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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모형이 사회복지조직을 잘 설명하는 이유
쓰레기통모형은 처음 보면 냉소적으로 들린다. 조직의 결정이 합리적 분석이 아니라 우연한 만남으로 이루어진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형이 전제하는 조직화된 무질서(organized anarchy)의 세 조건을 보면, 사회복지조직이 상당히 들어맞는다.
첫째, 목표가 모호하다. 앞 장에서 본 대로 이 조직의 목표는 모호하고 다중적이다. 「지역 주민의 복지 증진」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성원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서로 다른 목표를 요구한다. 목표가 명확해야 대안을 평가할 수 있는데 그 전제가 흔들린다.
둘째, 기술이 불명확하다. 무엇을 하면 무엇이 되는지에 대한 인과 지식이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이 대안이 목표를 이룰 것인가」를 계산으로 답할 수 없다.
셋째, 참여가 유동적이다. 누가 결정에 참여하는지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회의에 누가 오는지, 어떤 위원회가 열리는지,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 이직이 잦으면 이 유동성이 더 커진다.
그래서 실제 결정의 모습이 모형이 말하는 대로 나타난다. 해결책이 문제보다 먼저 있는 경우가 흔하다 — 새로운 프로그램 기법을 배워 온 직원이 그것을 적용할 대상을 찾거나, 재원 공고가 먼저 나오고 거기에 맞춰 사업을 구상하는 식이다. 선택 기회가 결정을 부른다 — 정기 회의나 사업계획 시점이 되면 무언가를 정해야 하고, 그때 마침 떠 있던 문제와 해결책이 결합한다.
이 모형의 실무적 함의는 냉소가 아니라 준비다. 결정이 우연한 만남으로 이루어진다면, 좋은 해결책을 미리 준비해 두고 기회가 왔을 때 꺼내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된다. 「이런 사업이 필요하다」는 구상을 평소에 다듬어 두면, 재원 공고가 났을 때 준비된 것을 낼 수 있다. 정책 연구에서 말하는 정책의 창(policy window)과 같은 발상이다.
또 하나의 함의는 참여의 관리다. 누가 어느 자리에 있느냐가 결정을 좌우한다면, 중요한 결정에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관리자의 일이 된다. 앞 장에서 본 책임행렬표의 C(자문) 지정이 이 문제를 다루는 실무 도구다.
점증모형을 비판만 할 수 없는 이유
점증모형은 「현 상태에서 조금씩」이라는 소극성 때문에 비판받는다. 근본적 개혁을 막고, 기존 이해관계를 유지하며, 잘못된 정책이 관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린드블롬이 이 모형을 제시한 데는 논거가 있다.
첫째, 정보의 한계다. 근본적 재검토를 하려면 모든 대안과 그 결과를 알아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반면 현재 상태에서 조금 바꾸는 것은 그 변화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아는 것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둘째, 오류의 수정 가능성이다. 큰 변화는 틀렸을 때 되돌리기 어렵고 피해가 크다. 작은 변화는 틀려도 수정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정책에서 이 점이 중요하다 — 실험적 대개혁이 실패하면 그 대가를 취약한 사람들이 치른다.
셋째, 합의의 가능성이다. 근본적 변화는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부르지만 작은 변화는 합의를 얻기 쉽다. 민주적 정책 결정에서 합의는 그 자체로 가치이며, 실행 가능성을 좌우한다.
넷째, 지속성이다. 정권이나 관리자가 바뀔 때마다 근본적으로 뒤집으면 제도가 안정되지 않는다. 사회복지 제도는 사람들의 삶에 이어져 있으므로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점증적 조정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앞 장에서 본 전달체계의 분절, 인력 처우, 사각지대 같은 문제는 조금씩 고쳐서는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 점증은 현재의 배분을 출발점으로 삼으므로, 그 배분이 불공정하면 불공정이 유지된다.
에치오니의 혼합모형이 이 지점에 답한다. 근본적 결정 — 제도의 방향, 큰 자원 배분 — 은 넓게 훑어 검토하고, 그 안에서의 세부 조정은 점증적으로 한다. 모든 결정에 같은 방식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결정의 성격에 따라 방식을 고르는 것이 실무의 답이다.
앞 장에서 본 사회복지 제도의 개정 이력이 이 두 층으로 읽힌다 — 맞춤형 급여로의 전환 같은 것은 근본적 결정이고, 해마다의 기준 조정은 점증적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