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개념

잔여적 개념과 제도적 개념

미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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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렌스키와 르보(H. Wilensky & C. Lebeaux)는 사회복지를 두 개념으로 갈랐다. 잔여적(residual) 개념은 사회복지를 가족과 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할 때에만 일시적으로 나서는 보충적 장치로 본다. 정상적인 공급 통로는 가족과 시장이고, 그것이 무너졌을 때 국가가 임시로 개입하며, 기능이 회복되면 물러난다. 제도적(institutional) 개념은 사회복지를 현대 산업사회의 정상적인 제일선 기능으로 본다. 가족과 시장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산업사회에서는 누구나 살면서 위험을 겪게 되어 있으므로 사회복지가 상시적인 제도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개념은 여러 축에서 갈린다. 대상은 잔여적이 빈곤층 등 특정 집단, 제도적이 전 국민이다. 시기는 잔여적이 문제가 생긴 뒤(사후적), 제도적이 문제가 생기기 전(예방적)이다. 급여 방식은 잔여적이 선별주의와 자산조사, 제도적이 보편주의다. 수급의 성격은 잔여적이 시혜와 자선, 제도적이 권리다. 그래서 잔여적 개념에서는 낙인(stigma)이 따라붙지만 제도적 개념에서는 낙인이 없다. 국가의 역할은 잔여적이 최소한, 제도적이 적극적이다. 이 구분은 뒤의 여러 틀로 이어진다. 티트머스는 여기에 한 갈래를 더해 잔여적 모형, 산업성취수행 모형(industrial achievement-performance), 제도적 재분배 모형의 셋을 들었다. 가운데 것은 급여가 생산성과 직업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 모형으로, 사회복지를 경제의 부속물로 보아 「시녀적 모형」이라 불린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직업별 사회보험이 발달한 나라가 여기에 가깝다. 현실의 어떤 나라도 한쪽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제도적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은 잔여적이다. 두 개념은 제도를 분류하는 상자가 아니라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가를 재는 자로 쓰인다.
두 개념을 가르는 물음은 「사회복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잘못되었기 때문인가」다. 잔여적 관점은 그렇다고 답한다 — 가족이나 시장이 고장 났으니 임시로 메운다. 제도적 관점은 아니라고 답한다 — 산업사회에서 위험은 정상이고 사회복지는 그 정상 상태에 대응하는 정상 제도다. 이 한 물음에서 대상·시기·낙인·권리성이 모두 갈려 나온다.
  1. 윌렌스키와 르보가 사회복지를 잔여적 개념과 제도적 개념으로 갈랐다.
  2. 잔여적 — 가족과 시장이 실패했을 때에만 일시적·보충적으로 개입하고 기능이 회복되면 물러난다.
  3. 제도적 — 산업사회에서 위험은 정상이므로 사회복지가 정상적인 제일선 기능으로 상시 존재한다.
  4. 대상이 갈린다 — 잔여적은 빈곤층 등 특정 집단, 제도적은 전 국민을 향한다.
  5. 잔여적은 사후적·선별주의·자산조사·시혜, 제도적은 예방적·보편주의·권리다.
  6. 낙인은 잔여적 개념에서 발생하고 제도적 개념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7. 티트머스는 여기에 산업성취수행 모형(시녀적 모형)을 더해 셋으로 나누었다.
  8. 산업성취수행 모형은 급여가 생산성과 직업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어, 노동시장의 격차가 그대로 옮겨 온다.
  9. 한 나라 안에도 둘이 함께 있다 — 국민연금은 제도적, 국민기초생활보장은 잔여적이다.
  1. 잔여적과 제도적을 맞바꾼 선지가 이 자리의 최다 오답이다. 잔여적이 보충적·일시적이다.
  2. 「제도적 개념에서 낙인이 발생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낙인은 잔여적 개념의 문제다.
  3. 티트머스의 셋에서 산업성취수행 모형을 빼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꾼 선지를 조심할 것.
  4. 산업성취수행 모형을 「보편적 복지」로 읽으면 틀린다. 직업적 지위에 따라 급여가 갈린다.
  5. 「우리나라는 제도적 개념에 해당한다」처럼 한 나라를 한쪽에 넣는 선지는 대개 틀린다. 둘이 섞여 있다.
티트머스 — 산업성취수행 모형

복지 급여가 생산성과 직업적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복지가 경제의 부속물 노릇을 한다 하여 「시녀적 모형」이라 불린다. 직업별로 갈린 사회보험이 발달한 나라가 여기에 가깝다.

티트머스 — 제도적 재분배 모형

사회복지를 사회의 주요 통합제도로 보고 욕구에 따라 보편적 급여를 제공한다. 시장 밖에서 재분배가 이루어지며, 윌렌스키와 르보의 제도적 개념을 재분배 쪽으로 밀고 나간 모형이다.

잔여적 개념과 제도적 개념
축잔여적제도적
전제가족과 시장이 정상 통로산업사회에서 위험은 정상
성격보충적·일시적상시적·제일선
대상빈곤층 등 특정 집단전 국민
시기사후적예방적
방식선별주의·자산조사보편주의
수급의 성격시혜·자선 → 낙인권리 → 낙인 없음
국가의 역할최소한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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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이 잔여적 개념에 붙어 다니는 이유

낙인(stigma)은 급여를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현상이다. 이것이 잔여적 개념의 구조에서 자동으로 따라 나온다. 잔여적 관점에서 사회복지는 정상적인 통로가 실패했을 때 나선다. 그러면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곧 「나는 가족도 시장도 나를 받쳐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밝히는 일이 된다. 자산조사가 이 구조를 더 강하게 만든다 — 소득과 재산을 드러내고 부양의무자에게 연락이 가며, 그 과정 자체가 실패의 확인 절차가 된다. 낙인은 감정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수급률을 떨어뜨린다. 자격이 있는데도 신청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들은 대개 가장 취약한 층이다. 사회보장급여법 제21조가 「신청의 철회나 포기를 유도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고(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1조제5항도 같다), 제21조제4항이 전담공무원에게 선정기준과 급여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할 의무를 지운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반대로 제도적 개념에서는 급여가 누구나 받는 것이므로 받는다는 사실이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건강보험으로 병원에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다. 보편주의가 낙인을 없앤다는 논거가 여기 있다.

두 개념이 이후 이론으로 이어지는 길

윌렌스키와 르보의 이분법은 그 자체로는 단순하지만, 뒤의 거의 모든 유형론이 여기서 갈라져 나온다. 티트머스는 셋으로 늘렸다. 잔여적과 제도적 재분배 사이에 산업성취수행 모형을 넣어, 복지가 크더라도 그것이 직업적 지위를 그대로 옮겨 놓는 경우가 있음을 드러냈다. 급여의 양이 아니라 분배의 원리를 본 것이다. 에스핑-안데르센은 이 통찰을 이어받아 탈상품화와 계층화라는 두 축을 세웠다. 자유주의는 잔여적 개념에, 조합주의는 산업성취수행 모형에, 사회민주주의는 제도적 재분배 모형에 각각 대응한다고 읽을 수 있다. 할당의 원리(길버트와 테렐)도 같은 뿌리다. 자산조사 욕구는 잔여적, 귀속적 욕구는 제도적 쪽에 가깝다. 그래서 이 두 개념은 첫 장에 나오지만 과목 전체를 꿰는 축이다. 뒤에서 새 이론을 만날 때마다 「이것은 잔여적인가 제도적인가」로 자리를 잡아 보면 이름을 외우지 않고도 내용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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