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알아보기
정치경제이론으로 읽는 「사업이 휘는」 이유
정치경제이론의 힘은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설명하는 데 있다.
한 기관이 지역의 고립 노인을 돕는 사업을 오래 해 왔다고 하자. 어느 해 정부가 청년 취업 지원 사업에 큰 예산을 붙이고, 기존 노인 사업의 보조금은 동결된다. 기관은 청년 사업에 지원해 예산을 따고, 인력을 그쪽에 배치한다. 노인 사업은 축소된다.
이 기관이 사명을 저버린 것인가. 정치경제이론은 다르게 읽는다. 조직은 경제적 자원 없이 존속할 수 없고, 자원은 환경에 있으며, 자원을 쥔 쪽의 우선순위가 곧 조직의 우선순위가 된다.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자원 의존의 논리가 사업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정치적 자원도 같은 논리로 작동한다. 기관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행정기관과 관계가 좋고,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는 것이 곧 존속의 조건이다. 그러면 평가 지표에 잡히는 활동에 자원이 쏠리고, 지표에 잡히지 않는 활동 — 오래 걸리고 성과가 눈에 안 보이는 관계 형성 같은 것 — 은 뒤로 밀린다.
처방이 여기서 나온다.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자원의 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한 발주처에 의존하는 비율을 낮추고, 후원자 기반을 넓히고, 회비와 자체 사업을 두는 것이다. 자원 제공자가 여럿이면 어느 한 쪽의 요구에 끌려갈 여지가 줄어든다. 페퍼와 샐런식의 자원의존이론이 이 처방을 정교화한 것이며, 뒤에 볼 환경의존 대응전략이 그 구체적 목록이다.
또 하나의 처방이 옹호다. 자원 배분의 규칙 자체를 바꾸려는 활동이며, 정치적 자원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조직이 서비스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옹호를 하는 근거가 이 이론에서 나온다.
한 조직 안에 두 구조가 섞이는 이유
상황이론을 사회복지조직에 적용하면 「기술이 비정형적이므로 유기적 구조가 맞다」로 정리되지만, 실제 기관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기관 안에서도 업무의 성격이 다르다. 급여의 신청 접수와 자격 확인은 정형적이다. 정해진 서류를 받아 정해진 기준으로 판정하고 정해진 액수를 지급한다. 여기서는 규칙이 촘촘하고 재량이 적은 편이 낫다 — 담당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위기가구에 대한 통합사례관리는 비정형적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사례마다 다르고, 어떤 자원을 어떻게 엮을지가 판단의 영역이다. 여기서는 재량과 수평적 조율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제 조직은 부서마다 다른 구조를 갖게 된다. 로렌스와 로쉬가 말한 분화가 이것이다. 그리고 분화가 커질수록 부서 간에 말이 통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므로 통합 장치가 필요해진다 — 사례회의, 연계 담당자, 통합 정보시스템, 정기 협의체가 그 수단이다.
이 관점은 실무의 흔한 갈등도 설명한다. 사례관리 담당자와 회계·행정 담당자 사이의 마찰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논리로 일하는 하위 단위 사이의 구조적 긴장이다. 한쪽은 개별 사정에 맞추려 하고 다른 쪽은 규정과 증빙을 지키려 한다. 둘 다 옳다.
관리자의 일은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통합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누가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는지 정해 두고, 예외 처리의 경로를 만들어 두면 갈등이 개인 간 마찰에서 절차의 문제로 옮겨 간다. 상황이론이 관리자에게 주는 실질적 지침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