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빈법 (빈민 구제)가난해진 뒤에 개입한다. 자산조사를 거쳐 시혜로 주고, 대상은 빈민이다. 낙인이 따르고 시민권이 제한되기도 했다. 재원은 구빈세(조세)다.
VS사회보험 (노동자 보호)가난해지기 전에 대비한다. 자산조사가 없고 권리로 받으며, 대상은 노동자다. 낙인이 없다. 재원은 보험료이며 사용자와 피용자가 함께 낸다.
1878 사회주의자탄압법 — 채찍→1883 질병보험 — 당근의 첫 번째→1884 산업재해보험→1889 노령·폐질보험→1911 영국 국민보험법 — 세계 최초의 강제 실업보험→1935 미국 사회보장법 — 「사회보장」이 법률 이름에 처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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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과 당근」이 남긴 물음
비스마르크의 사회보험은 사회복지의 역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아이러니다. 노동운동을 탄압한 재상이 세계 최초의 사회보험을 만들었다.
동기는 분명했다. 1870년대 독일에서 사회민주당의 세력이 커지자 비스마르크는 1878년 사회주의자탄압법으로 조직을 해산하고 집회를 금지했다. 그러나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노동자가 국가에 기대게 만들면 사회주의로부터 떼어 놓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표현대로 「노동자를 국가의 연금 수급자로 만들면」 체제에 충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역사가 이론에 남긴 것이 사회통제론(음모이론)이다. 복지는 인도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지배계급의 전략이라는 관점이며, 피븐과 클로워드(F. Piven & R. Cloward)가 『빈민규제(Regulating the Poor)』에서 이를 밀고 나갔다 — 사회불안이 커지면 급여가 늘고 안정되면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론도 분명하다. 동기가 무엇이었든 결과는 노동자의 삶을 실제로 개선했고, 한번 만들어진 제도는 만든 사람의 의도를 넘어 자기 생명을 갖는다. 독일의 사회보험은 비스마르크가 물러난 뒤에도 살아남아 확장되었다.
곧 이 사건은 「복지의 동기와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 물음이 뒤의 발달이론 전체를 갈라 놓는다.
독일형과 영국형이 갈린 자리
1880년대의 독일과 1940년대의 영국은 둘 다 사회보장의 원형을 만들었지만 설계가 다르다. 이 차이가 뒤에 에스핑-안데르센의 유형론으로 이어진다.
독일형(비스마르크형)은 직업별 조합 중심이다. 광부·금속노동자·사무직이 각각 다른 조합에 속하고 보험료와 급여도 다르다. 소득에 비례해 내고 비례해 받으므로 직업적 지위가 노후까지 이어진다. 티트머스가 말한 산업성취수행 모형이며, 에스핑-안데르센의 조합주의(보수주의) 유형이 여기 대응한다.
영국형(베버리지형)은 전 국민 단일 체계다. 모두가 같은 금액을 내고 같은 금액을 받는 정액 기여·정액 급여를 원칙으로 삼았다. 직업이 무엇이든 국민이면 같은 대우를 받으므로 보편주의에 가깝고, 재원도 조세의 비중이 크다.
두 원형은 오늘까지 이어진다. 우리 국민연금은 소득비례 부분과 균등 부분(A값)을 함께 가져 두 형을 섞었고, 건강보험은 하나의 공단이 전 국민을 관리하는 점에서 영국형에 가깝다. 반면 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이 따로 있는 것은 독일형의 흔적이다. 제도의 계보를 알면 「왜 이렇게 생겼는가」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