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기능

워렌의 지역사회 비교척도

미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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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Warren)은 지역사회를 서로 견주어 볼 수 있도록 네 가지 비교척도를 제시했다. 어느 척도든 좋고 나쁨을 재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가 어떤 성격인가를 드러내는 축이다. 지역적 자치성(local autonomy) — 그 지역사회가 다른 체계에 얼마나 의존하는가를 본다. 지역 안에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마련하면 자치성이 높고, 중앙정부나 외부 기관의 결정과 자원에 좌우되면 낮다. 서비스 영역의 일치성(service area correspondence) — 학교·상점·병원·행정 같은 서비스 구역이 서로 얼마나 겹치는가를 본다. 학군과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대체로 일치하면 주민의 관계가 한 공간에 겹쳐 쌓이고, 서로 어긋나면 관계가 흩어진다. 지역에 대한 주민의 심리적 동일시(psychological identification with locality) — 주민이 그 지역을 자기가 속한 곳으로 여기는 정도다. 「우리 동네」라는 감각이 있는가, 떠날 곳으로만 여기는가의 차이다. 수평적 유형(horizontal pattern) — 지역사회 안의 단위들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가다. 주민조직·기관·상점·학교가 서로 알고 협력하면 수평적 결속이 높다. 이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 수직적 유형(vertical pattern)으로, 지역 안의 단위가 지역 밖의 상위 체계와 맺는 관계다. 지점과 본사, 지역 기관과 중앙 부처의 관계가 그렇다. 두 유형의 긴장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수직적 결속이 강하면 외부 자원을 끌어오기 쉽지만 지역의 자율성이 줄고, 수평적 결속이 강하면 주민의 힘은 커지지만 외부 자원과 이어지기 어렵다.
네 척도를 붙잡는 요령은 「스스로 정하나·구역이 겹치나·내 동네라 여기나·서로 아는가」다. 그리고 이 이론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은 수평과 수직의 대비다 — 수평은 지역 안, 수직은 지역 밖 상위 체계와의 관계이며, 둘은 서로 당긴다. 외부에서 자원이 많이 들어올수록 그 자원을 주는 쪽의 기준을 따르게 되어 지역의 자치성이 줄어드는 것이 이 긴장의 실제 모습이다.
  1. 워렌의 네 비교척도는 지역사회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 성격을 드러내는 축이다.
  2. 지역적 자치성은 그 지역사회가 지역 밖의 다른 체계에 얼마나 의존하는가를 본다.
  3. 서비스 영역의 일치성은 학교·상점·병원·행정의 구역이 서로 얼마나 겹치는가를 본다.
  4. 구역이 서로 겹치면 주민의 관계가 한 공간에 겹쳐 쌓이고 어긋나면 관계가 흩어진다.
  5. 심리적 동일시는 주민이 그 지역을 자기가 속한 곳이라 여기는 정도를 가리킨다.
  6. 수평적 유형은 지역사회 안의 단위들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가다.
  7. 짝을 이루는 수직적 유형은 지역 안의 단위가 지역 밖 상위 체계와 맺는 관계다.
  8. 수직적 결속이 강하면 외부 자원을 끌어오기 쉬우나 지역의 자율성이 줄어든다.
  9. 반대로 수평적 결속이 강하면 주민의 힘은 커지나 외부 자원과 이어지기 어렵다.
  1. 수평과 수직을 맞바꾼 선지가 가장 흔하다 — 수평은 지역 안, 수직은 지역 밖이다.
  2. 「수직적 결속이 강할수록 지역 자치성도 높아진다」로 적으면 틀린다. 줄어든다.
  3. 서비스 영역의 일치성을 「서비스의 질」로 오해하면 틀린다. 구역이 겹치는 정도다.
  4. 「네 척도는 지역사회의 우열을 가린다」로 적으면 틀린다. 성격을 드러내는 축이다.
  5. 심리적 동일시를 지역적 자치성과 뒤섞지 말 것 — 감각의 문제와 결정권의 문제다.
수평적 유형 — 지역 안의 관계

주민조직·기관·상점·학교가 서로 알고 협력하는 정도다. 높으면 지역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기고 자원을 서로 융통할 수 있다. 대신 지역 안의 자원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있고, 외부와 이어지지 않으면 고립된다.

수직적 유형 — 지역 밖과의 관계

지역의 단위가 본사·중앙 부처·상급 기관 같은 지역 밖 체계와 맺는 관계다. 높으면 외부 자원과 전문성을 끌어올 수 있다. 대신 결정의 기준이 밖에서 오므로 지역의 자치성이 줄고, 지역의 실제 필요와 어긋난 사업을 하게 되기도 한다.

워렌의 네 비교척도
척도묻는 것높으면
지역적 자치성다른 체계에 얼마나 의존하는가스스로 결정하고 마련한다
서비스 영역의 일치성서비스 구역이 서로 겹치는가관계가 한 공간에 겹쳐 쌓인다
심리적 동일시내 동네라고 여기는가소속감이 높고 참여가 활발하다
수평적 유형지역 안 단위들이 서로 이어져 있는가주민과 기관이 서로 알고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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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과 수평의 긴장이 사회복지 현장에 나타나는 모습

워렌의 수평·수직 구분은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사회복지 현장의 익숙한 딜레마를 정확히 짚는다. 수직적 관계가 강한 기관을 생각해 보자. 국고보조 사업과 중앙 부처의 지침, 상급 법인의 방침에 따라 움직인다. 재원이 안정적이고 전문성 있는 매뉴얼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사업의 내용이 위에서 정해져 내려오므로 그 지역의 실제 필요와 어긋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원하는 것과 지침이 요구하는 것이 다를 때, 기관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 앞 장에서 본 자원 의존이 여기서 작동한다. 수평적 관계가 강한 기관은 반대다. 지역의 주민조직, 상인회, 학교, 종교기관, 다른 복지기관과 촘촘히 이어져 있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자원을 서로 융통한다. 그런데 큰 재원이 없다. 자원봉사와 소액 후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좋은 실천은 둘을 함께 쓴다. 수직적 통로로 재원과 제도를 끌어오되, 그것을 수평적 관계 안에서 지역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침이 정한 틀 안에서 지역의 필요에 맞게 운영하고, 남는 부분은 지역의 자원으로 메운다. 우리 제도에도 이 구조가 들어 있다. 사회보장급여법 제35조는 시·군·구가 계획을 세우면 시·도가 그것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아래에서 올라온 것을 위가 뒷받침하는 구조이며,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방식과 다르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지역의 계획이 상급 계획의 틀에 맞추어 쓰이는 경향이 지적되어 왔다. 지역사회복지사의 자리가 여기서 정해진다. 위에서 온 자원과 아래의 필요를 잇는 사람이며, 어느 한쪽만 보면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서비스 영역의 일치성」이 왜 척도가 되는가

네 척도 가운데 서비스 영역의 일치성은 처음 보면 왜 중요한지 짐작하기 어렵다. 학군과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겹치느냐가 무슨 문제인가. 일치할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 같은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그 부모들이 같은 주민센터를 이용하며, 같은 상점에서 마주치고, 같은 병원에 다닌다. 만남이 여러 영역에서 겹쳐 쌓이므로 관계가 두터워진다.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를 시장에서 다시 만나고 주민 모임에서 또 만난다. 사회학에서 다중적 관계(multiplex ties)라 부르는 것이며, 이런 관계는 단일한 관계보다 훨씬 강한 신뢰와 상호 의무를 낳는다. 어긋날 때는 반대다. 아이는 다른 동네 학교에 다니고, 장은 큰길 건너 대형마트에서 보며, 병원은 다른 구로 가고, 직장은 또 다른 곳이다. 각 영역에서 만나는 사람이 모두 달라 어느 관계도 쌓이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모르는 상태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실천에 주는 함의가 크다. 일치성이 낮은 지역에서 「주민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렵다. 공통의 경험과 마주칠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일치하는 영역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 아이를 키우는 부모, 같은 시간에 산책하는 사람, 같은 종교기관에 다니는 사람처럼 겹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행정 단위의 문제도 이 척도와 얽힌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행정구역을 따라 제공되는데, 주민의 실제 생활권은 행정구역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길 하나 건너면 다른 구여서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이 생기고, 생활권은 하나인데 두 지자체가 따로 계획을 세운다. 앞 장에서 본 전달체계의 파편화가 지리적 형태로 나타나는 자리이며, 인접 지자체 간 협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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