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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세 전제가 무너진 자리
전후 복지국가는 세 가지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첫째, 완전고용이다. 성인 남성은 실업 상태가 예외적이며 일시적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실업급여는 짧고, 연금과 건강보험은 오랜 기여 이력을 요구했다. 둘째, 남성 생계부양자 가족이다. 남성이 임금을 벌고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을 맡는다고 보았으므로, 돌봄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 해결되는 일이었다. 셋째, 표준적 고용관계다. 정규직·전일제·무기계약이 표준이었고, 사회보험은 사업장과 근로자를 단위로 설계되었다.
세 전제가 모두 흔들렸다. 탈산업화로 안정된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서비스업의 저임금·불안정 일자리가 늘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면서 가정 안에서 무상으로 이루어지던 돌봄이 공백이 되었다. 비정규·특수형태근로·플랫폼 노동이 늘면서 사업장 단위 사회보험이 잡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위험의 재분배다. 새로운 위험은 젊은 층, 여성, 저숙련 노동자, 한부모에게 집중되는데, 이들은 기여 이력을 쌓기 어렵다는 바로 그 이유로 기존 사회보험에서 밀려난다. 위험이 큰 사람이 보호는 적게 받는 역전이다.
테일러-구비가 이를 「새로운 위험은 기존 제도가 잘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집중된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불리한 조건도 함께 있다 — 기존 제도의 수혜자는 조직되어 있고 투표하지만, 새로운 위험에 놓인 젊은 층과 불안정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자원의 재배분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투자국가 — 매력과 그 대가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는 기든스가 제3의 길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사후적 소득보장에서 사전적 인적자본 투자로」를 표어로 한다.
논리는 이렇다. 지식경제에서 개인의 생애 기회는 숙련에 좌우된다. 실업한 뒤 급여를 주는 것보다 취업할 능력을 길러 주는 편이 낫고, 특히 아동기의 투자가 가장 수익률이 높다. 에스핑-안데르센이 아동 중심 사회투자 전략을 강조한 것이 이 대목이다 — 보육과 조기교육에 투자하면 아동의 미래 역량이 커지고, 동시에 부모(특히 어머니)의 취업이 가능해져 이중의 효과가 난다.
정책 수단은 현금에서 서비스로 옮겨 간다. 보육·돌봄·직업훈련·평생학습·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중심이 되고, 급여는 취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매력이 크다. 재정 지출을 소비가 아니라 투자로 정당화할 수 있어 정치적 설득력이 높고, 성장과 복지를 대립시키지 않는다.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함께 높인 북유럽의 경험이 근거로 제시된다.
대가와 비판도 뚜렷하다. 첫째, 생산성 기준의 선별이다. 투자로 정당화하면 수익을 낳지 못하는 사람 — 중증장애인, 고령자, 노동시장 복귀가 어려운 사람 — 이 뒤로 밀린다. 복지의 근거가 권리에서 수익률로 옮겨 가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빈곤이 미래의 수익에 밀린다. 아동에 대한 투자를 말하면서 그 아동이 지금 겪는 결핍에 대한 현금 지원은 줄일 수 있다. 셋째, 근로연계와 결합하면 조건이 강화되어 앞 장에서 본 workfare의 문제가 그대로 따라온다.
그래서 균형 잡힌 평가는 사회투자를 기존 소득보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으로 보는 쪽이다. 서술형에서 이 대목을 쓸 수 있으면 「사회투자국가의 한계를 논하라」는 문항에 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