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개발 — 한 기관의 서비스를 만들고 지역과 잇는다→정치사회행동 — 정책과 정책 결정자를 바꾼다→연합 — 여러 조직이 힘을 합쳐 더 큰 목표를 겨눈다→사회운동 — 사회 전반의 인식과 제도를 바꾼다→뒤로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성과가 늦게 나타난다
뒤의 네 모델| 모델 | 일차적 구성원 | 표적체계 |
|---|
| 프로그램개발과 지역사회연계 | 기관의 이사회·행정가·지역사회 대표 | 재정 지원자와 서비스 수혜자 |
|---|
| 정치사회행동 | 정치적 권한을 가진 시민 | 선거권자·선출직 공무원·행정 관료 |
|---|
| 연합 | 이해관계를 가진 조직들 | 선출직 공무원·재단·정부기관 |
|---|
| 사회운동 | 새 비전을 창출할 조직과 지도자 | 일반 대중과 정치제도 |
|---|
더 알아보기
연합이 성립하고 무너지는 조건
연합모델은 우리 현장에서 가장 자주 쓰이면서 가장 자주 흐지부지되는 형태다. 앞 장에서 본 에머슨의 다섯 대응 가운데 연합이 실천모델로 정리된 것이며, 성립과 유지의 조건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왜 연합인가. 한 기관이나 한 단체가 혼자 요구하면 무시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상대가 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각자의 자원 — 회원, 전문성, 관계, 정당성 — 을 합하면 새 자원을 만들지 않고도 힘이 커진다.
성립의 조건. 첫째, 공동의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지역 복지를 위해」처럼 막연하면 무엇을 함께 할지 정해지지 않는다. 둘째, 각 조직이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참여가 손해이기만 하면 오래가지 않는다. 셋째, 참여의 부담이 감당 가능해야 한다. 회의가 잦고 실무가 많으면 작은 단체부터 빠진다. 넷째, 조율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 아무도 실무를 맡지 않으면 모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무너지는 경로. 목표를 넓히다 흐려진다 — 여러 조직의 관심을 다 담으려다 무엇을 하는 연합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성과가 없어 지친다 — 몇 번 요구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으면 참여가 준다. 큰 조직이 주도한다 — 자원이 많은 쪽의 이해가 앞서면 작은 조직이 떠난다. 대표성 다툼이 생긴다 — 누가 연합을 대표해 말하는가를 두고 갈등이 생긴다. 본업에 밀린다 — 각 조직의 정규 업무가 바빠지면 연합 활동이 뒤로 간다.
유지하는 방법. 목표를 좁고 구체적으로 잡는 것, 작은 성과를 빨리 만들어 보이는 것, 역할과 부담을 문서로 나누는 것(앞 장에서 본 책임행렬표), 실무를 맡을 자리에 인력과 예산을 두는 것, 의사결정 규칙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제도화된 연합이 앞 장에서 본 지역사회보장협의체다. 다만 제도화되면 참여가 의무가 되어 자발성이 줄고, 행정이 운영하므로 행정을 상대로 한 압력의 성격은 약해진다. 그래서 협의체와 별개로 자발적 연합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기관이 정치사회행동모델을 쓰기 어려운 이유와 그 대응
정치사회행동모델은 정책과 정책 결정자를 바꾸는 것을 겨눈다. 사회복지의 가치에 비추어 정당한 실천인데, 현장의 기관이 이를 수행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어려움의 근원. 앞 장에서 본 자원의존이다. 기관의 재원은 대부분 정부에서 오고, 위탁 계약도 지방자치단체와 맺는다. 그 상대를 향해 압력을 넣는 일은 자기 재원을 위협하는 일이 된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다음 위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실재한다.
게다가 시간과 인력이 없다. 정치사회행동은 자료를 만들고, 여론을 모으고, 의원을 만나고,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다. 정규 사업만으로도 벅찬 기관에서 이 일에 사람을 쓰기 어렵다.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 현장에서 반복해 부딪히는 제도의 빈틈은 개별 사례의 처리로 메워지지 않는다. 같은 문제로 열 사람이 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며, 그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열한 번째 사람이 또 온다. 앞 장에서 본 비판의식과 사회정의의 가치가 이 실천을 요구한다.
현실적 대응 방식들.
첫째, 분업이다. 서비스 제공 기관은 자료와 사례를 제공하고, 협회·연대체·시민단체가 앞에 나선다.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는 방식이다.
둘째, 연합이다. 여럿이 함께하면 개별 기관이 지목되지 않는다. 앞 항목의 연합모델이 정치사회행동의 위험을 낮추는 형태로 쓰인다.
셋째, 제도 안의 통로다. 협의체, 위원회, 공청회,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내는 것이다. 대결의 방식이 아니므로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 다만 그 통로에서 다뤄지지 않는 사안에는 닿지 못한다.
넷째, 근거를 쌓아 두는 것이다. 현장의 사례를 기록하고 집계해 두면, 기회가 왔을 때 곧바로 근거로 쓸 수 있다. 앞 장에서 본 쓰레기통모형의 「해결책을 준비해 두었다가 창이 열릴 때 꺼내는」 전략이다.
당사자가 앞에 서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식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기관이 대신 말하는 것보다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편이 정당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힘도 자란다. 기관의 역할은 그 자리를 만들고 뒤에서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