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권(18세기) — 국가의 간섭을 막는다 · 법원→정치권(19세기) — 국가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 · 의회→사회권(20세기) — 국가가 능력을 만들어 준다 · 교육과 복지서비스→사회권이 있어야 앞의 둘이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된다
마셜의 세 시민권| 시민권 | 세기 | 내용 | 대응 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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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민권 | 18세기 | 신체·언론·사상·재산·계약의 자유, 재판받을 권리 | 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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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 19세기 | 선거권과 피선거권, 정치 참여 | 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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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권 | 20세기 | 최소한의 경제적 복지, 문명화된 삶 | 교육제도·사회복지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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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이 「완성」이라는 주장의 뜻
마셜의 도식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사회권이 앞의 두 권리를 실질화한다는 주장이다.
공민권은 「누구도 너의 재산을 빼앗지 못한다」고 보장한다. 그런데 재산이 없는 사람에게 이 보장은 아무 뜻이 없다. 정치권은 「너도 투표할 수 있다」고 보장한다. 그런데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매인 사람은 정치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고, 정보를 얻을 수단도 없다.
사회권은 이 빈자리를 메운다. 교육을 받아야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고,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자유를 행사할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마셜은 사회권을 다른 권리들의 조건으로 보았고, 이것이 복지국가를 「시혜」가 아니라 「시민권의 실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논법이 우리 헌법에도 들어 있다. 헌법 제34조제1항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가 사회권의 총칙이고, 제31조의 교육받을 권리,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제35조의 환경권이 그 갈래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가 목적에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을 적은 것, 사회보장기본법 제9조가 사회보장수급권을 권리로 규정한 것이 이 계보 위에 있다.
앞 장의 적극적 자유 개념과 겹쳐 읽으면 논리가 더 또렷해진다 — 사회권은 적극적 자유를 권리의 형태로 제도화한 것이다.
마셜의 단계론이 맞지 않는 나라들
마셜의 세 단계는 영국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긋난다.
가장 뚜렷한 반례가 독일이다. 비스마르크의 사회보험(1883~89)은 보통선거가 확립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사회권이 정치권보다 먼저 온 것이며, 그것도 노동자가 요구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정치권을 억누르면서 대신 준 것이었다. 「사회권이 시민권의 완성」이라는 도식이 여기서는 뒤집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산재보험(1964)과 의료보험(1977)은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 도입되었다. 정치권이 제약된 상태에서 사회권 제도가 먼저 생긴 것이며, 확산이론이 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 국제적 규범과 선진국의 모델을 참조해 발전 단계에 앞서 도입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판은 누적성이다. 마셜은 권리가 쌓여 간다고 보았지만, 1980년대 이후 사회권은 여러 나라에서 후퇴했다. 권리는 한번 얻으면 영구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투어지는 것이다.
젠더와 계급의 비판도 있다. 마셜이 말한 「시민」은 사실상 남성 노동자였고, 여성의 시민권은 다른 경로와 시기를 밟았다. 사회권 역시 노동시장 참여를 전제로 설계되어 전업주부는 배우자를 통해서만 권리를 얻는 구조였다. 오늘날 개별 권리성을 강화하는 흐름(국민연금의 분할연금, 크레딧 제도)은 이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