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적절성(social adequacy)은 급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가를 묻는 가치다. 기여나 능력과 무관하게 일정한 수준 이상을 보장하라는 요구이며, 「얼마나 냈는가」가 아니라 「얼마가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사회보험 안에서 사회적 적절성과 개인적 형평성(individual equity)이 함께 작동하는데, 둘은 서로 당긴다 — 낸 만큼 주면 형평은 서지만 적게 낸 사람의 급여가 생활에 못 미치고, 필요한 만큼 주면 적절성은 서지만 많이 낸 사람이 손해를 본다. 국민연금의 급여산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과 본인 소득(B값)을 함께 쓰는 것이 이 두 가치를 섞은 결과다. 공공부조는 적절성에, 민영보험은 형평성에 각각 가깝다.
효율성은 두 갈래로 갈린다. 수단으로서의 효율(운영효율성)은 같은 목표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루는 것으로, 행정비용과 전달 과정의 낭비를 줄이는 문제다. 배분적 효율(파레토 효율)은 누구의 처지도 나빠지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낫게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파레토 효율은 분배의 공평과 무관하다는 한계가 있어 —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갖고 나머지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도 파레토 효율일 수 있다 — 사회복지정책의 평가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목표효율성(대상효율성)이 따로 쓰인다. 자원이 목표 집단에게 얼마나 정확히 갔는가를 재는 것이며, 선별주의 급여가 보편주의보다 목표효율성이 높다.
연대(solidarity)는 위험과 부담을 함께 나눈다는 가치다. 사회보험의 바탕이며, 세 갈래로 나뉜다 — 위험의 연대(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 소득의 연대(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세대 간 연대(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부과방식 연금이 세대 간 연대에 서 있고, 건강보험이 위험과 소득의 연대에 서 있다.
네 가치의 관계를 보면 평등·적절성·연대는 서로 돕고, 자유·개인적 형평성·효율은 서로 돕는다. 두 묶음이 부딪히는 자리가 정책의 선택 지점이다.
02이해하기
적절성과 형평성을 가르는 물음은 「무엇을 기준으로 주는가」다. 적절성은 필요를 보고 형평성은 기여를 본다. 이 둘이 한 제도 안에서 싸우는 곳이 사회보험이며, 국민연금의 A값과 B값이 그 싸움의 결과물이다. 효율도 마찬가지로 「무엇의 효율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 비용을 줄이는 것(운영), 낭비 없는 배분(파레토), 정확히 가는 것(목표)이 서로 다른 이야기다.
03핵심 포인트
사회적 적절성은 급여가 인간다운 생활에 충분한가를 묻고 필요를 기준으로 삼는다.
개인적 형평성은 기여한 만큼 받는가를 묻고, 적절성과 서로 당기는 관계에 있다.
국민연금의 급여산식이 A값(전체 평균소득)과 B값(본인 소득)을 함께 쓰는 것이 그 절충이다.
운영효율성은 같은 목표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루는 것, 곧 행정비용의 문제다.
파레토 효율은 분배의 공평과 무관해서 사회복지정책의 평가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목표효율성(대상효율성)은 자원이 목표 집단에 얼마나 정확히 갔는가를 잰다.
선별주의가 보편주의보다 목표효율성이 높고, 보편주의는 운영효율성이 높다.
연대의 세 갈래 — 위험의 연대·소득의 연대·세대 간 연대가 사회보험의 바탕이다.
부과방식 연금은 세대 간 연대에, 건강보험은 위험과 소득의 연대에 서 있다.
04한 줄 예시
05시험 함정
사회적 적절성과 개인적 형평성을 맞바꾼 선지가 흔하다. 필요가 적절성, 기여가 형평성이다.
「파레토 효율이 이루어지면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진다」로 적으면 틀린다. 둘은 무관하다.
목표효율성과 운영효율성을 뒤섞지 말 것 — 앞은 정확히 갔는가, 뒤는 비용이 적게 들었는가다.
「보편주의가 목표효율성이 높다」로 적으면 틀린다. 선별주의가 목표효율성에서 앞선다.
연대를 「위험의 연대」 하나로만 적는 선지가 있다. 소득의 연대와 세대 간 연대가 함께 있다.
06한눈에 보기
사회적 적절성 (필요)
급여가 인간다운 생활에 충분한가를 본다. 기여가 적어도 최소한을 보장하므로 재분배가 일어난다. 공공부조가 이 가치에 서 있고, 사회보험 안에서는 A값과 정액 부분이 이 역할을 한다.
VS
개인적 형평성 (기여)
낸 만큼 받는가를 본다. 기여와 급여가 비례하므로 재분배가 일어나지 않는다. 민영보험이 이 가치에 서 있고, 사회보험 안에서는 B값과 가입기간에 비례하는 부분이 이 역할을 한다.
효율의 세 얼굴
효율
무엇을 재는가
어느 쪽이 유리한가
운영효율성
행정비용과 전달 과정의 낭비
보편주의 — 자산조사가 없다
목표효율성
목표 집단에 정확히 갔는가
선별주의 — 필요한 사람만 고른다
파레토 효율
누구도 나빠지지 않고 개선 가능한가
분배의 공평과 무관
더 알아보기
두 효율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자리
목표효율성과 운영효율성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정책 설계에서 반대 방향으로 당긴다.
자산조사를 하면 자격 없는 사람에게 급여가 새지 않으므로 목표효율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조사에 인력과 시간이 들고 서류를 갖추게 하는 비용이 생기므로 운영효율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조사 자체가 낙인을 만들어 자격이 있는데도 신청하지 않는 사람을 낳는다.
반대로 보편급여는 소득을 묻지 않으므로 행정이 단순하고 운영효율성이 높다. 그러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나가므로 목표효율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는 무엇을 재느냐에 달렸고, 두 효율을 구분하지 않으면 같은 제도를 두고 정반대 평가가 나온다. 「선별주의가 효율적이다」와 「보편주의가 효율적이다」가 둘 다 참일 수 있는 까닭이다.
실무에서는 절충이 쓰인다. 소득 상위 일부만 잘라 내는 역선별, 자산조사 없이 인구학적 기준(연령)으로 거르는 범주적 급여, 신청 대신 행정자료로 자격을 확인해 조사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회보장급여법 제13조제2항이 소득·재산 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조사의 일부를 생략하고 지급을 결정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계열의 장치다.
세대 간 연대가 흔들릴 때
연대 가운데 가장 다투어지는 것이 세대 간 연대다. 부과방식 연금은 지금 일하는 세대가 낸 보험료로 지금의 노인에게 연금을 준다. 지금 내는 사람은 자기 노후를 다음 세대에게 맡기는 셈이며, 이 약속이 이어질 것이라는 신뢰 위에 제도가 선다.
인구 구조가 바뀌면 이 신뢰가 흔들린다. 부양비(노인 대 생산가능인구)가 오르면 뒷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어느 시점에서 「나는 낸 만큼 못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세대 간 연대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라 손익 계산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대응은 세 갈래로 논의된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현재 세대의 부담 증가), 급여를 낮추는 것(미래 수급자의 손실), 적립을 늘리는 것(부과방식을 부분적립으로 옮김)이다. 어느 쪽도 고통 없이 되지 않으므로 연금 개혁이 늘 정치적으로 어렵다.
한편 세대 간 연대에는 반대 방향의 흐름도 있다. 지금의 노인 세대가 자녀를 키우고 사회를 만든 것 또한 기여이므로, 연금은 그 기여에 대한 뒤늦은 정산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세대 간 연대는 일방적 부담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오가는 교환이다. 어느 관점을 취하느냐가 개혁 논의의 전제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