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화

복지혼합과 복지다원주의

미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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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혼합(welfare mix)은 복지가 국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주체의 조합으로 공급된다는 관점이다. 주체는 넷으로 정리된다 — 국가(공공부문), 시장(민간 영리), 자원부문(비영리·제3섹터), 비공식 부문(가족·친척·이웃). 복지다원주의(welfare pluralism)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 관점은 1970년대 복지국가의 위기 이후 힘을 얻었다. 국가가 모든 것을 공급하는 모델이 재정과 효율에서 한계를 드러내자, 역할을 나누자는 논의가 나온 것이다. 다만 복지혼합은 새로운 발명이 아니라 원래 있던 사실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 복지국가 이전에도 가족과 교회, 상호부조 조직이 복지를 맡아 왔다. 공급의 세 기능을 나누어 보면 논의가 또렷해진다. 재정(financing), 공급(provision), 규제(regulation)가 그것이며, 이 셋이 반드시 한 주체에게 있을 필요는 없다. 국가가 재정을 대고 규제하되 공급은 민간이 하는 조합이 오늘 가장 흔한 형태다. 우리 사회복지시설의 다수가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되 국고보조를 받고 지자체의 감독을 받는 구조인 것이 그 예다. 민영화(privatization)는 복지혼합의 한 방향이다. 국가가 하던 일을 시장에 넘기는 것이며, 형태는 여럿이다 — 소유의 민영화(공기업 매각), 공급의 민영화(위탁·계약), 재정의 민영화(이용료 부담 확대),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바우처).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가 마지막 형태에 가깝다. 긍정적 평가는 이용자의 선택권이 늘고 공급자 사이의 경쟁으로 질이 오르며 국가의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부정적 평가는 영리 추구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과 대상이 배제되며(크림 스키밍), 공급자가 난립해 관리가 어려워지고, 종사자의 처우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자원부문의 역할도 새롭게 조명된다. 비영리 조직은 영리 추구가 없어 시장의 단점을 피하면서, 국가보다 유연하고 사각지대에 닿기 쉽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재원이 불안정하고 서비스의 표준화가 어렵다.
복지혼합을 「국가가 손을 뗀다」로 읽으면 오해다. 실제로 일어난 것은 국가의 역할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뀐 것이다 — 직접 공급자에서 재정 부담자와 규제자로 옮겨 갔다. 재정·공급·규제의 세 기능을 갈라 보면 이것이 분명해진다. 돈은 국가가 대고 서비스는 민간이 하며 기준은 국가가 정하는 조합이 오늘의 표준이고, 그래서 규제의 설계가 서비스 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1. 복지혼합의 네 주체 — 국가·시장·자원부문(비영리)·비공식 부문(가족).
  2. 복지다원주의는 복지혼합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므로 다른 개념으로 갈라 두지 않는다.
  3. 1970년대 복지국가의 위기 이후 역할 분담 논의로 힘을 얻었으나 사실 자체는 그 전부터 있었다.
  4. 공급의 세 기능 — 재정·공급·규제이며 한 주체에게 몰릴 필요가 없다.
  5. 오늘 가장 흔한 조합은 국가가 재정을 대고 규제하되 공급은 민간이 하는 형태다.
  6. 민영화의 형태 — 소유·공급·재정의 민영화와 이용자 선택권 확대(바우처).
  7. 긍정적 평가는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 경쟁을 통한 질 향상, 국가 재정 부담의 완화다.
  8. 부정적 평가 — 질 저하, 크림 스키밍(수익 나는 대상만 고름), 종사자 처우 악화.
  9. 자원부문은 유연하고 사각지대에 닿기 쉬우나 재원이 불안정하다는 약점이 있다.
  1. 복지혼합을 「국가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으로 적으면 틀린다.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2. 복지다원주의를 복지혼합과 다른 개념으로 적은 선지가 나온다. 같은 뜻으로 쓰인다.
  3. 네 주체에서 비공식 부문(가족)을 빼놓는 선지를 조심할 것.
  4. 「민영화는 공급의 이전만을 뜻한다」로 좁히면 틀린다. 소유·공급·재정·선택권의 여러 형태가 있다.
  5. 크림 스키밍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 것. 수익이 나는 대상만 고르는 것이다.
재정 — 누가 돈을 대는가(국가·이용자·기부)공급 — 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가(국가·법인·기업·가족)규제 — 누가 기준을 정하고 감독하는가셋이 한 주체일 필요가 없다 — 국가 재정 + 민간 공급 + 국가 규제가 오늘의 표준
복지혼합의 네 주체
주체강점약점
국가보편성·안정성·권리성경직성·관료제 비효율
시장효율·선택권·다양성크림 스키밍·질 저하·배제
자원부문유연성·사각지대 접근·혁신재원 불안정·표준화 어려움
비공식 부문즉시성·친밀성·낮은 비용돌봄 부담의 편중(주로 여성)·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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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스키밍이 생기는 자리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은 공급자가 비용이 적게 들고 성과가 잘 나는 이용자만 골라 받는 현상이다. 우유에서 지방(크림)만 걷어 낸다는 비유에서 왔다. 왜 생기는가. 서비스의 단가가 이용자마다 같게 정해져 있으면, 공급자는 손이 덜 가는 사람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장기요양기관이 중증보다 경증 이용자를 선호하고, 직업훈련 기관이 취업이 잘될 사람을 골라 받으며, 자활사업이 성과가 나기 쉬운 참여자를 우선하는 것이 그 예다. 결과는 두 겹이다. 첫째, 가장 필요한 사람이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중증장애인, 장기 실업자, 복합 문제를 가진 가구가 밀려난다. 둘째, 성과 지표가 왜곡된다. 취업률이 높게 나오지만 그것은 원래 취업할 사람들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응은 세 갈래다. 단가를 차등화해 중증 이용자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는 것(장기요양의 등급별 수가), 제공 거부를 금지하는 것(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5항, 의료급여법의 관련 규정), 성과 지표를 손보는 것(단순 취업률이 아니라 취약도를 보정한 지표)이다. 곧 크림 스키밍은 민영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규제 설계의 문제이며, 이것이 복지혼합에서 규제가 핵심 변수가 되는 이유다.

바우처가 놓인 자리

바우처(증서)는 복지혼합의 여러 형태 가운데 이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자리에 있다. 재정은 공공이 대고 선택은 이용자가 하며 공급은 민간이 한다. 논리는 이렇다. 현물급여는 국가가 무엇을 줄지 정하므로 이용자의 선호가 반영되지 않고, 현금급여는 자유롭지만 다른 데 쓰일 수 있다. 바우처는 용도를 정해 두되 그 안에서 공급자를 고르게 하여 둘의 장점을 취한다. 이용자가 공급자를 고르므로 공급자끼리 경쟁하고, 그 경쟁이 질을 올린다는 것이 설계 의도다. 조건이 있다. 첫째, 고를 수 있을 만큼 공급자가 있어야 한다. 한 곳뿐인 농촌에서는 선택권이 이름뿐이다. 둘째, 이용자가 질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돌봄과 의료에서는 어렵다. 셋째,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평가 결과가 공표되지 않으면 고를 근거가 없고, 그래서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의2의 시설 평가와 결과 공표가 바우처 체계에서 특히 중요해진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노인돌봄·장애인활동지원·산모신생아 등에 전자바우처를 도입했고, 사회보장급여법 제29조제3항제4호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업무에 사회서비스이용권의 이용·지급 및 정산에 필요한 정보시스템의 운영을 넣은 것이 그 기반이다. 도입 뒤 드러난 문제는 종사자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이며, 단가가 낮으면 경쟁이 질이 아니라 인건비 깎기로 나타난다는 것이 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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