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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와 기관 사이의 권력 관계
권력의존이론은 기관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기관 사이의 관계를 보는 데도 쓰인다. 이 적용이 불편하지만 중요하다.
구조를 보면 이렇다. 클라이언트는 필요한 자원 — 급여, 서비스, 정보, 자격 판정 — 을 기관에서 얻는다. 그 자원이 절실하고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다면, 기관은 그 클라이언트에 대해 권력을 갖는다. 실무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관계 자체가 그렇게 짜여 있다.
그 권력이 나타나는 모습. 클라이언트가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 말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자기에게 맞지 않아도 받아들인다. 실무자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 앞 장에서 본 서비스 질 조사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의존을 줄이는 장치가 제도에 들어 있다. 선택권을 주는 것(바우처, 제공기관 선택), 이의를 제기할 통로를 두는 것(고충 처리, 이의신청), 정보를 공개하는 것(평가 결과의 게시), 당사자 조직을 지원하는 것(연합의 방법), 급여를 권리로 규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이 가장 근본적이다 — 시혜가 아니라 권리가 되면 기관의 재량이 줄고 그만큼 의존이 준다.
실무자가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결정의 근거와 기준을 설명하는 것, 거절할 수 있음을 분명히 알리는 것, 다른 선택지를 함께 알려 주는 것,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불균형을 줄이는 실무다.
임파워먼트 실천이 이 관점과 이어진다. 앞 장에서 본 임파워먼트는 「힘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할 힘을 갖게 하는 것인데, 권력의존이론의 언어로 옮기면 의존을 줄이고 대안과 연합을 만드는 것이 된다.
연합이 가장 널리 쓰이는 이유
에머슨이 든 다섯 대응 가운데 지역사회복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연합(coalition)이다. 왜 그런지 보면 이 방법의 조건과 한계도 함께 보인다.
다른 방법이 어려운 이유. 경쟁(대안 찾기)은 자원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불가능하다. 국고보조금을 대체할 재원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재평가(그 자원이 덜 필요하다고 보기)는 실제로 필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간다. 호혜(상대가 원하는 것을 갖기)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힘의 차이가 크면 한계가 있다. 강제는 앞 장에서 본 대로 관계를 깨고 보복을 부른다.
연합의 논리. 개별 기관이나 개인은 약하지만, 여럿이 뭉치면 상대가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 한 기관이 예산을 요구하면 무시할 수 있어도, 지역의 스무 기관이 함께 요구하면 다르다. 그리고 연합은 자원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기존의 자원을 합해 힘을 키운다는 점에서 비용이 적다.
성립의 조건. 첫째, 공통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각자의 이해가 다르면 오래가지 못한다. 둘째, 참여의 비용이 감당 가능해야 한다. 회의와 조율에 드는 시간이 지나치면 이탈한다. 셋째, 성과가 보여야 한다. 몇 번 시도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흩어진다. 넷째, 조율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한계와 위험. 연합 안에서도 힘의 차이가 있어 큰 기관의 이해가 앞설 수 있고, 공통분모를 찾다 보면 요구가 무난해져 정작 절실한 사안이 빠진다. 그리고 연합이 제도화되어 협의체가 되면 연합의 상대였던 행정이 그 협의체를 운영하게 되어 압력의 성격이 사라지기도 한다.
앞 장에서 본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정확히 이 자리에 있다. 민관이 함께 앉아 조율하는 제도적 연합이며,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나 협의체가 있다고 옹호가 대신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