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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동조 — 서류상의 제도가 생기는 이유
탈동조(decoupling)는 메이어와 로완이 제시한 개념으로, 조직의 공식 구조와 실제 활동이 느슨하게만 연결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왜 생기는가. 제도적 환경은 조직에게 특정한 형태를 요구한다 — 위원회를 두어라, 규정을 만들어라, 평가를 하라, 매뉴얼을 갖춰라. 이 요구에 응해야 정당성을 얻고 자원을 받는다. 그런데 그 형태가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가 될 때, 조직은 두 가지를 다 한다 — 형식은 갖추고, 일은 원래대로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 여럿이다. 규정집은 있으나 아무도 읽지 않는다. 위원회는 구성되어 있으나 실질적 심의는 없다. 평가를 앞두고 서류를 정비하지만 평가가 끝나면 원래 방식으로 돌아간다. 매뉴얼과 실제 업무 순서가 다르다.
이것을 게으름이나 부정직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제도이론의 통찰은 탈동조가 조직의 합리적 대응이라는 데 있다. 요구되는 형식이 현장의 필요와 어긋날 때, 형식을 그대로 따르면 서비스가 나빠진다. 형식을 거부하면 자원과 정당성을 잃는다. 둘 다 피하는 길이 탈동조다.
그러므로 처방은 「규정을 지켜라」가 아니다. 형식과 실질의 간극이 크다면 물어야 할 것은 왜 그 형식이 현장과 맞지 않는가이다. 평가 지표가 실제 서비스의 질을 재지 못하는 것인지, 규정이 현장의 조건을 모르고 만들어진 것인지, 요구되는 문서가 지나치게 많은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앞서 본 시설 평가제도가 이 논의의 실제 무대다. 평가가 서류로 확인 가능한 것에 치중하면 기관은 서류를 갖추는 데 자원을 쓰고, 실제 서비스는 그와 별개로 굴러간다. 뒤에 볼 서비스 질 관리와 총체적품질관리 논의가 이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로 읽으면 맥락이 잡힌다.
조직군생태이론이 불편하지만 유용한 이유
조직군생태이론은 관리자에게 달갑지 않은 이론이다. 개별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논지는 이렇다. 조직에는 구조적 관성이 있다. 이미 투자한 설비와 인력, 굳어진 절차와 문화, 이해관계자와의 약속, 정당성을 위해 갖춘 형식 때문에 조직은 빠르게 바뀌지 못한다. 그래서 환경이 크게 바뀌면 조직이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 환경에 맞는 조직이 새로 생기고 맞지 않는 조직이 사라진다. 변화는 개별 조직의 학습이 아니라 조직군 수준의 교체로 일어난다.
분석 단위가 조직군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기관이 어떻게 살아남을까」가 아니라 「이 유형의 기관들이 왜 늘어나고 줄어드는가」를 묻는다. 밀도 의존 개념이 그 도구다 — 조직군 초기에는 조직 수가 늘수록 정당성이 커져 더 늘고, 일정 수를 넘으면 자원 경쟁이 심해져 소멸이 늘어난다.
사회복지 분야에 적용하면 설명력이 있다. 특정 유형의 기관이 정책 변화에 따라 급증했다가 재원이 줄자 함께 어려워지는 일, 새로운 서비스 유형이 등장할 때 기존 기관이 전환하기보다 신규 기관이 생기는 일이 그 모습이다.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증감을 개별 기관의 경영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계와 반론도 뚜렷하다. 결정론이 지나쳐 조직의 전략과 학습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며, 실제로 크게 전환에 성공한 조직들이 있다. 그래서 이 이론은 다른 이론과 함께 쓸 때 값이 있다 — 조직군생태이론은 환경의 힘의 크기를 일깨우고, 상황이론과 정치경제이론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
관리자에게 주는 실질적 교훈은 하나다. 자기 조직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책과 제도 자체를 바꾸는 옹호 활동을 조직의 생존 전략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