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린(I. Berlin)은 자유를 두 갈래로 갈랐다. 소극적 자유(negative freedom)는 간섭의 부재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이며, 국가나 타인이 나를 막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여기서 국가는 위협이므로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이어야 하고, 세금과 규제는 그 자체로 자유의 침해가 된다. 자유방임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이 개념에 선다.
적극적 자유(positive freedom)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무엇을 향한 자유(freedom to)」이며, 간섭이 없더라도 자원과 능력이 없으면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굶주린 사람에게 「누구도 너를 막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자유의 보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국가는 자유를 만들어 주는 조건이 되고, 사회복지정책이 자유를 늘리는 활동으로 정당화된다.
두 개념의 대립은 사회복지 논쟁의 축을 이룬다. 소극적 자유의 관점에서 재분배는 한 사람의 재산을 강제로 옮기는 것이므로 자유의 침해다. 노직(R. Nozick)이 「소유권리론」으로 이 입장을 밀고 나갔다 — 정당하게 취득하고 정당하게 이전된 것은 그 결과가 아무리 불평등해도 정의롭다는 것이다. 적극적 자유의 관점에서는 재분배가 다수의 자유를 늘리는 일이다. 부자가 잃는 것은 사치의 자유이고 빈자가 얻는 것은 생존의 자유이므로, 자유의 총량은 오히려 커진다는 논리다.
자유와 평등의 관계에 대한 판단도 갈린다. 소극적 자유의 관점에서 둘은 상충한다 — 평등을 밀면 자유가 준다. 적극적 자유의 관점에서 둘은 보완한다 — 실질적 평등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시험에서는 대개 이 상충 관계가 사회복지정책이 다루는 근본적 긴장이라는 점을 묻는다.
자유의 제한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사회보험의 강제가입이 대표적 쟁점이다. 개인의 선택을 막는다는 점에서 소극적 자유의 침해이지만, 헌법재판소는 국민연금의 강제가입과 보험료 강제징수를 공공복리를 위한 정당한 제한으로 보아 합헌으로 판단해 왔다.
02이해하기
두 자유를 가르는 물음은 「자유를 막는 것은 무엇인가」다. 소극적 자유는 간섭이 자유를 막는다고 본다. 적극적 자유는 능력의 부재도 자유를 막는다고 본다. 앞을 택하면 국가는 물러나야 하고, 뒤를 택하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사회복지정책의 정당화가 갈리는 자리가 여기이며, 조지와 윌딩의 이념 배열도 이 축 위에 놓인다.
03핵심 포인트
벌린(I. Berlin)이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둘로 갈라 놓았다.
소극적 자유 = 간섭의 부재,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이며 국가의 최소 역할을 요구한다.
적극적 자유 =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을 향한 자유」이며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한다.
소극적 자유의 관점에서는 세금과 재분배가 그 자체로 자유의 침해이며 정당화되기 어렵다.
적극적 자유의 관점에서 재분배는 다수의 자유를 늘리는 일이므로 오히려 자유를 넓힌다.
노직의 소유권리론은 정당한 취득과 이전의 결과라면 불평등해도 정의롭다고 본다.
자유와 평등의 관계를 소극적 자유는 상충으로, 적극적 자유는 보완으로 본다.
사회보험의 강제가입이 자유 제한의 대표적 쟁점이며 헌재는 합헌으로 판단해 왔다.
사회복지정책은 대체로 적극적 자유 개념 위에서 정당화되며, 소극적 자유로는 근거가 서지 않는다.
04한 줄 예시
05시험 함정
소극적과 적극적을 맞바꾼 선지가 단골이다. 간섭의 부재가 소극적, 능력이 적극적이다.
「소극적 자유가 사회복지정책의 근거가 된다」로 적으면 틀린다. 적극적 자유 쪽이다.
「소극적 자유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는 뒤집기를 조심할 것.
노직을 평등주의자로 적은 선지가 있다. 최소국가를 주장한 자유지상주의자다.
「자유와 평등은 언제나 상충한다」로 단정하면 불완전하다. 적극적 자유 관점에서는 보완한다.
06한눈에 보기
소극적 자유 (freedom from)
간섭이 없는 상태가 자유다. 국가는 개인을 방해하는 존재이므로 역할은 최소한이어야 하고, 조세와 규제는 자유의 침해다. 자유방임주의·신자유주의가 여기 선다. 자유와 평등은 상충한다.
VS
적극적 자유 (freedom to)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유다. 자원과 능력이 없으면 간섭이 없어도 자유롭지 않다. 국가는 자유의 조건을 만든다. 사회민주주의가 여기 선다. 자유와 평등은 보완한다.
자유관에 따라 갈리는 판단
쟁점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조세와 재분배
자유의 침해
자유의 확대
국가의 역할
최소국가
적극적 개입
자유와 평등
상충
보완
대표 논자
노직, 하이에크, 프리드먼
마셜, 롤스(부분적으로)
더 알아보기
강제가입은 자유의 침해인가
사회보험의 강제가입만큼 두 자유관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도 드물다.
소극적 자유의 논거는 분명하다. 나는 내 노후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고, 국민연금보다 나은 상품을 고를 수도 있다. 그런데 법이 가입을 강제하고 보험료를 원천징수한다. 이것은 명백한 간섭이다.
반론은 두 갈래다. 첫째, 역선택 때문에 강제하지 않으면 제도가 성립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소득이 안정된 사람이 빠지면 남은 사람의 부담이 커지고 결국 무너진다. 둘째, 미래의 자신에 대한 배려다. 사람은 먼 미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노후 준비를 미룬다. 준비하지 못한 노년의 빈곤은 결국 공공부조로 사회가 떠안게 되므로, 강제가입은 그 비용을 미리 나누는 장치다.
헌법재판소는 후자의 논리를 받아들여 국민연금의 강제가입과 보험료 강제징수를 합헌으로 판단해 왔다. 헌법 제37조제2항이 기본권을 법률로써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게 하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한 틀 안에서, 강제가입이 그 한계를 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할 때마다 「강제로 걷으면서 왜 이만큼밖에 못 주는가」라는 물음이 다시 나오며, 그때마다 강제의 정당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자유의 총량」이라는 논법
적극적 자유의 관점에서 재분배를 정당화하는 익숙한 논법이 있다. 부자에게서 100만원을 거두어 빈자에게 주면, 부자가 잃는 것은 사치품 하나를 살 자유이고 빈자가 얻는 것은 굶지 않을 자유이므로 자유의 총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논법은 직관에 잘 맞지만 약점이 있다. 자유를 양으로 재어 더하고 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그것이 성립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노직은 이 지점을 파고들어, 자유는 총량으로 계산될 성질이 아니라 각자에게 귀속되는 권리라고 반박한다. 한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익을 늘리는 것은 「사람을 수단으로 쓰는 일」이라는 칸트적 논거다.
그럼에도 자유의 총량 논법이 널리 쓰이는 것은, 한계효용의 직관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만원이 억만장자에게와 무일푼에게 갖는 뜻이 다르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시험에서 이 대립을 직접 묻지는 않지만, 조지와 윌딩의 이념 배열과 에스핑-안데르센의 유형을 읽을 때 배경으로 깔린다. 반집합주의가 소극적 자유에, 마르크스주의가 적극적 자유의 극단에 놓이는 것이 이 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