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화

에스핑-안데르센의 세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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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핑-안데르센(G. Esping-Andersen)은 『복지자본주의의 세 세계』(1990)에서 복지국가를 지출의 크기가 아니라 분배의 원리로 분류했다. 두 축을 세웠다.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는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다. 자본주의에서 사람은 자기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아야 사는데, 복지급여가 그 의존을 얼마나 덜어 주는가를 잰다. 급여의 수준, 수급 요건의 관대함, 적용 범위가 지표가 된다. 계층화(stratification)는 복지제도가 사회적 지위와 계층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다. 제도가 기존의 격차를 그대로 옮기는지, 새 격차를 만드는지, 없애는지를 본다. 자유주의(liberal) 복지국가는 탈상품화가 낮고 계층화는 이중구조를 낳는다. 자산조사에 기초한 공공부조가 중심이고 급여 수준이 낮으며, 시장의 역할이 크다. 수급자에게 낙인이 따르고 그 결과 급여를 받는 사람과 시장에서 해결하는 사람으로 사회가 갈린다.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가 여기 든다. 조합주의(corporatist)·보수주의 복지국가는 탈상품화가 중간이고 계층화는 직업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직업별로 나뉜 사회보험이 중심이라 공무원·사무직·생산직의 급여가 각각 다르다. 가족주의가 강해 돌봄을 가족(주로 여성)에게 맡기고, 보충성 원칙에 따라 가족이 못 할 때에만 국가가 나선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가 여기 든다.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tic) 복지국가는 탈상품화가 높고 계층화는 평등을 지향한다. 보편주의적 급여와 높은 수준의 사회서비스가 중심이고, 중산층까지 같은 제도에 포함해 이중구조를 만들지 않는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돌봄을 사회화한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이 여기 든다. 비판도 많다. 젠더 관점의 부재(무급 돌봄노동을 고려하지 않았다), 남유럽 모형과 동아시아 모형을 담지 못한다는 지적, 세 유형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에스핑-안데르센의 공헌은 「얼마나 쓰는가」에서 「어떻게 나누는가」로 물음을 바꾼 것이다. 지출 비중이 비슷해도 그것이 직업별로 갈려 나가면 조합주의이고, 모두에게 같은 자격으로 가면 사회민주주의다. 그래서 탈상품화(시장 의존을 얼마나 덜었나)와 계층화(격차를 어떻게 만들었나) 두 자만 잡으면 세 유형이 저절로 배열된다.
  1. 분류의 기준은 지출의 크기가 아니라 분배의 원리이며 두 축은 탈상품화와 계층화다.
  2. 탈상품화는 노동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잰다.
  3. 계층화는 복지제도가 사회적 지위와 계층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를 본다.
  4. 자유주의 — 탈상품화 낮음, 자산조사 중심, 이중구조와 낙인. 미국·영국·캐나다.
  5. 조합주의(보수주의) — 탈상품화 중간, 직업별 사회보험으로 지위가 유지된다. 독일·프랑스.
  6. 조합주의는 가족주의가 강해 돌봄을 가족에게 맡기고 보충성 원칙을 따른다.
  7. 사회민주주의 — 탈상품화 높음, 보편주의와 높은 사회서비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8. 사회민주주의는 중산층까지 같은 제도에 포함해 이중구조를 만들지 않는다.
  9. 비판 — 젠더 관점의 부재, 남유럽·동아시아 모형의 누락, 지나친 단순화.
  1. 세 유형과 나라를 맞바꾼 선지가 이 자리의 최다 오답이다. 미국-자유주의, 독일-조합주의, 스웨덴-사회민주주의다.
  2. 「탈상품화가 높을수록 시장 의존이 크다」로 뒤집은 선지를 조심할 것. 의존이 작다는 뜻이다.
  3. 조합주의를 「평등을 지향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직업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4. 「분류 기준은 사회지출의 규모」로 적으면 틀린다. 탈상품화와 계층화라는 원리다.
  5. 가족주의를 사회민주주의의 특징으로 적은 선지가 있다. 조합주의의 특징이다.
탈상품화 (de-commodification)

노동력을 팔지 않고도 살 수 있는가를 잰다. 급여 수준이 높고 수급 요건이 관대하며 적용이 넓을수록 높다. 높으면 노동자가 나쁜 조건의 일자리를 거부할 힘이 생기고, 그것이 노동시장의 교섭력으로 이어진다.

계층화 (stratification)

제도가 어떤 사회를 만드는가를 본다. 복지가 기존의 격차를 그대로 옮기면(조합주의) 지위가 굳고, 수급자와 비수급자를 가르면(자유주의) 이중구조가 생기며, 모두를 같은 제도에 넣으면(사회민주주의) 평등해진다.

세 유형
유형탈상품화계층화중심 제도나라
자유주의낮음이중구조·낙인자산조사 공공부조, 시장미국·영국·캐나다
조합주의(보수주의)중간직업적 지위 유지직업별 사회보험, 가족주의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사회민주주의높음평등 지향보편주의 급여·사회서비스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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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상품화가 노동시장의 힘이 되는 이유

탈상품화는 겉으로는 복지의 관대함을 재는 지표처럼 보이지만, 에스핑-안데르센이 이 개념을 고른 이유는 노동시장의 권력관계 때문이다. 노동자가 급여 없이 살 수 없다면 어떤 조건의 일자리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협상력이 없다. 반대로 실업급여가 넉넉하고 오래 나오면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고, 그 거부 가능성 자체가 임금과 노동조건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탈상품화가 높은 나라는 저임금 일자리가 적다.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그런 일자리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반대로 탈상품화가 낮은 나라에서는 아주 낮은 임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미국과 스웨덴의 노동시장 구조 차이가 이 논리로 설명된다. 이 관점은 우리 제도를 읽는 데도 쓰인다. 고용보험 구직급여의 소정급여일수가 짧고 수급 요건(피보험 단위기간 180일)이 있으며 자발적 이직이 제한되는 구조는 탈상품화를 낮추는 방향이다. 반면 국민연금·건강보험의 보편적 적용은 높이는 방향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제도마다 방향이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유형론은 평균적 경향을 말할 뿐이다. 에스핑-안데르센은 1999년 저작에서 탈가족화(de-familialization)라는 세 번째 축을 더했다. 가족, 특히 여성에게 얼마나 덜 의존하게 하는가를 재는 것이며, 젠더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다.

우리나라는 어느 유형인가

한국을 세 유형 가운데 어디에 넣을지는 오래 다투어져 왔고,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자유주의로 보는 근거 — 사회지출 비중이 OECD 최하위권이고, 공공부조의 자산조사가 엄격하며, 민간 보험과 사교육의 비중이 크다. 시장이 메우는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이다. 조합주의로 보는 근거 — 사회보험이 중심이고 직역연금이 따로 있으며, 가족의 부양 책임이 법에 명시되어 있다(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노인복지법의 부양의무자 정의). 보충성 원칙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조합주의적이다. 어느 쪽도 아니라는 견해 — 홀리데이(I. Holliday)의 생산주의 복지체제(productivist welfare regime)론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복지를 종속시킨 별도의 유형이라고 본다. 교육과 보건에는 투자하되 소득보장은 미루고, 복지가 경제정책의 하위에 놓인다는 것이다. 시험에서는 대개 세 유형의 특징과 나라 짝짓기를 묻고 한국의 분류는 직접 묻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 조합주의적 요소와 자유주의적 요소를 함께 가진다」 정도의 서술은 자주 나오며, 이는 대체로 옳은 진술로 다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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