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패러다임과 쿤, 연역과 귀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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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paradigm)은 한 시대의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인식의 틀이다. 무엇을 문제로 볼지, 무엇을 자료로 인정할지, 어떤 방법이 타당한지를 정해 준다. 쿤(T. Kuhn)은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과학이 차곡차곡 쌓여 발전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과정은 이렇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자리 잡으면 연구자들은 그 틀 안에서 문제를 푸는 정상과학(normal science)을 한다. 그러다 틀로 설명되지 않는 변칙(anomaly)이 쌓이면 위기가 오고, 새 패러다임이 나타나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과학혁명(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 새 패러다임과 옛 패러다임은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 쿤의 주장이며, 이를 공약불가능성이라 한다. 연역(deduction)과 귀납(induction)은 이론과 자료를 잇는 두 방향이다. 연역은 이론 → 가설 → 관찰 → 검증의 순으로 간다. 이미 있는 이론에서 검증할 명제를 끌어내 자료로 확인하며, 양적 연구의 전형적인 논리다. 귀납은 관찰 → 유형의 발견 → 잠정적 결론 → 이론의 순으로 간다. 자료를 먼저 모아 그 안에서 무늬를 찾아 이론을 세우며, 질적 연구와 근거이론의 논리다. 둘은 대립이 아니라 순환이다. 귀납으로 만들어진 이론을 연역으로 검증하고, 검증에서 설명되지 않은 것이 다시 귀납의 재료가 된다. 실제 연구는 대개 두 방향을 오가며 진행된다. 두 논리는 오류의 자리도 다르다. 연역은 전제가 되는 이론이 틀리면 아무리 절차가 정확해도 결론이 어긋나고, 귀납은 관찰한 사례가 편향되어 있으면 잘못된 일반화에 이른다. 앞에서 본 과도한 일반화가 귀납이 빠지는 자리이며, 연역이 빠지는 자리는 검증되지 않은 전제를 사실처럼 두는 것이다.
과학이 조금씩 쌓여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을 쿤이 흔들었다. 한동안은 같은 틀 안에서 문제를 풀다가, 그 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쌓이면 틀 자체가 통째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의 논리에는 두 방향이 있다. 이론에서 출발해 확인하러 내려가는 길과 자료에서 출발해 이론을 세우러 올라가는 길이다. 좋은 연구는 대개 두 길을 오간다.
  1. 패러다임은 한 시대의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인식의 틀이며 문제와 방법을 정해 준다.
  2.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과학이 차곡차곡 쌓여 발전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3. 정상과학 — 하나의 패러다임이 자리 잡은 뒤 그 틀 안에서 문제를 푸는 시기다.
  4. 변칙이 쌓이면 위기가 오고 새 패러다임이 옛것을 대체하는 과학혁명이 일어난다.
  5. 새 패러다임과 옛 패러다임은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약불가능성이다.
  6. 연역 — 이론 → 가설 → 관찰 → 검증의 순으로 가는 양적 연구의 전형적 논리다.
  7. 귀납 — 관찰 → 유형의 발견 → 잠정적 결론 → 이론의 순으로 올라가는 논리다.
  8. 귀납은 자료에서 무늬를 찾아 이론을 세우며 질적 연구와 근거이론의 논리다.
  9. 둘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이며 실제 연구는 두 방향을 오가며 진행된다.
  10. 귀납으로 만든 이론을 연역으로 검증하고, 설명되지 않은 것이 다시 귀납의 재료가 된다.
  1. 연역과 귀납의 방향을 뒤바꾸기 쉽다. 이론에서 자료로 내려가는 것이 연역, 자료에서 이론으로 올라가는 것이 귀납이다.
  2. 귀납을 「자료만 보면 된다」로 읽지 않는다. 무엇을 관찰할지 고르는 데 이미 관점이 들어 있으며, 완전한 무전제의 관찰은 없다.
  3. 패러다임 전환을 「더 나은 이론의 승리」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쿤은 두 패러다임이 같은 잣대로 비교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4. 정상과학을 낮춰 보지 않는다. 틀 안에서 문제를 푸는 축적의 시기가 있어야 변칙도 드러나며, 대부분의 연구가 여기에 속한다.
  5. 연역과 귀납을 양적·질적과 일대일로 묶지 않는다. 대체로 그렇게 대응하지만 질적 연구에도 연역적 검증이, 양적 연구에도 탐색적 귀납이 들어간다.

연역과 귀납

연역(deduction)

귀납(induction)

쿤이 그린 과학의 진행
국면무엇이 일어나는가
**전과학**합의된 패러다임이 없어 여러 관점이 경쟁한다
**정상과학**하나의 패러다임 안에서 문제를 푼다
**변칙의 축적**틀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가 쌓인다
**위기**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과학혁명**새 패러다임이 옛것을 대체한다
**새로운 정상과학**새 틀 안에서 다시 문제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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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실천에서 일어난 패러다임 전환

쿤의 틀은 사회복지실천의 역사를 읽는 데도 쓸모가 있다. 몇 차례의 전환이 있었다. 첫째, 개인에서 환경으로. 자선조직협회의 개인 도덕 결함 관점이 오래 정상과학이었다가, 그것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량 빈곤과 구조적 문제라는 변칙이 쌓이며 인보관운동과 환경 관점이 대안으로 나타났다. 둘째, 병리에서 강점으로. 정신분석에 기댄 병리 관점이 자리 잡았다가, 진단이 사람을 대상화하고 회복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변칙이 쌓이며 강점관점과 임파워먼트가 자리를 잡았다. 셋째, 진단에서 사정으로. 앞의 전환과 함께 용어 자체가 바뀌었으며, 이는 공약불가능성의 예로 볼 만하다 — 진단의 언어와 사정의 언어는 같은 잣대로 비교되지 않고, 무엇을 좋은 실천으로 보는지 자체가 다르다. 넷째, 전문가에서 당사자로. 후기 가족치료와 참여행동연구, 당사자주의가 이 방향이다. 이 계보를 알면 지금 배우는 관점이 확정된 진리가 아니라 지금의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다음 전환의 씨앗이 어디에 있는지 — 지금 설명되지 않는 변칙이 무엇인지 — 를 눈여겨보게 된다.

실제 연구에서 두 논리가 오가는 방식

교과서는 연역과 귀납을 나란히 놓지만, 실제 연구는 대개 두 방향을 오간다. 전형적인 흐름이 있다. 시작은 귀납인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반복해 관찰되는 무언가가 물음의 출발이 된다 — 「왜 이 유형의 가구는 신청을 하지 않는가」. 여기서 몇 사례를 깊이 들여다보면 무늬가 보이고, 잠정적인 설명이 만들어진다. 다음은 연역이다. 그 설명에서 검증할 수 있는 가설을 끌어내 자료로 확인한다 — 「부양의무자 조회에 대한 우려가 클수록 신청률이 낮을 것이다」. 다시 귀납으로 돌아온다. 검증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 예외적인 사례가 남으면 그것이 다음 탐색의 재료가 된다. 이 순환을 연구 나선이라 부르기도 한다. 혼합연구가 널리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질적 탐색으로 무엇을 물어야 할지 정하고, 양적 조사로 그 범위와 크기를 재며, 다시 질적 자료로 왜 그런지를 밝히는 설계가 실제 물음에 가장 잘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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