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람이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오래 머무는 체계다. 체계로서의 가족을 볼 때는 개인이 아니라 관계의 짜임을 본다.
가족 안에는 여러 하위체계가 있다. 부부하위체계·부모자녀하위체계·형제자매하위체계가 그것이며, 각각에 고유한 역할과 경계가 있다. 부부의 일에 자녀가 끼어들거나 부모가 져야 할 몫을 맏이가 대신 지면 경계가 흐려진 것이며,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각자의 자리가 뒤엉킨다.
가족 안의 경계는 두 극단 사이에 놓인다. 밀착된 경계는 지나치게 가까워 개인의 자율이 사라지는 상태이고, 유리된 경계는 지나치게 멀어 서로 무관심한 상태다. 그 사이의 명확한 경계가 건강한 자리로, 서로 이어져 있으면서도 각자의 몫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밖과의 경계를 기준으로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 폐쇄형 가족은 바깥과의 왕래를 엄격히 통제하며 규칙이 강하고 밖의 정보와 도움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개방형 가족은 바깥과 활발히 주고받되 가족으로서의 결속도 유지한다. 임의형(방임형) 가족은 각자가 알아서 드나들어 경계가 거의 없고, 가족으로서의 짜임이 흐려진다.
가족을 볼 때 함께 살피는 것이 가족규칙이다. 말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따르는 약속으로, 「이 집에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규칙은 가족을 굴러가게 하지만 지나치게 굳으면 변화를 막는다.
가족은 또한 시간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체계다. 자녀가 태어나고 학교에 가고 독립하고 부모가 늙어 가는 흐름마다 역할과 경계를 다시 짜야 하며, 그 조정에 실패한 자리에서 갈등이 생긴다. 청소년기 자녀와의 다툼이 잦아지는 것도 어린아이에게 맞춘 경계를 아직 고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02이해하기
가족을 볼 때는 사람보다 사이를 본다. 누가 누구와 가깝고 누가 밀려나 있으며, 어떤 이야기는 해도 되고 어떤 이야기는 꺼내면 안 되는지가 그 가족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모양은 대개 말로 정해진 적이 없다. 그래서 가족을 도우려면 규칙을 밖에서 새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규칙을 함께 꺼내 보는 데서 시작한다.
03핵심 포인트
가족을 체계로 볼 때는 구성원 개개인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의 짜임을 본다.
가족 안에는 부부·부모자녀·형제자매 하위체계가 있고 각각에 경계가 있다.
부모가 져야 할 몫을 자녀가 대신 지면 경계가 흐려져 각자의 자리가 뒤엉킨다.
밀착된 경계는 개인의 자율이 사라지고 유리된 경계는 서로 무관심해진다.
밖과의 경계로는 폐쇄형·개방형·임의형(방임형)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
가족규칙은 말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모두가 따르는 약속으로 변화를 막기도 한다.
04한 줄 예시
05시험 함정
밀착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읽는 것 — 개인의 자율이 사라진 상태를 가리킨다.
개방형을 「경계가 없는 것」으로 아는 것 — 주고받되 결속은 유지하는 상태다.
가족규칙을 명시된 약속으로만 보는 것 — 대개 말해진 적 없이 지켜진다.
06한눈에 보기
밀착과 유리
밀착된 경계
지나치게 가까워 서로의 일에 다 관여한다. 소속감은 크지만 개인의 자율과 사생활이 사라지고 독립이 어려워진다.
VS
유리된 경계
지나치게 멀어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자율은 크지만 필요할 때 기댈 수 없고 정서적 지지가 오가지 않는다.
밖과의 경계로 본 세 가족
유형
바깥과의 왕래
특징
폐쇄형
엄격히 통제한다
규칙이 강하고 도움이 들어오지 않는다
개방형
활발히 주고받는다
결속을 유지하며 변화를 받아들인다
임의형(방임형)
각자 알아서 드나든다
경계가 거의 없어 짜임이 흐려진다
더 알아보기
세대 경계가 무너질 때
가족에서 특히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의 경계다. 부부 사이가 멀어진 자리에서 어머니가 아들을 배우자처럼 의지하거나, 부모의 갈등에 자녀가 심판처럼 끌려 들어가는 일이 그렇다. 어린 자녀가 어른의 몫을 지는 것을 부모화라 하는데, 겉으로는 철든 아이처럼 보이지만 그 아이는 자기 나이의 과제를 건너뛰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는 대개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가족이 어려움을 견디려고 만들어 낸 배치다. 그래서 개입은 아이를 나무라거나 부모를 탓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른의 일을 어른 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 된다. 부부의 문제를 부부의 자리에서 다루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자리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은 한동안 불편해지는데, 그 불편이 곧 경계가 다시 세워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가족규칙을 꺼내 보는 작업
모든 가족에는 말해진 적 없는 규칙이 있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따르는지, 어떤 감정은 표현해도 되고 어떤 감정은 안 되는지, 무엇을 밖에 말하고 무엇을 감추는지가 그것이다. 이 규칙은 대개 오래전에 생겨 지금은 맞지 않는데도 그대로 지켜진다. 아이가 어렸을 때 만들어진 규칙이 청소년이 된 뒤에도 남아 갈등을 만드는 식이다. 실천에서 하는 일은 이 규칙을 함께 소리 내어 말해 보는 것이다. 「이 집에서는 화를 내면 안 되나요」라고 물으면 가족들은 처음으로 그것을 규칙으로 인식하게 되고, 인식되는 순간 바꿀 수 있는 것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칙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 태도다. 그 규칙이 한때는 가족을 지켜 준 장치였을 수 있으므로, 없애자고 하기보다 지금도 필요한지 함께 따져 보는 방식이 저항을 줄인다.