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기초

법의 개념과 사회복지법의 성격 — 왜 제3의 법역이라 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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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국가가 강제력으로 뒷받침하는 사회규범이다. 도덕이나 관습과 달리 어기면 국가가 나서서 제재하거나 이행을 강제한다는 점이 법을 다른 규범과 가른다. 전통적으로 법은 공법과 사법으로 나뉘어 왔다. 공법은 국가와 국민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다루어 헌법·행정법·형법이 여기에 들고, 사법은 사인(私人)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다루어 민법·상법이 여기에 든다. 사법의 뼈대는 근대 시민사회가 세운 세 원칙 — 소유권 절대, 계약자유, 과실책임이다. 내 것은 온전히 내 뜻대로 하고, 계약은 당사자가 합의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잘못이 있어야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 세 원칙이 오히려 약자를 짓누르는 도구가 되었다. 계약자유는 굶주린 노동자가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과실책임은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사용자의 잘못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했다. 형식적 평등이 실질적 불평등을 낳은 것이다. 사회법은 이 자리에서 나왔다. 국가가 사인 사이의 관계에 개입해 약한 쪽을 두텁게 보호하는 법역이며, 공법도 사법도 아니라는 뜻에서 제3의 법역이라 불린다. 노동법·경제법과 함께 사회복지법이 그 한 갈래를 이룬다. 사회복지법의 성격은 여기서 나온다. 첫째,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체적인 급여와 서비스로 옮기는 생존권 실현의 법이다. 둘째, 국가와 수급자 사이를 다루는 공법적 요소와 법인·시설의 설립과 계약을 다루는 사법적 요소가 함께 들어 있다. 셋째, 산업재해보상보험처럼 사용자의 과실을 묻지 않고 보상하는 무과실책임의 원리로 기울어 있다.
「사회복지법은 사회법이다」를 외우기만 하면 얻는 것이 적다. 이 말이 실제로 말하는 것은 근대 사법의 세 원칙이 약자에게는 거꾸로 작동했다는 역사적 사실이고, 그래서 국가가 사인의 관계에 끼어들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실책임을 묻지 않는 산재보험이 왜 정당한지가 여기서 풀린다.
  1. 법은 국가의 강제력으로 뒷받침되는 사회규범이라는 점에서 도덕·관습과 갈린다.
  2. 전통적 이분법 — 공법은 국가와 국민의 수직 관계, 사법은 사인 사이의 수평 관계를 다룬다.
  3. 근대 사법의 세 원칙은 소유권 절대·계약자유·과실책임이며, 형식적 평등을 전제로 한다.
  4. 사회법은 그 세 원칙이 약자를 짓누르자 국가가 개입해 만든 제3의 법역이다.
  5. 사회복지법은 생존권 실현의 법이자 공법·사법의 요소를 함께 지니며 무과실책임으로 기운다.
  6. 노동법·경제법·사회복지법이 사회법의 세 갈래를 이루며, 셋 다 힘의 차이를 전제로 약자를 보호한다.
  7. 사회복지법은 단일 법전이 아니라 개별법 체계 — 사회보장기본법 아래 법률들이 나뉘어 있다.
  1. 「사회복지법은 공법이다」라고 잘라 말하면 틀린다. 공법과 사법의 요소가 공존한다는 것이 정답으로 나온다.
  2. 사회법을 과실책임에 기초한다고 적은 선지가 자주 나온다. 사회법은 과실책임이 낳은 문제를 고치려고 나왔으므로 오히려 무과실책임 쪽이다.
  3. 「실질적 의미의 사회복지법」과 「형식적 의미의 사회복지법」을 가르는 문항이 있다. 이름에 사회복지가 없어도 내용이 사회복지면 실질적 의미에 든다 — 최저임금법이 그 예다.
  4. 사회복지법을 단일 법전으로 착각하지 말 것. 우리나라는 사회보장기본법 아래 개별 법률이 나뉘어 있는 개별법 체계다.
근대 사법 (민법·상법)

소유권 절대·계약자유·과실책임. 당사자를 대등한 개인으로 보고 형식적 평등을 전제한다. 국가는 되도록 끼어들지 않는다.

사회법 (사회복지법·노동법)

계약자유를 제한하고 무과실책임을 넓힌다. 당사자 사이에 힘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약한 쪽을 두텁게 보호한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법역의 세 갈래
법역다루는 관계보기
공법국가와 국민의 수직 관계헌법·행정법·형법·소송법
사법사인 사이의 수평 관계민법·상법
사회법수평 관계에 국가가 개입사회복지법·노동법·경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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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평등이 실질적 불평등을 낳은 자리

계약자유의 원칙은 「누구도 원치 않는 계약에 묶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오늘 먹을 것이 없는 사람과 공장을 가진 사람이 마주 앉으면, 자유롭게 맺은 계약이라도 그 내용은 한쪽으로 기운다. 열여섯 시간 노동에 서명한 노동자에게 「네가 자유롭게 동의했다」고 말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흠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요와 다르지 않았다. 사회법은 바로 이 틈을 메우려고 계약자유를 잘라 낸다. 최저임금을 정하고 근로시간의 상한을 두는 것은 당사자의 합의보다 법이 앞선다고 선언하는 일이며, 이것이 사법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다른 원리에 선 별개의 법역이라는 것이 사회법이라는 이름의 뜻이다.

무과실책임이 사회복지법에서 갖는 자리

공장에서 손을 다친 노동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민법에서는 사용자의 과실을 자신이 증명해야 한다. 기계의 결함을 알고도 방치했다든가 안전조치를 게을리했다는 것을 다친 사람이 밝혀야 하는데, 정보도 자료도 사용자 쪽에 있으니 사실상 받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이 구조를 통째로 바꿔 업무상의 사유로 다쳤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사용자의 과실을 묻지 않고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대신 사용자는 보험료를 내고 개별적인 민사책임에서 벗어난다. 과실을 따지는 일에 들던 시간과 비용을 없애고 그만큼 빨리 치료와 생계를 잇게 한 것이며, 이 설계가 사회보험 전반의 밑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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