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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축이 겹치는 자리에서 실천이 이루어진다
지리적·기능적 구분은 분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천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사업은 대개 두 축이 겹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한 동네의 고립된 노인을 돕는 사업을 생각해 보자. 지리적 축으로 접근하면 그 동네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통·반장의 협조를 얻고, 경로당과 주민센터를 통하고, 마을 행사를 연다. 강점은 그 지역의 자원과 관계망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약점은 정작 가장 고립된 사람은 경로당에도 행사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능적 축으로 접근하면 「고립된 노인」이라는 처지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아 묶는다. 병원, 건강보험공단, 통신·전기 요금 자료, 다른 기관의 의뢰가 경로가 된다. 강점은 흩어져 있어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약점은 이렇게 모은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처지라는 것만으로 공동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좋은 사업은 둘을 엮는다. 기능적으로 대상을 찾아내고, 지리적으로 관계를 만든다. 자료로 위기가구를 발굴한 뒤 그 사람이 사는 동네의 이웃·상점·경로당과 잇는 방식이다. 앞 장에서 본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와 지역 주민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이 결합의 제도적 표현이다.
반대 방향도 있다. 지리적으로 모인 주민 가운데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기능적 공동체로 조직하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의 학부모를 돌봄 품앗이로, 상인들을 마을기업으로 묶는 일이 그렇다. 뒤에 볼 조직화 기술이 다루는 것이 이 작업이다.
요컨대 두 축은 어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순서와 조합의 문제다.
지리적 결속이 약해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섰는가
산업화와 도시화, 이동성의 증가는 지리적 지역사회의 결속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 변화가 사회복지에 남긴 결과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사라졌는가. 첫째, 비공식 안전망이다. 예전에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친척과 이웃이 먼저 알고 도왔다. 그 관계가 끊기면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둘째, 비공식 통제다. 이웃의 눈이 있으면 학대나 방임이 오래 감춰지기 어렵다. 셋째, 소속감과 정체성이다. 어디에 속해 있다는 감각이 정신건강과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여러 연구가 확인해 왔다.
무엇이 그 자리에 들어섰는가. 공식 제도가 그 기능의 일부를 맡았다. 앞 장에서 본 사회보장급여법의 발굴 규정이 이웃의 눈을 대신하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위기 징후를 자료로 잡는다. 그러나 제도가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급여를 받아도 말 붙일 사람이 없는 상태는 그대로 남는다.
기능적 공동체가 다른 일부를 맡았다.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자조집단, 같은 처지의 부모 모임이 정보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다. 지리적 이웃보다 오히려 깊은 이해를 나눌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이 공동체는 자원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고, 지역의 물리적 자원(공간, 시설, 예산)과 이어지지 않으면 오래가기 어렵다.
지역사회복지의 과제가 여기서 나온다. 한편으로는 약해진 지리적 결속을 의도적으로 다시 짜는 일이다 — 마을 만들기, 주민 조직화, 공동체 공간의 조성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능적 공동체를 지역의 자원과 잇는 일이다. 뒤에 볼 로스만의 지역사회개발모델과 웨일과 갬블의 기능적 지역사회조직 모델이 각각 이 두 방향을 겨눈 실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