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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주의적·인종차별철폐 모델이 별도로 선 이유
포플이 여권주의적 지역사회사업과 인종차별철폐 지역사회사업을 독립된 모델로 세운 것은 분류상의 선택이 아니라 이론적 주장이다.
기존 모델의 한계. 로스만의 사회행동모델은 갈등과 억압을 다루지만, 그 억압을 주로 계급과 자원 배분의 문제로 본다. 그런데 같은 계급 안에서도 여성이 겪는 억압이 다르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소수 인종이 겪는 배제가 다르다. 계급의 언어로는 잡히지 않는 억압이 있다는 것이 이 모델들의 출발이다.
여권주의적 지역사회사업의 논점. 첫째, 앞 장에서 본 대로 비공식 돌봄의 대부분을 여성이 맡는다. 「지역사회가 돌본다」는 표현이 실제로는 「여성이 돌본다」를 뜻하는 경우가 많고, 지역사회보호 정책이 여성의 무급 노동에 기대는 구조가 된다. 둘째, 주민 조직의 참여자는 여성이 많은데 대표는 남성인 경우가 흔하다. 실무는 여성이 하고 발언과 대표는 남성이 하는 구조다. 셋째, 여성이 겪는 문제 — 돌봄 부담, 폭력, 경제적 의존 — 가 지역의 의제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실천의 방식이 다르다. 위계적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형태를 택하고, 개인의 경험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며(「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돌봄과 재생산 노동을 정면으로 의제화한다.
인종차별철폐 지역사회사업도 같은 구조다. 소수 인종의 필요가 주류의 서비스 안에서 다뤄지지 않고, 서비스 자체가 문화적으로 맞지 않으며, 차별이 지역의 의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당사자 조직의 지원, 문화적으로 적합한 서비스, 차별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 실천의 내용이 된다.
우리 현장에 옮기면.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실천이 인종차별철폐 모델에 대응하고, 여성 한부모·돌봄자·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실천이 여권주의적 모델에 대응한다. 다만 두 모델의 요점은 그 대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실천 전체가 그 억압을 재생산하고 있지 않은지 되묻는 것이다.
모델 분류를 시험 뒤에도 쓰는 법
실천모델은 여러 학자가 여러 방식으로 나누어 놓아 외울 것이 많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이 분류를 쓸 방법이 있다.
첫째, 자기 실천을 서술하는 언어로 쓴다. 「우리는 지역조직화를 한다」는 말은 아무것도 특정하지 않는다. 누구를 대상으로(근린 주민인가 특정 이해집단인가), 누구를 움직이려(주민인가 행정인가 대중인가), 무엇을 겨누어(관계인가 서비스인가 정책인가), 어떤 자리에서(조력자인가 계획가인가 옹호자인가) 하는지를 말하면 실천이 분명해진다.
둘째, 빠진 축을 찾는다. 한 기관의 사업 목록을 모델별로 분류해 보면 어디에 몰려 있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 보인다. 대부분의 기관이 프로그램개발과 사회계획에 몰려 있고 정치사회행동과 연합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비어 있음이 의도적 선택인지 여력의 문제인지 물어볼 수 있다.
셋째, 배합을 조정한다. 앞 장에서 본 대로 세 모델은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배합하는 것이다. 같은 사안에서 계획의 방법으로 근거를 만들고, 개발의 방법으로 조직을 만들고, 행동의 방법으로 관철하는 순서를 짤 수 있다.
넷째, 결정권을 점검한다. 테일러와 로버츠의 축으로 「이 사업의 결정권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으면, 「주민 참여」가 실질인지 형식인지 드러난다.
다섯째, 놓친 억압을 확인한다. 포플의 뒤 세 모델로 「우리 실천이 성과 인종과 교육의 축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를 물을 수 있다.
분류의 값은 답에 있지 않고 물음에 있다. 어느 모델이 옳은지가 아니라, 각 모델이 던지는 물음을 자기 실천에 대 보는 것이 이 지식의 실무적 쓸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