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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관의 세 사업이 조문에 들어간 뜻
제34조의5제1항이 사회복지관의 사업으로 서비스 제공·사례관리·조직화를 나란히 든 것은 오랜 논의의 결과다.
세 사업이 서로 다른 계보에서 왔다. 앞 장에서 본 대로 서비스 제공과 사례관리는 자선조직협회의 계보 — 개별 사례를 사정하고 자원을 조정하는 방식 — 이고, 조직화는 인보관의 계보 — 지역에 들어가 주민을 조직하고 환경을 바꾸는 방식 — 다. 두 흐름이 한 기관의 사업으로 나란히 놓인 것이다.
왜 함께 두어야 하는가. 서비스만 제공하면 개인의 어려움은 덜어지되 그것을 낳는 조건은 그대로다. 조직화만 하면 당장 어려운 사람을 돕지 못한다. 사례관리는 흩어진 자원을 한 사람에게 엮지만, 엮을 자원이 지역에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 그 자원을 만드는 것이 조직화와 자원 개발이다. 셋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는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앞 장에서 본 대로 조직화는 성과가 늦고 실적으로 잡히지 않아 가장 먼저 밀린다. 서비스 제공은 참여 인원으로, 사례관리는 관리 건수로 실적이 나오지만 조직화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지역조직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주민 대상 강좌를 운영하는 일이 생긴다.
공공의 사례관리가 강화되면서 새 논점도 생겼다. 앞 장에서 본 대로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과 희망복지지원단이 사례관리를 하면서 사회복지관의 사례관리와 겹친다. 그래서 사회복지관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되었고, 공공이 하기 어려운 것 — 지속적 관계, 지역 조직화, 유연한 지원 — 에 무게를 두는 방향이 논의된다.
제4호의 「지역사회에서 요청하는 사업」도 눈여겨볼 자리다. 열거되지 않은 사업이라도 지역이 요청하면 할 수 있게 열어 둔 것이며, 지역마다 다른 필요에 대응할 여지를 조문이 남긴 것이다.
위탁운영이 사회복지관에 미친 영향
사회복지관의 상당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고 법인이 위탁받아 운영한다. 제34조제5항이 그 근거이며, 이 구조가 사회복지관의 운영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위탁의 이점. 공공이 시설을 짓고 민간이 운영하면 공공의 재원과 민간의 전문성·유연성을 함께 쓸 수 있다.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인력 운용이 유연하고, 지역과의 관계도 만들기 쉽다.
위탁이 낳는 문제. 첫째, 위탁 기간이 짧다. 통상 3~5년 단위로 재위탁 심사를 받는데, 그 주기가 짧으면 장기 사업을 벌이기 어렵고 직원의 고용이 불안해진다. 앞 장에서 본 인적 의존과 이직의 문제가 여기서 커진다. 둘째, 평가에 좌우된다. 재위탁을 받으려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고, 그러면 앞 장에서 본 대로 평가 지표에 잡히는 활동에 자원이 쏠린다. 셋째, 위탁 기관과의 관계에서 자율성이 제한된다. 사업의 내용과 예산의 사용이 위탁 조건에 묶이며, 앞 장에서 본 정치경제이론의 자원 의존이 작동한다. 넷째, 운영 주체가 바뀌면 축적이 끊긴다. 위탁 법인이 교체되면 직원이 바뀌고 지역과의 관계도 새로 시작된다.
논의되는 개선 방향. 위탁 기간의 연장(장기 사업이 가능하도록), 평가 지표의 개선(조직화와 관계 형성이 반영되도록), 재위탁의 예측 가능성 확보, 종사자의 고용 승계가 그 목록이다.
근본적 물음도 있다. 지역사회복지의 거점을 위탁이라는 불안정한 형태로 둘 것인가, 아니면 공공이 직접 운영하거나 법인의 자체 시설로 안정화할 것인가. 앞 장에서 본 신공공관리의 계약 방식이 갖는 장단점이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어느 쪽이든 안정성과 책임성 가운데 무엇을 앞세울 것인가의 선택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