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Hillery)는 1955년에 지역사회에 관한 94개의 정의를 모아 분석하고, 그 대부분이 공유하는 세 가지 공통 요소를 뽑아냈다.
지리적 영역의 공유(area) — 일정한 공간을 함께 쓴다. 공동의 유대(common ties) — 소속감, 정체성, 우리라는 감각을 나눈다.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세 요소의 뜻은 지역사회가 공간만으로도, 감정만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모르고 아무 유대가 없다면 지리적 영역만 있을 뿐 지역사회라 하기 어렵다. 반대로 유대와 상호작용이 있으면 공간을 넘어서도 지역사회가 성립하며, 이것이 앞 장에서 본 기능적 지역사회다.
좋은 지역사회(good community)의 조건으로 워렌(Warren)이 제시한 것이 널리 인용된다. 첫째, 구성원 사이에 인격적 관계가 있을 것, 둘째, 권력이 폭넓게 분산되어 있을 것, 셋째, 다양한 소득·인종·종교·이익집단이 포함될 것, 넷째, 지역주민의 자율권이 있을 것, 다섯째, 정책 형성 과정에서 갈등을 협상과 조정으로 해결할 것, 여섯째,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높을 것, 일곱째, 지역사회 자원에 대한 접근이 열려 있을 것 등이다.
던햄(Dunham)도 좋은 지역사회의 원칙으로 민주적 절차, 개인과 집단의 권리 존중, 다양성의 인정, 자율성의 보장, 자원의 공평한 배분을 들었다.
공통된 방향은 뚜렷하다 — 좋은 지역사회는 동질적이고 화목한 곳이 아니라, 다양성을 품고 갈등을 민주적으로 다루며 권력이 분산된 곳이다. 갈등이 없다는 것은 조화롭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목소리가 눌려 있다는 뜻일 수 있으므로, 좋은 지역사회의 표지는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을 드러내고 다루는 능력이 된다.
02이해하기
힐러리의 셋을 붙잡는 요령은 「어디·왜·어떻게」다. 지리적 영역(어디), 공동의 유대(왜 우리인가), 사회적 상호작용(어떻게 이어지는가)이다. 그리고 좋은 지역사회의 조건에서 시험이 노리는 자리는 다양성과 갈등이다 — 좋은 지역사회를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화목한 곳」으로 그리면 정반대다. 워렌의 목록은 다양한 집단이 포함되고 갈등을 협상으로 다루는 것을 조건으로 든다.
03핵심 포인트
힐러리는 1955년에 94개의 지역사회 정의를 모아 분석해 세 가지 공통 요소를 뽑아냈다.
그 세 요소는 지리적 영역의 공유·공동의 유대·사회적 상호작용의 셋이다.
공동의 유대는 소속감과 정체성, 「우리」라는 감각을 함께 나누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구성원이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세 요소의 뜻은 지역사회가 공간만으로도 감정만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워렌은 좋은 지역사회의 조건으로 권력이 폭넓게 분산되어 있을 것을 들었다.
좋은 지역사회는 다양한 소득·인종·종교·이익집단을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정책 형성 과정에서 갈등을 협상과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은 지역사회의 조건에 든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 지역주민의 자율권, 자원에 대한 열린 접근도 조건에 든다.
공통된 방향은 좋은 지역사회가 동질적 화목이 아니라 다양성과 민주적 갈등 처리라는 것이다.
04한 줄 예시
05시험 함정
힐러리의 세 요소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빠뜨리기 쉽다 — 셋을 모두 세어야 한다.
「좋은 지역사회는 구성원이 동질적이어야 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다양성이 조건이다.
「좋은 지역사회에는 갈등이 없어야 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협상과 조정으로 해결한다.
「권력이 유능한 소수에게 집중되어야 한다」로 적으면 틀린다. 폭넓게 분산되어야 한다.
「지리적 영역만 공유하면 지역사회다」로 적으면 부정확하다. 유대와 상호작용이 함께 필요하다.
06한눈에 보기
좋은 지역사회에 대한 흔한 오해
모두가 비슷하고 사이좋으며 갈등이 없는 곳이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이 화합을 깨는 사람이 되고, 소수 집단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된다. 결과적으로 동질성을 지키기 위해 배제가 일어난다.
VS
워렌과 던햄이 말한 조건
다양한 집단이 포함되고, 권력이 분산되며, 갈등을 협상과 조정으로 다루는 곳이다. 갈등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며, 그 처리 능력이 곧 지역사회의 성숙도다. 앞 장에서 본 조직 갈등의 상호작용론적 관점과 같은 발상이다.
힐러리의 세 요소
요소
묻는 것
없으면
지리적 영역
어디를 함께 쓰는가
공간을 매개로 한 만남이 없다
공동의 유대
왜 우리인가 — 소속감과 정체성
모여 살아도 남남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어떻게 이어지는가 — 관계와 영향
유대가 있어도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 알아보기
힐러리의 분석이 남긴 것 — 정의가 94개였다는 사실
힐러리가 1955년에 한 일은 새로운 정의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94개의 정의를 모아 무엇이 공통인지 확인한 것이다. 이 작업 방식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지역사회는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94개의 정의가 있었다는 것은 학자마다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어떤 이는 공간을, 어떤 이는 심리적 소속감을, 어떤 이는 사회적 기능을 중심에 두었다. 힐러리의 결론은 「이것이 옳은 정의다」가 아니라 「대부분이 이 세 가지를 공유한다」였다.
둘째, 세 요소가 모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힐러리 자신이 확인한 것은 세 요소가 정의들에서 자주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이지, 셋이 모두 있어야만 지역사회라는 규범이 아니다. 실제로 앞 장에서 본 기능적 지역사회는 지리적 영역을 공유하지 않는다.
셋째, 그럼에도 세 요소는 진단의 도구가 된다. 어떤 동네를 두고 「여기가 지역사회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물을 때, 세 요소를 하나씩 짚어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보인다. 공간은 있는데 유대가 없는가(익명적 아파트 단지), 유대는 있는데 상호작용이 끊겼는가(고령화로 활동이 줄어든 마을), 상호작용은 있는데 특정 집단만 참여하는가(토박이 중심의 마을회).
넷째, 실천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부족한 요소를 채우는 것이 곧 개입의 방향이 된다. 유대가 없으면 함께할 일과 자리를 만들고, 상호작용이 없으면 만날 계기를 만들며, 참여가 편중되어 있으면 빠진 집단을 끌어들인다. 뒤에 볼 조직화 기술이 이 작업을 다룬다.
곧 힐러리의 세 요소는 개념 정의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를 진단하는 체크리스트로 쓰인다.
「권력의 분산」이 좋은 지역사회의 조건인 이유
워렌이 든 조건 가운데 권력이 폭넓게 분산되어 있을 것은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권력이 집중된 지역사회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가. 몇몇 유력 인사나 특정 집단이 지역의 결정을 좌우하면, 그들의 이해와 어긋나는 필요는 의제가 되지 않는다. 임대아파트 주민의 요구, 이주노동자의 처지, 장애인의 이동권이 논의 자체에서 빠진다. 결정이 나쁘게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권력의 분산은 절차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결과의 문제다. 누가 논의에 참여하는가가 무엇이 논의되는가를 정하고, 그것이 자원의 배분을 정한다.
다양한 집단의 포함이라는 조건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성이 좋은 이유는 그 자체가 미덕이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처지가 들어와야 다양한 필요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질적인 집단은 자기들이 겪지 않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갈등의 협상과 조정이 조건에 든 것도 이어진다. 다양한 집단이 들어오면 이해가 부딪히는 것이 당연하다. 갈등이 없다는 것은 조화롭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목소리가 눌려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지역사회의 표지는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을 드러내고 다루는 능력이 된다.
제도적 표현을 찾자면 사회보장급여법 제41조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그것이다. 위원에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서비스 제공 기관의 대표, 비영리민간단체가 추천한 사람, 읍·면·동 협의체의 위원장, 담당 공무원이 함께 들어가도록 정한 것은 결정의 자리에 여러 축을 두려는 설계다. 다만 조문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과 그 자리에서 실제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그것을 만드는 일이 지역사회복지 실천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