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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론이 실천에서 함께 쓰이는 방식
구조기능론과 갈등이론은 교과서에서 대립하는 것으로 제시되지만, 실무에서는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무엇을 쓰는가의 문제다.
구조기능론이 맞는 자리. 지역의 여러 기관과 자원을 파악하고 중복과 공백을 확인하는 작업, 기관 간 연계와 협력을 조율하는 일, 서비스 전달체계를 설계하는 일이 그렇다. 이런 작업에서는 「누가 어떤 기능을 맡고 있고 무엇이 비어 있는가」를 묻는 것이 유효하다. 앞 장에서 본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수립과 협의체의 운영이 이 관점 위에 서 있다.
갈등이론이 맞는 자리. 자원의 배분 자체가 문제일 때, 특정 집단이 반복해서 배제될 때, 조정으로는 풀리지 않는 이해의 대립이 있을 때다. 임대아파트 주민에 대한 차별, 장애인 시설 설치에 대한 지역의 반대, 재개발로 인한 세입자의 축출이 그런 사안이다. 이런 자리에서 「함께 협력합시다」는 실질적으로 힘 있는 쪽의 편이 된다.
둘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이해가 양립 가능한가이다. 양립 가능하면 조정으로 풀리고,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이 잃는 구조라면 조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한 사업 안에서 두 관점이 순서를 이루기도 한다. 먼저 협력적 방식으로 시도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압력의 방식으로 옮겨 가는 순서다. 앞 장에서 본 하젠펠드의 대응전략에서 협동 전략과 방해 전략의 관계와 같다.
실천가의 위치도 여기서 갈린다. 구조기능론적 실천에서 실천가는 조정자와 연계자이고, 갈등이론적 실천에서는 조직가와 옹호자다. 뒤에 볼 지역사회복지사의 역할 목록에 이 두 갈래가 모두 들어 있는 것은 두 관점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알린스키의 주민조직 — 갈등이론이 실천이 될 때
솔 알린스키(Saul Alinsky)는 1930년대 시카고에서 주민조직 운동을 시작해 갈등이론에 기초한 실천의 원형을 만들었다.
출발의 전제.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힘의 부족이다. 결정은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필요는 의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천의 목표는 자원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방법. 지역에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화가 나 있는 구체적 사안을 찾고, 그 사안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든다. 승리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목표부터 시작해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을 쌓게 한다. 상대를 명확히 지목하고, 압력의 수단을 쓰고, 협상 자리를 만든다.
그의 원칙 몇 가지가 널리 인용된다. 「가진 힘만이 아니라 가졌다고 상대가 믿는 힘도 힘이다」, 「상대의 규칙을 그들 자신에게 적용하라」, 「사람들의 경험 밖에 있는 전술은 쓰지 말라」, 「전술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것들이다.
비판도 있다. 첫째, 갈등을 만드는 방식이 관계를 파괴해 이후의 협력을 어렵게 한다. 둘째, 조직가에게 의존하게 되어 그가 떠나면 조직이 흔들린다. 셋째, 승리할 수 있는 작은 사안에 집중하다 보면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넷째, 대결의 방식이 여론의 지지를 잃으면 오히려 후퇴를 부른다.
우리 현장에 옮길 때는 조건의 차이를 봐야 한다. 사회복지기관은 앞 장에서 본 대로 공적 재원에 의존하므로 대결적 방식을 쓰기 어렵고, 그래서 당사자 조직과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맡고 기관은 지원하는 분업이 흔하다. 다만 기관이 그 분업 뒤에 숨어 어떤 옹호도 하지 않는다면, 앞 장에서 본 대로 그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