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연구의 표집은 목표 자체가 다르다. 양적연구가 모집단을 닮은 표본으로 수치를 일반화하려 한다면, 질적연구는 현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고르려 한다. 그래서 확률표집을 쓰지 않고 의도적 표집(유의표집)을 쓰며, 이는 결함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선택이다. 표본 수도 적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누구를 더 만날지 그때그때 정해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갈래는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에 따라 나뉜다. 극단적·일탈적 사례 표집은 아주 드물거나 극단적인 사례에서 배우려는 것이고, 전형적 사례 표집은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례를 고른다. 최대변량 표집은 서로 아주 다른 사례들을 일부러 모아 그 속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을 찾는다. 동질적 표집은 반대로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그 집단을 깊이 들여다본다. 결정적 사례 표집은 「여기서 성립하면 어디서든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를 고르고, 이론적 표집은 근거이론에서 쓰는 방식으로 분석하면서 떠오른 개념을 확인하거나 다듬기 위해 다음 참여자를 정해 간다. 접근이 어려운 대상에는 눈덩이표집을 쓴다.
표본 수를 정하는 기준도 다르다. 미리 정한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만나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 이르면 멈추는데, 이를 포화라 한다. 포화는 자료를 모으면서 동시에 분석해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질적연구에서 자료 수집과 분석이 나란히 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평가 기준 역시 다르다. 대표성 대신 정보의 풍부함을, 통계적 일반화 대신 읽는 사람이 자기 맥락에 옮겨 볼 수 있는지를 뜻하는 전이가능성을 따진다.
그래서 질적연구에서 표집을 잘했다는 말은 「많이 만났다」가 아니라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고, 왜 그 사람인지 밝혔다」는 뜻이다. 참여자를 고른 기준과 그 이유, 진행하면서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적어 두는 일이 이 방식에서는 표집 절차 자체가 된다.
02이해하기
양적연구의 표집이 국을 골고루 저어 한 숟갈 뜨는 일이라면, 질적연구의 표집은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주방장을 찾아가는 일에 가깝다. 아무나 백 명에게 묻는 것보다 그 일을 겪은 한 사람과 오래 이야기하는 편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주는 자리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몇 명인가보다 누구를 만나는가가 중요하고, 언제 멈출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더 나오는지로 정한다.
03핵심 포인트
질적연구는 대표성이 아니라 현상을 깊이 이해할 사례를 고르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확률표집이 아니라 의도적 표집을 쓰며, 이는 결함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선택이다.
최대변량 표집은 서로 아주 다른 사례를 모아 그 속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방식이다.
이론적 표집은 근거이론에서 분석하며 떠오른 개념에 따라 다음 참여자를 정해 간다.
표본 수는 미리 정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포화에 이르면 멈춘다.
평가하는 잣대도 통계적 일반화가 아니라 정보의 풍부함과 전이가능성으로 달라진다.
04한 줄 예시
05시험 함정
질적연구의 적은 표본을 표본이 모자란 양적연구로 읽는 것 — 목표 자체가 다르다.
표본 수를 미리 못 박아 놓고 채우는 것 — 멈추는 기준은 수가 아니라 포화다.
최대변량 표집을 「아무나 다양하게」로 아는 것 — 의도적으로 대비되는 사례를 고르는 방식이다.
06한눈에 보기
양적 표집과 질적 표집
양적연구의 표집
모집단을 닮은 표본을 확률표집으로 얻는다. 표본 수를 미리 정하고, 통계적 일반화를 목표로 삼는다.
VS
질적연구의 표집
정보가 풍부한 사례를 의도적으로 고른다. 진행하며 정하고 포화에서 멈추며, 전이가능성을 목표로 삼는다.
의도적 표집의 갈래
방법
고르는 사례
얻으려는 것
극단적 사례
아주 드물거나 극단적인 사례
드러나기 어려운 기제
전형적 사례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례
일반적인 모습
최대변량
서로 아주 다른 사례들
차이를 뚫고 나타나는 공통점
동질적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
그 집단의 깊은 이해
이론적
분석 중 떠오른 개념이 가리키는 사례
개념의 확인과 정교화
더 알아보기
포화를 판단하는 일의 어려움
포화는 더 만나도 새로운 범주나 속성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판단은 까다로운데,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정말로 현상을 다 본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고 있어서인지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덩이표집으로 한 관계망만 따라갔다면 이야기가 금세 반복되지만 그것은 포화가 아니라 표본이 갇힌 것이다. 그래서 포화를 말하려면 서로 다른 성격의 참여자를 의도적으로 찾아본 뒤에도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야 한다. 실무에서는 면접을 진행하며 그때그때 코딩해 새 범주가 언제 마지막으로 생겼는지 기록해 두고, 몇 사례를 더 만나도 변화가 없을 때 멈춘다. 보고서에는 몇 명을 만났는지와 함께 어떤 기준으로 포화라고 판단했는지를 적어야 그 수가 근거를 갖는다.
질적연구의 결과를 다른 자리에 옮기는 방법
질적연구는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않으므로 「우리나라 이용자의 몇 퍼센트가 이렇다」는 식의 진술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읽는 사람이 자기 현장에 비추어 「우리 쪽에도 해당하겠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이것이 전이가능성이다. 그러려면 연구자가 할 일이 있다. 참여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자료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모았는지를 두텁게 서술해 두어야 읽는 사람이 자기 맥락과 견줄 수 있다. 곧 일반화의 책임이 연구자에게서 독자에게로 옮겨 가는 구조이며, 연구자는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충분히 제공할 책임을 진다. 참여자를 고른 기준과 그렇게 고른 이유를 밝히는 일이 질적연구에서 표집 절차를 자세히 적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