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베버리지 보고서와 복지국가의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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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리지 보고서(1942)의 정식 이름은 「사회보험 및 관련 서비스(Social Insurance and Allied Services)」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의 위촉으로 베버리지(W. Beveridge)가 작성했으며, 전후 복지국가의 청사진이 되었다. 보고서는 영국 사회가 무찔러야 할 다섯 거인(five giants)을 들었다 — 궁핍(want), 질병(disease), 무지(ignorance), 불결(squalor), 나태(idleness). 각각에 소득보장·의료·교육·주택·고용 정책이 대응한다. 이 가운데 보고서가 직접 다룬 것은 궁핍이며, 나머지는 다른 정책이 맡아야 한다고 보았다. 사회보험의 여섯 원칙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첫째, 균일한 생계급여(flat rate of subsistence benefit) — 기여 기간과 소득에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준다. 둘째, 균일한 기여(flat rate of contribution) — 소득과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낸다. 셋째, 행정책임의 통합(unification of administrative responsibility) — 하나의 기금과 하나의 부처가 관리한다. 넷째, 급여의 적정성(adequacy of benefit) — 급여가 최저생활에 충분해야 한다. 다섯째, 적용범위의 포괄성(comprehensiveness) — 모든 국민과 모든 위험을 포괄한다. 여섯째, 대상의 분류(classification) — 피용자·자영자·주부·무직자·취업연령 미달자·퇴직자의 여섯으로 나누어 각각에 맞게 설계한다. 보고서는 사회보험이 작동하기 위한 세 가지 전제(전제조건)도 들었다 — 아동수당(family allowance), 포괄적 보건의료서비스, 완전고용. 사회보험만으로는 부족하며 이 셋이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 전후 노동당 정부가 보고서를 입법으로 옮겼다 — 가족수당법(1945), 국민보험법(1946), 국민보건서비스법(NHS, 1946), 국민부조법(1948). 1948년에 국민부조법이 시행되면서 구빈법이 최종적으로 폐지되었고,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로 불리는 복지국가가 되었다. 1950~60년대는 복지국가의 황금기로, 케인스주의 경제정책과 완전고용을 배경으로 급여가 꾸준히 확대되었다.
여섯 원칙의 첫 둘 — 균일 급여와 균일 기여 — 가 베버리지 설계의 성격을 정한다. 모두가 같은 금액을 내고 같은 금액을 받는다는 것은 최저선을 국가가 보장하고 그 위는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급여 수준이 낮게 잡히고, 뒤에 중산층이 사적 연금으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생긴다. 소득비례를 택한 독일형과 여기서 갈리며, 영국이 뒤에 소득비례 부분을 덧붙인 것도 이 한계 때문이다.
  1. 보고서의 정식 이름은 「사회보험 및 관련 서비스」이며 1942년에 나왔다.
  2. 다섯 거인은 궁핍·질병·무지·불결·나태이고, 보고서가 직접 다룬 것은 궁핍이다.
  3. 다섯 거인에 대응하는 정책은 소득보장·의료·교육·주택·고용이다.
  4. 여섯 원칙의 첫 둘은 균일한 생계급여와 균일한 기여로, 소득과 무관하게 같은 금액이다.
  5. 나머지 넷은 행정책임의 통합·급여의 적정성·적용범위의 포괄성·대상의 분류다.
  6. 대상의 분류는 피용자·자영자·주부·무직자·취업연령 미달자·퇴직자의 여섯 갈래다.
  7. 사회보험이 굴러가기 위한 세 전제는 아동수당·포괄적 보건의료서비스·완전고용이다.
  8. 입법으로 이어져 1948년 국민부조법 시행으로 구빈법이 최종 폐지되었다.
  9. 1950~60년대는 복지국가의 황금기로, 케인스주의와 완전고용이 배경이었다.
  1. 균일 기여와 소득비례 기여를 맞바꾼 선지가 흔하다. 베버리지는 균일 기여를 원칙으로 삼았다.
  2. 세 가지 전제에서 완전고용을 빼거나 다른 것으로 바꾼 선지가 나온다.
  3. 다섯 거인에 차별이나 불평등을 끼워 넣는 선지를 조심할 것. 다섯은 궁핍·질병·무지·불결·나태다.
  4. 「베버리지 보고서로 곧바로 구빈법이 폐지되었다」로 적으면 틀린다. 1948년 국민부조법 시행으로 폐지되었다.
  5. 보고서의 연도를 1911년이나 1948년과 섞지 말 것 — 1942년이다.
1942 베버리지 보고서 — 다섯 거인과 사회보험 여섯 원칙1945 가족수당법 — 세 전제 가운데 아동수당1946 국민보험법 — 사회보험의 통합1946 국민보건서비스법(NHS) — 포괄적 보건의료1948 국민부조법 시행 — 구빈법 최종 폐지1950~60년대 — 케인스주의와 완전고용 위의 황금기
다섯 거인과 대응 정책
거인무엇대응 정책
궁핍 (want)소득의 부족사회보험·소득보장
질병 (disease)건강의 위협보건의료(NHS)
무지 (ignorance)교육의 부족교육
불결 (squalor)주거 환경의 열악주택
나태 (idleness)일자리의 부족고용·완전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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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일 급여가 낳은 한계

베버리지의 균일 급여·균일 기여 원칙은 명쾌하지만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균일 기여는 역진적이다. 소득과 무관하게 같은 금액을 내므로 저소득자에게 부담이 무겁다. 그러면 보험료를 아주 높게 잡을 수 없고, 보험료가 낮으면 급여도 낮아진다. 급여의 적정성 원칙과 균일한 기여 원칙이 서로 당기는 것이다. 실제로 전후 영국의 국민보험 급여는 최저생활에 못 미쳤고, 부족한 부분은 자산조사를 거치는 국민부조가 메웠다. 구빈법을 없앴는데 자산조사 급여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이 생겼다. 또 다른 결과는 중산층의 이탈이다. 국가가 최저선만 보장하니 그 위는 각자 마련해야 했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직역연금과 사적 보험으로 갔다. 그러면 공적 제도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만 남아 잔여화되고, 제도를 지지할 정치적 기반도 약해진다. 1960년대 이후 영국이 소득비례 부분(SERPS 등)을 덧붙인 것, 우리 국민연금이 처음부터 소득비례와 균등 부분을 섞은 것이 이 교훈의 반영이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이 평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도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베버리지 설계가 남긴 역설이다.

세 전제가 없으면 사회보험이 굴러가지 않는다

베버리지가 아동수당·포괄적 보건의료·완전고용을 전제로 든 것은 장식이 아니다. 사회보험의 산술이 그 셋 없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고용이 가장 결정적이다. 실업보험은 실업이 예외적일 때만 작동한다. 실업자가 소수여야 다수의 보험료로 소수를 받칠 수 있고, 실업이 대규모가 되면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느는 이중 압박이 온다. 완전고용은 사회보험의 배경이 아니라 전제인 것이다. 아동수당이 필요한 이유는 다르다. 균일 급여는 정의상 가족 수를 반영하지 못한다. 아이가 다섯인 가구와 없는 가구에 같은 금액을 주면 앞의 가구는 최저생활이 안 된다. 그렇다고 급여를 가족 수에 맞추면 균일 원칙이 깨지므로, 따로 아동수당을 두어 해결한 것이다. 포괄적 보건의료는 의료비가 보험급여로 감당할 수 없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병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정액 급여로는 대응이 안 된다. 그래서 의료는 보험 밖으로 빼내 조세로 운영하는 NHS로 만들었다. 곧 세 전제는 균일 급여 원칙의 빈틈을 메우는 장치들이며, 1970년대에 완전고용이 무너지자 이 설계 전체가 흔들린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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