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론

확산이론과 시민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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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이론(전파이론)은 복지제도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간다고 설명한다. 어떤 나라가 제도를 만들면 이웃 나라나 교류가 많은 나라가 그것을 본떠 도입한다는 것이며, 지리적 인접성과 국제기구·전문가 네트워크가 통로가 된다. 독일의 사회보험이 오스트리아·북유럽·영국으로 퍼진 것,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과 권고가 각국 입법에 영향을 준 것이 근거로 제시된다. 확산의 방향에 따라 위계적 확산(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과 공간적 확산(인접국 사이)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이론은 왜 어떤 나라가 자기 발전 단계에 앞서 제도를 도입하는가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우리나라가 1인당 소득이 낮던 시기에 산재보험(1964)과 의료보험(1977)을 도입한 것이 그 예로 자주 인용된다. 반면 왜 어떤 나라는 받아들이고 어떤 나라는 안 받아들이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시민권론은 마셜(T. H. Marshall)이 제시한 틀이다. 그는 시민권이 세 단계로 발전했다고 보았다. 공민권(civil rights, 18세기) — 신체의 자유, 언론·사상·신앙의 자유, 재산권, 계약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대응하는 제도는 법원이다. 정치권(political rights, 19세기) — 선거권과 피선거권, 정치 참여의 권리. 대응하는 제도는 의회다. 사회권(social rights, 20세기) — 최소한의 경제적 복지와 보장, 사회적 유산을 공유하고 그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 문명화된 삶을 살 권리. 대응하는 제도는 교육제도와 사회복지서비스다. 마셜의 요지는 사회권이 시민권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공민권과 정치권만으로는 형식적 자유에 그치고, 사회권이 있어야 그 자유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복지국가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권의 실현이 된다. 비판도 있다. 발전 단계가 영국 중심이라 다른 나라에 맞지 않고(독일은 사회권이 정치권보다 먼저 왔다), 세 권리가 언제나 누적적으로 발전하지는 않으며(신자유주의기에 사회권은 후퇴했다), 계급과 젠더에 따라 시민권의 실제 내용이 달랐다는 지적이다.
마셜의 세 시민권을 붙잡는 축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에서 무엇을 향한 자유로」다. 공민권은 국가의 간섭을 막고(소극적 자유), 정치권은 국가를 만드는 데 참여하며, 사회권은 국가가 나서서 능력을 만들어 준다(적극적 자유). 앞 장의 두 자유 개념이 여기서 역사적 단계로 배열되며, 사회권이 사회복지정책의 헌법적 근거가 되는 것도 이 자리에서 나온다.
  1. 확산이론은 제도가 나라에서 나라로 전파된다고 보며 인접성과 국제기구를 통로로 든다.
  2. 확산의 갈래 — 위계적 확산(선진국→후진국)과 공간적 확산(인접국 사이).
  3. 확산이론은 발전 단계에 앞선 제도 도입을 설명하나 수용 여부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4. 마셜의 시민권 발전 세 단계 — 공민권(18세기) → 정치권(19세기) → 사회권(20세기).
  5. 공민권은 신체·언론·재산·계약의 자유와 재판받을 권리이며 대응 제도는 법원이다.
  6. 정치권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 정치 참여의 권리이며 대응 제도는 의회다.
  7. 사회권은 문명화된 삶을 살 권리이며 대응 제도는 교육제도와 사회복지서비스다.
  8. 마셜의 요지는 사회권이 시민권의 완성이며 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권리라는 것이다.
  9. 비판 — 영국 중심의 단계론, 누적적 발전의 부정(사회권의 후퇴), 계급·젠더의 차이.
  1. 세 시민권의 순서와 세기를 뒤바꾼 선지가 이 자리의 최다 오답이다. 공민 18세기, 정치 19세기, 사회 20세기다.
  2. 대응 제도를 맞바꾼 선지를 조심할 것 — 공민권은 법원, 정치권은 의회, 사회권은 교육·복지서비스다.
  3. 「사회권이 가장 먼저 발전했다」로 적으면 틀린다. 가장 늦게 왔다는 것이 마셜의 도식이다.
  4. 확산이론을 「국내 요인으로 설명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국가 간 전파가 핵심이다.
  5. 마셜의 도식이 모든 나라에 맞는다고 적으면 틀린다. 독일은 사회권이 정치권보다 먼저 왔다.
공민권(18세기) — 국가의 간섭을 막는다 · 법원정치권(19세기) — 국가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 · 의회사회권(20세기) — 국가가 능력을 만들어 준다 · 교육과 복지서비스사회권이 있어야 앞의 둘이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된다
마셜의 세 시민권
시민권세기내용대응 제도
공민권18세기신체·언론·사상·재산·계약의 자유, 재판받을 권리법원
정치권19세기선거권과 피선거권, 정치 참여의회
사회권20세기최소한의 경제적 복지, 문명화된 삶교육제도·사회복지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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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이 「완성」이라는 주장의 뜻

마셜의 도식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사회권이 앞의 두 권리를 실질화한다는 주장이다. 공민권은 「누구도 너의 재산을 빼앗지 못한다」고 보장한다. 그런데 재산이 없는 사람에게 이 보장은 아무 뜻이 없다. 정치권은 「너도 투표할 수 있다」고 보장한다. 그런데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매인 사람은 정치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고, 정보를 얻을 수단도 없다. 사회권은 이 빈자리를 메운다. 교육을 받아야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고,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자유를 행사할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마셜은 사회권을 다른 권리들의 조건으로 보았고, 이것이 복지국가를 「시혜」가 아니라 「시민권의 실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논법이 우리 헌법에도 들어 있다. 헌법 제34조제1항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가 사회권의 총칙이고, 제31조의 교육받을 권리,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제35조의 환경권이 그 갈래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가 목적에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을 적은 것, 사회보장기본법 제9조가 사회보장수급권을 권리로 규정한 것이 이 계보 위에 있다. 앞 장의 적극적 자유 개념과 겹쳐 읽으면 논리가 더 또렷해진다 — 사회권은 적극적 자유를 권리의 형태로 제도화한 것이다.

마셜의 단계론이 맞지 않는 나라들

마셜의 세 단계는 영국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긋난다. 가장 뚜렷한 반례가 독일이다. 비스마르크의 사회보험(1883~89)은 보통선거가 확립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사회권이 정치권보다 먼저 온 것이며, 그것도 노동자가 요구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정치권을 억누르면서 대신 준 것이었다. 「사회권이 시민권의 완성」이라는 도식이 여기서는 뒤집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산재보험(1964)과 의료보험(1977)은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 도입되었다. 정치권이 제약된 상태에서 사회권 제도가 먼저 생긴 것이며, 확산이론이 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 국제적 규범과 선진국의 모델을 참조해 발전 단계에 앞서 도입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판은 누적성이다. 마셜은 권리가 쌓여 간다고 보았지만, 1980년대 이후 사회권은 여러 나라에서 후퇴했다. 권리는 한번 얻으면 영구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투어지는 것이다. 젠더와 계급의 비판도 있다. 마셜이 말한 「시민」은 사실상 남성 노동자였고, 여성의 시민권은 다른 경로와 시기를 밟았다. 사회권 역시 노동시장 참여를 전제로 설계되어 전업주부는 배우자를 통해서만 권리를 얻는 구조였다. 오늘날 개별 권리성을 강화하는 흐름(국민연금의 분할연금, 크레딧 제도)은 이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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