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타당도를 확보하는 핵심 장치는 집단을 같게 만드는 일이며, 그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무작위 배정은 참여자를 우연에 맡겨 두 집단에 나누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데, 나이나 동기처럼 이름 붙일 수 있는 변수뿐 아니라 연구자가 생각조차 못 한 변수까지 두 집단에 고르게 흩어 놓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무작위 표집은 표본을 뽑는 일이고 무작위 배정은 뽑은 표본을 나누는 일이다. 앞은 외적 타당도에, 뒤는 내적 타당도에 이바지한다.
배합(짝짓기)은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특성이 같은 사람끼리 짝을 지어 한 명씩 두 집단에 보내는 방법이다. 표본이 적을 때 무작위 배정만으로는 두 집단이 우연히 달라질 수 있어 함께 쓰지만, 알고 있는 변수만 맞출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통계적 통제는 자료를 모은 뒤 분석에서 다른 변수의 영향을 덜어 내는 것으로, 공분산분석이나 회귀분석이 여기에 든다. 설계로 통제하지 못한 것을 사후에 보완하는 방법이며, 역시 측정해 둔 변수만 다룰 수 있다.
이 장치들을 강하게 걸수록 내적 타당도는 오르지만 상황이 인위적이 되어 외적 타당도는 떨어지기 쉽다. 둘은 자주 서로를 갉아먹으며, 어느 쪽을 앞세울지는 연구의 목적이 정한다. 새 개입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처음 확인하는 자리라면 내적 타당도가 먼저이고, 이미 검증된 개입을 현장에 퍼뜨릴지 판단하는 자리라면 외적 타당도가 앞선다.
한 가지 순서는 분명하다. 내적 타당도가 무너진 연구는 외적 타당도를 따질 것도 없다. 그 안에서 인과가 성립하지 않는 결과라면 다른 자리로 옮길 것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이 상충한다고 해서 대등하게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타당도를 최소한 확보한 뒤에 외적 타당도를 얼마나 내줄지 정하는 것이 실제 판단의 모양이 된다.
02이해하기
집단을 같게 만드는 세 방법은 언제 손을 쓰느냐로 갈린다. 나누기 전에 우연에 맡기는 것이 무작위 배정, 나누면서 짝을 맞추는 것이 배합, 다 모으고 나서 계산으로 덜어 내는 것이 통계적 통제다. 뒤로 갈수록 편하지만 힘은 약해지는데, 앞의 것은 이름도 모르는 차이까지 흩어 주고 뒤의 것은 내가 재어 둔 것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03핵심 포인트
무작위 배정은 이름 붙이지 못한 변수까지 두 집단에 고르게 흩어 놓는 가장 강한 장치다.
무작위 표집은 뽑는 일, 무작위 배정은 나누는 일 — 앞은 외적, 뒤는 내적 타당도에 닿는다.
배합은 주요 특성이 같은 사람끼리 짝지어 나누며, 아는 변수만 맞출 수 있다.
통계적 통제는 분석 단계에서 다른 변수의 영향을 덜어 내는 사후적 방법이다.
세 장치 모두 설계로 막는 것이 분석으로 메우는 것보다 확실하다는 순서를 갖는다.
통제를 조일수록 내적 타당도는 오르고 외적 타당도는 떨어지기 쉬운 상충이 있다.
04한 줄 예시
05시험 함정
무작위 표집과 무작위 배정을 같은 말로 쓰는 것 — 뽑는 일과 나누는 일은 다르다.
배합만으로 두 집단이 같아졌다고 보는 것 — 재지 않은 변수는 여전히 다를 수 있다.
설계의 결함을 통계적 통제로 다 메울 수 있다고 보는 것 — 측정해 둔 것만 다룰 수 있다.
배합이나 통계적 통제는 연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리 재어 둔 변수만 다룰 수 있다. 나이와 성별과 사전점수를 맞추어도, 생각하지 못한 어떤 차이가 두 집단을 가르고 있을 수 있다. 무작위 배정의 힘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누가 어느 집단에 갈지를 우연에 맡기면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변수들까지 두 집단에 비슷하게 흩어진다. 그래서 「측정하지 못한 차이 때문일 수 있다」는 반론이 크게 약해지고, 인과 진술의 힘이 올라간다. 다만 이것은 확률적 보장이라 표본이 작으면 우연히 두 집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정 후에는 반드시 두 집단의 사전 특성을 표로 견주어 싣고, 눈에 띄는 차이가 있으면 분석에서 함께 다룬다. 표본이 작을 때는 주요 변수로 층을 나눈 뒤 층 안에서 무작위 배정하는 방법으로 우연의 어긋남을 줄일 수 있다.
두 타당도 가운데 무엇을 앞세울지 정하는 기준
내적 타당도와 외적 타당도가 부딪칠 때 어느 쪽을 앞세울지는 그 연구가 무엇을 결정하는 데 쓰이는지로 정해진다. 새로 만든 개입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단계라면 내적 타당도가 먼저다. 효과가 있는지조차 불확실한 것을 여러 현장에 퍼뜨려 보아야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미 여러 번 검증된 개입을 우리 기관에 도입할지 판단하는 자리라면, 실험실 조건에서의 큰 효과보다 현장 조건에서의 중간 효과가 더 쓸모 있는 정보다. 실무에서 흔한 잘못은 순서를 건너뛰는 것이다. 통제된 조건에서 확인된 적 없는 개입을 현장 그대로 도입해 놓고 효과를 재면, 결과가 나빠도 개입이 나쁜 것인지 실행이 부실했던 것인지 가릴 수 없다. 그래서 먼저 내적 타당도, 그다음 외적 타당도라는 순서가 대체로 지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