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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형만 키우는 사업의 함정
지역사회복지 사업에서 「주민 간의 관계를 만든다」고 할 때, 대개 만들어지는 것은 결속형 사회자본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때로는 해롭기까지 하다.
왜 결속형이 먼저 생기는가.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기 쉽다. 같은 또래, 같은 처지, 같은 관심의 사람들이 모이면 대화가 편하고 모임이 지속된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열면 자연스럽게 동질적인 집단이 형성된다.
그것이 낳는 문제. 첫째, 참여하는 사람만 계속 참여한다. 기존 모임이 끈끈해질수록 새로 오려는 사람은 끼어들기 어렵다. 「이미 다들 아는 사이인데」라는 느낌이 문턱이 된다. 둘째, 정작 고립된 사람은 여전히 밖에 있다.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 낯선 자리를 꺼리는 사람은 모임이 활발해질수록 더 멀어진다. 셋째, 새로운 정보와 자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같은 사람들끼리는 같은 것만 알고 있다. 넷째, 내부 규범이 강해져 다른 의견이 눌린다.
교량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절로 생기지 않으므로 설계해야 한다. 다른 집단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세대 간, 토박이와 새 주민, 내국인과 이주민), 한 사람이 여러 모임에 걸치도록 하는 것, 모임 사이를 잇는 사람을 두는 것, 새로 오는 사람이 들어올 경로를 만들어 두는 것이 방법이다.
연결형도 마찬가지다. 주민이 행정·의회·전문기관과 이어질 통로가 있어야 요구가 닿는다. 앞 장에서 본 협의체와 주민참여예산이 제도적 통로이며, 실천가가 그 통로를 여는 역할을 한다.
평가에서도 이 구분이 필요하다. 「참여 인원」과 「모임 횟수」만 재면 결속형만 늘어나도 성과로 잡힌다. 참여자의 구성이 다양해졌는지,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는지, 밖과 이어진 통로가 생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사회자본 개념을 조심해서 써야 하는 이유
사회자본은 지역사회복지에서 매우 인기 있는 개념이지만, 몇 가지 경계할 지점이 있다.
첫째, 책임의 전가로 쓰일 수 있다. 「사회자본이 풍부한 지역이 문제를 잘 해결한다」는 명제가 「그러니 사회자본이 부족한 지역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로 미끄러질 수 있다. 그런데 사회자본의 부족은 대개 구조적 조건의 결과다. 잦은 이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주거, 공공 공간의 부재가 관계를 만들 여유를 빼앗는다. 관계를 만들라고 요구하기 전에 관계를 만들 조건을 봐야 한다.
둘째, 물질적 자원을 대신할 수 없다. 이웃 관계가 좋다고 소득이 생기지는 않는다. 사회자본은 물적 자원을 더 잘 쓰게 하고 위기를 견디게 하지만, 없는 자원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지역의 사회자본을 키우면 된다」는 논리가 공적 자원의 투입을 대신하면 앞 장에서 본 비공식 돌봄 강조의 위험이 되풀이된다.
셋째,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 부르디외가 지적한 대로 사회자본은 이미 가진 사람이 더 갖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쉽다. 좋은 학교와 직장의 관계망은 그 자체가 자원이며, 그 망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과의 격차를 벌린다. 「모두의 사회자본을 키우자」는 말이 실제로는 이미 관계망이 있는 사람들의 것을 더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넷째, 측정이 어렵다. 신뢰와 규범은 설문으로 재지만 그 값이 무엇을 뜻하는지 불분명하고, 관계망의 밀도가 높다고 좋은 관계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정확한 사용법은 이렇다. 사회자본을 목표가 아니라 조건으로 본다. 관계가 있으면 자원이 더 잘 쓰이고 정보가 돌고 서로 지지하게 되므로 다른 개입이 잘 듣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자원의 부족이나 제도의 결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