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힘이 클 때실천가는 뒤로 물러난다.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규정하고 자원을 찾고 요구할 수 있다면 실천가가 앞에 설 이유가 없다. 조력자의 자리에서 촉진하고 지원하며, 필요할 때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는 전문가의 역할을 더한다.
VS주민의 힘이 약할 때실천가가 앞으로 나선다.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신해 옹호자로 말하고, 구조가 막으면 행동가로 맞선다. 다만 앞 장에서 본 대로 이 자리는 임시적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당사자가 스스로 말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물러나야 한다.
조력자 — 뒤에서 촉진한다(주민이 할 수 있을 때)→중개자 — 주민과 자원을 잇는다(연결이 없을 때)→옹호자 — 대신 말한다(스스로 말하기 어려울 때)→행동가 — 구조에 맞선다(제도가 응하지 않을 때)→뒤로 갈수록 개입이 적극적이 되고, 주민의 힘이 자라면 다시 앞으로 돌아간다
그로서의 네 역할| 역할 | 무엇을 하나 | 개입의 적극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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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력자 | 지역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다 | 가장 소극적 — 뒤에서 촉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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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개자 | 주민과 자원을 이어 준다 | 연결의 자리에 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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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호자 |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대변하고 요구한다 | 앞에 나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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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가 | 불평등한 구조에 직접 도전한다 | 가장 적극적 — 맞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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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을 고르는 기준 — 누가 할 수 있는가
실천가의 역할은 취향이나 성향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정한다. 그 기준을 정리하면 실무에서 헤매지 않는다.
첫째 기준 — 주민이 할 수 있는가. 주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가가 대신 하면 그 사람의 힘이 자라지 않는다. 앞 장에서 본 조력자의 원칙 — 주민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하지 않는다 — 가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첫 물음은 늘 「이 일을 주민이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게 도우면 되는가」다.
둘째 기준 — 시간이 있는가. 주민이 배워서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급한 사안에서는 그 시간이 없다. 학대 신고나 응급 지원처럼 지금 움직여야 하는 일에서는 실천가가 직접 한다.
셋째 기준 — 상대가 응하는가. 요구하면 응하는 상대라면 중개와 조정으로 충분하다. 응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옹호와 행동이 필요하다.
넷째 기준 — 위험이 누구에게 가는가. 대결적 방식을 쓰면 보복의 위험이 있다. 그 위험을 주민이 감당해야 한다면 그들의 판단이 우선이며, 실천가가 「우리가 싸워야 합니다」라고 앞장서서는 안 된다.
역할이 바뀌는 순간. 한 사업 안에서도 역할은 여러 번 바뀐다. 초기에는 주민을 만나고 조직하는 조력자, 자원이 필요할 때는 중개자, 행정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옹호자, 그것으로도 안 되면 행동가다. 그리고 요구가 관철되고 주민 조직이 자리 잡으면 다시 조력자로 물러난다.
흔한 잘못. 한 가지 역할에 굳는 것이다. 늘 조력자로만 있으면 구조적 문제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늘 옹호자로만 있으면 주민의 힘이 자라지 않으며, 늘 계획가로만 있으면 현장과 멀어진다. 자기가 어느 역할에 편한지 알고, 불편한 역할을 의식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실천가의 성장이다.
중개자 역할이 실제로 어려운 이유
중개자(broker)는 주민과 자원을 이어 주는 역할이다. 목록에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지식과 기술을 요구한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지역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 각 자원의 자격 요건과 절차와 대기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담당자가 누구인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융통이 가능한지를 알아야 한다. 이 지식은 문서에 없고 경험과 관계로 쌓인다.
단순 안내와 중개의 차이. 「○○기관에 가 보세요」는 안내이고, 그 기관에 연락해 가능한지 확인하고 담당자를 정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개다. 앞 장에서 본 의뢰가 끊기는 지점들이 여기서 갈린다.
어려운 대목들. 첫째, 맞는 자원이 없다. 필요는 분명한데 그것을 채울 서비스가 지역에 없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면 중개는 성립하지 않고 자원개발이나 옹호로 넘어가야 한다. 둘째, 자격이 걸린다. 자격 요건에 조금 미달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규정대로 하면 도울 수 없고, 융통하면 다른 사람과의 형평이 문제된다. 셋째, 대기가 길다. 넷째,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 실천가가 보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당사자가 거부하면 자기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중개자의 자리가 갖는 위험. 앞 장에서 본 구조적 공백의 논의에서 보았듯, 중개자는 양쪽을 모두 아는 자리에 서므로 힘을 갖는다. 그 힘이 계속 유지되면 당사자는 늘 중개자를 거쳐야 하고 의존이 굳는다. 그래서 좋은 중개는 다음에는 스스로 연결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간다 —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 주고, 함께 가되 다음에는 혼자 갈 수 있게 하고, 관계를 직접 이어 준다.
기관 차원에서 할 일은 자원 목록을 만들어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것, 연계 이력을 기록해 담당자가 바뀌어도 남게 하는 것, 그리고 자주 부딪히는 자격의 문턱을 모아 앞 장에서 본 계층옹호로 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