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평등 — 수량적·비례적·기회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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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사회복지정책이 좇는 가장 오래된 가치이면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낱말이다. 무엇을 같게 할 것인가에 따라 세 갈래로 갈린다. 수량적 평등(numerical equality)은 결과의 평등이다. 사람들의 욕구나 기여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을 뜻하며, 세 평등 가운데 가장 강한 개념이다. 완전한 수량적 평등은 현실의 어느 제도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 방향으로 가장 가까이 간 것이 공공부조다 — 최저생활이라는 같은 수준을 모두에게 보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받으므로 재분배 효과가 가장 크다. 비례적 평등(proportional equality)은 형평(equity)이라고도 하며, 개인의 욕구·능력·기여에 따라 다르게 나누는 것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한다는 뜻이므로 불평등한 대우가 오히려 평등이 된다. 사회보험이 여기에 가깝다 —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이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는 기여에 비례한다. 다만 사회보험도 순수한 비례는 아니어서, 국민연금의 급여산식에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A값)이 들어가 소득재분배가 함께 일어난다. 기회의 평등(equality of opportunity)은 결과가 아니라 출발선과 과정을 같게 하는 것이다. 세 평등 가운데 가장 약한 개념이며, 결과의 불평등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교육 기회의 보장, 장애인 의무고용, 여성 할당제, 드림스타트 같은 아동 조기개입 사업이 여기에 든다. 자유주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평등관이기도 하다. 세 개념은 재분배의 강도에서 순서가 있다 — 수량적 평등 > 비례적 평등 > 기회의 평등. 그래서 어떤 제도가 어느 평등을 좇는지를 보면 그 제도의 재분배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평등을 강하게 밀수록 자유와 부딪히고 근로 유인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정책은 늘 이 사이에서 선을 긋는다.
세 평등을 가르는 물음은 「무엇을 같게 하는가」다. 수량적 평등은 받는 몫을 같게 하고, 비례적 평등은 기여 대비 몫을 같게 하며, 기회의 평등은 출발선을 같게 한다. 뒤로 갈수록 결과의 차이를 크게 허용하므로 재분배가 약해진다. 이 순서 하나면 낯선 제도를 만나도 어느 평등인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1. 수량적 평등 = 결과의 평등으로, 욕구나 기여와 무관하게 똑같이 나눈다.
  2. 비례적 평등 = 형평(equity)으로, 욕구·능력·기여에 따라 다르게 나누는 것을 평등으로 본다.
  3. 기회의 평등은 결과가 아니라 출발선과 과정을 같게 하는 가장 약한 평등이다.
  4. 재분배의 강도는 수량적 평등 > 비례적 평등 > 기회의 평등 순서로 약해진다.
  5. 제도와 짝지으면 공공부조가 수량적 평등에, 사회보험이 비례적 평등에 가깝다.
  6. 국민연금은 급여산식에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이 들어가 재분배가 함께 일어난다.
  7. 장애인 의무고용·여성 할당제·교육 기회 보장이 기회의 평등의 대표적 장치다.
  8. 비례적 평등에서는 불평등한 대우가 오히려 평등이 된다는 점이 개념의 핵심이다.
  9. 평등을 강하게 밀수록 자유와 부딪히고 근로 유인이 줄 수 있어, 정책은 그 사이에 선을 긋는다.
  1. 수량적 평등과 비례적 평등을 맞바꾼 선지가 이 자리의 최다 오답이다. 결과가 수량적, 기여가 비례적이다.
  2. 기회의 평등을 「가장 강한 평등」으로 적으면 틀린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약한 개념이다.
  3. 「비례적 평등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비례적 평등이다.
  4. 사회보험을 수량적 평등의 예로 든 선지가 있다. 공공부조가 수량적 평등에 가깝다.
  5. 「기회의 평등은 결과의 평등을 보장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결과의 불평등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평등이 강할 때

재분배가 커지고 빈곤과 격차가 줄어든다. 대신 높은 세율과 보험료가 필요하고, 소득이 늘어도 급여가 그만큼 줄면 근로 유인이 약해진다. 자유주의는 이 지점에서 개인의 선택권 침해를 지적한다.

평등이 약할 때

시장의 결과를 크게 인정하므로 유인이 살아 있고 자유가 넓다. 대신 격차가 벌어지고 출발선의 차이가 대물림된다.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결과의 불평등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오랜 반론이다.

평등의 세 갈래
평등무엇을 같게보기재분배
수량적 평등받는 몫(결과)공공부조, 최저생활 보장가장 크다
비례적 평등기여 대비 몫(형평)사회보험, 기여에 따른 연금중간
기회의 평등출발선과 과정의무고용, 할당제, 교육 기회가장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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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급여산식이 두 평등을 섞는 방식

사회보험은 비례적 평등에 가깝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그 안에 수량적 평등의 요소를 함께 넣었다. 국민연금법 제51조의 기본연금액은 크게 두 값으로 산정된다 —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른바 A값)과 본인의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B값)이다. B값만 쓰면 낸 만큼 받는 순수한 비례가 되지만, A값이 함께 들어가면 소득이 낮은 사람의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 많이 번 사람은 자기가 낸 것보다 덜 받고, 적게 번 사람은 더 받는 구조다. 이것이 세대 내 수직적 재분배다. 사회보험이면서도 공공부조의 성격을 조금 품고 있는 셈이며, 「사회보험은 재분배 기능이 없다」는 흔한 오해가 여기서 깨진다. 다만 재분배의 방향이 언제나 아래로만 가지는 않는다. 저소득층은 가입기간이 짧고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아 아예 수급권(가입기간 10년)을 얻지 못할 수 있고, 고소득층은 오래 살아 연금을 더 오래 받는다. 그래서 A값이 만드는 재분배가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실증 문제다. 크레딧 제도(군 복무·출산)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이 이 빈틈을 메우려는 장치들이다.

기회의 평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기회의 평등은 자유주의와 잘 어울린다. 출발선만 같게 하면 그 뒤의 차이는 개인의 노력과 선택의 결과이므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발선을 같게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같은 학교에 다닐 기회를 준다고 해서 출발선이 같아지지 않는다. 부모의 소득과 학력, 사는 동네, 가정의 언어 환경이 이미 다르고, 이 차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쌓인다. 형식적 기회를 여는 것만으로는 실질적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의 평등을 진지하게 밀면 결국 결과의 재분배로 이어진다. 부모의 소득이 아이의 기회를 결정한다면, 기회를 같게 하려면 부모의 소득 격차에 손을 대야 한다. 아동수당, 무상급식, 드림스타트 같은 조기개입이 「기회」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면서도 실제로는 자원을 옮기는 정책인 까닭이다. 롤스의 정의론이 이 지점을 파고든다. 그는 공정한 기회균등만으로 부족하다고 보아 차등의 원칙을 더했다 — 불평등은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이익이 될 때에만 정당하다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에서 시작해 결과의 조정으로 넘어가는 논리이며, 다음 장에서 다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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