명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규범적·이상적 모형이다.
  3. 만족모형을 「최적의 대안을 찾는다」로 적으면 틀린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멈춘다.
  4. 점증모형을 「근본적 개혁을 설명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보수성이 그 한계다.
  5. 제한된 합리성을 「합리성이 없다」로 읽지 말 것. 한계 안에서의 합리성이다.
만족모형 — 왜 멈추는가

모든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순차적으로 살펴보다가 미리 정한 기준(열망 수준)을 넘는 대안이 나오면 거기서 멈춘다. 최적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것을 고른다.

점증모형 — 왜 조금만 바꾸는가

이해관계자가 여럿이라 타협해야 하고, 크게 바꾸면 되돌리기 어려운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약간의 변화만 검토하므로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세 모형
모형전제탐색 범위성격학자
합리모형완전한 정보와 인지모든 대안규범적·이상적
만족모형제한된 합리성만족 수준에 이를 때까지기술적(현실 설명)사이먼
점증모형타협과 정치적 실현 가능성기존 정책 ± 약간정치적·보수적린드블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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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합리성이 바꾼 것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은 경제학과 행정학 모두에 큰 영향을 준 개념이다. 요지는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계는 셋이다. 첫째, 인지의 한계 — 사람은 한 번에 몇 가지 이상을 견주지 못한다. 둘째, 정보의 한계 — 모든 대안과 그 결과를 알 수 없고, 알아내는 데 비용이 든다. 셋째, 시간의 한계 — 결정에는 마감이 있다. 이 한계 안에서 사람이 쓰는 전략이 만족화(satisficing)다. 최적을 찾는 대신 열망 수준(aspiration level)을 정해 두고 그것을 넘는 첫 대안을 고른다. 집을 구할 때 모든 매물을 보지 않고 조건에 맞는 것이 나오면 계약하는 것과 같다. 흥미로운 점은 열망 수준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좋은 대안이 자주 나오면 기준이 올라가고, 안 나오면 내려간다. 그래서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 사회복지 실무에도 이 통찰이 그대로 쓰인다. 사례관리자가 이용자에게 모든 자원을 다 조사해 최적의 조합을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는 쓸 만한 자원이 확보되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조정한다. 사회보장급여법 제42조의2가 통합사례관리를 「상담과 지도 → 욕구조사 → 계획 수립 → 연계·제공」의 순환으로 적은 것도, 한 번에 완결되는 결정이 아니라 반복해 다듬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점증주의가 사회복지에서 갖는 양면

린드블롬의 점증모형은 현실을 잘 설명하지만 규범적으로는 불편한 모형이다. 설명력은 분명하다. 예산은 전년도를 기준으로 몇 퍼센트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정해지고, 법 개정도 기존 조문을 조금씩 손보는 형태다. 우리 사회복지 법제의 개정 이력을 보면 대부분 몇 개 조문을 고치는 일부개정이며, 전부개정은 드물다. 장점도 있다. 급격한 변화는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잘못되었을 때 되돌리기 어렵다. 조금씩 바꾸면 실수의 비용이 작고 수정이 쉽다. 이해관계자와 타협하며 가므로 정치적 저항도 적다. 문제는 필요한 전환을 막는다는 것이다. 기존 정책이 방향 자체가 틀렸을 때 점증적 수정으로는 고쳐지지 않는다. 또 이미 급여를 받는 집단은 조직되어 있어 지키기 쉽고, 아직 받지 못하는 집단은 조직되지 않아 새 급여를 만들기 어렵다. 점증주의는 가진 쪽에 유리한 편향을 갖는다. 실제로 우리 제도의 큰 변화들은 점증적이지 않았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생활보호법을 대체한 것, 2015년 통합급여가 맞춤형 급여로 바뀐 것, 2016년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개정된 것은 모두 단절적 전환이다. 이런 전환을 설명하려면 킹던의 정책의 창이나 다음 장의 혼합모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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